류마티스 관절염, ‘건강한 장’ 갖추면 완화된다?

- 자가면역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본질은 ‘염증’
- 섬유질 추가 섭취 시 증상 나아졌다는 연구결과 있어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발병 후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관절 통증부터 심해지면 뼈 변형까지 유발한다.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알려져 대부분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군과 류마티스 관절염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에 따라 체내 염증이 심해지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이에 따라 류마티스성 염증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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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 외에도 영향 미칠 수 있어

우리나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2023년 기준 약 25만4천 명이다. 면역 체계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함으로써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핵심은 ‘관절염’이 아니라 ‘류마티스’에 있다. 즉, 신체 곳곳의 관절 뿐만 아니라 눈부터 폐, 심장까지 다양한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절염 재단(The Arthritis Foundation)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 중에는 관절 통증 외에도 아침 기상 시 경직, 피로, 잇몸 염증, 빛에 대한 민감성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류마티스성 질환이 근육과 점막 조직, 시신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특발성이다. 즉,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장내 건강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 논의되고 있다.

장내 환경과 류마티스의 관련성

인간의 장에는 조 단위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체내에 존재하는 모든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에는 흔히 ‘유익균’이라 불리는 이로운 것들도 있고, ‘유해균’이라 불리는 해로운 것들도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성향을 달리는 중립 성향의 균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 유익균이 우세하면 전체적으로 장내 환경이 좋은 쪽으로 유지되며 ‘장내 미생물 균형’ 상태를 이룬다. 반대로 유해균이 더 많으면 장내 환경은 부정적인 성향을 띠게 되며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상태를 만든다.

2020년 진행됐던 한 리뷰에 따르면, 장내에 존재하는 특정 박테리아가 신체 여러 조직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염증 분자와 연관돼 있다는 보고가 있다. 류마티스의 본질은 염증이다. 학계에서는 이 점에 착안해, 염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박테리아가 류마티스 관절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받고 있는 염증성 박테리아들

‘프레보텔라 코프리(Prevotella copri, 이하 P.코프리)’는 장내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앞서 언급된 리뷰에서 다뤘던 다수의 연구에서 P.코프리를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과 연관짓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한 초기 환자의 장에서 P.코프리가 증가하며,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그 수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P.코프리는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생성한다. 이들이 면역 세포를 자극해 염증 발생을 늘리고, 그 결과 면역 체계의 기능 이상을 일으켜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코프리는 장내 유해균에 해당하므로,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면역 체계 이상과 염증 확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또다른 연구에서는 ‘콜린셀라(Collinsella)’라 불리는 박테리아를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과 연관지었다.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 중 많은 수가 다수의 콜린셀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염증 유발 물질을 만들어내고 면역 세포의 기능 이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P.코프리와 같다.

유익균을 늘리는 식단, 류마티스 증상 완화 가능성

한편, ‘락토바실러스 카제이(Lactobacillus casei, 이하 L.카제이)’는 관절의 부풀어오름을 방지하고 항염증 반응에 기여하는 유익균의 일종이다. 염증 반응의 지표로 사용되는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를 낮춘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장내에 L.카제이 수가 증가할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장내 미생물군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에 따라 류마티스 관절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장내에 존재하는 특정 박테리아의 많고 적음이 염증과 신체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입증됐으며, 이것이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에도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장내 환경을 유익균 우세 환경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할 경우, 이들이 ‘단쇄 지방산(SCFAs)’으로 전환돼, 장벽 기능이 개선돼 체내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내 환경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소화 및 재흡수 과정도 원활해지므로 전반적인 건강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을 거듭하고 있는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 유병률이 25% 더 높게 나타났다는 리뷰도 존재한다. 또다른 리뷰에서는 섬유질 바 또는 섬유질 시리얼 등을 한 달 가량 섭취한 사람은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감소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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