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으로 맞아볼래?" 제작비 110억에 최고의 톱스타가 만난 결과

[문제적문제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제작비 110억, 당대 최고의 라이징스타 임은경
작가주의 예술감독과 자본의 부담스런 동행

기생충

한국 영화 최고의 성공작은 무엇일까? 최다 관객 기록의 '명량'?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기생충'? 누구나 저마다의 최고 작품을 가지고 있을테고 통일되긴 힘들 것이다.

자전차왕 엄복동

하지만 가장 망한 작품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그렇게 폭이 넓어지진 않는다. 최근의 '자전차왕 엄복동'이 이 분야에서 꽤 선전해 다크호스로 떠오르긴 했으나, 20년간 이 분야의 최고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었다.

자전차왕 엄복동
감독
김유성
출연
비, 강소라, 이범수, 고창석, 김희원, 민효린, 이시언, 박진주, 정석원, 최대철, 신수항, 한성빈, 조서후, 김희진, 송재호, 박근형, 이경영, 강덕중, 김병철, 김제열, 허유리, 정혜윤, 김슬우, 최명빈, 김대현, 야마노우치 타스쿠, 박선주, 임채선, 이정현, 박상원, 이찬유, 윤종구
평점
4.6

기존의 망작들과 다른 점은 110억이라는 한국영화에선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 되었다는 점. 요즘에야 200억을 넘기는 영화도 흔하지만 2002년 당시 100억은 정말 어마어마한 제작비였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예술성과 흥행력까지 갖추고 있던 젊은 스타감독 장선우와, 당시 TTL 광고를 통해 신비로운 매력으로 대세 스타에 등극한 임은경이 만나 큰 관심을 모았고 투자금 역시 쏟아졌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거기에 김진표, 강타 등 가요계의 스타들과 많은 조연이 등장,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했다. 하지만...

어릴 때 봐서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봐도 모르겠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영화의 주요 내용은 가상현실 게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그 게임의 '성냥팔이 소녀'와 닮은 PC방 알바 희미(임은경)을 짝사랑하는 중국집 배달부 주(김현성)가 이끌어간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희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게임 카드를 주운 주는 게임에 접속하는데, 거기에 희미가 있다. 게임의 목표는 성냥팔이 소녀가 가스를 흡입하며 죽어갈 때 떠오르는 환상이 그녀의 짝사랑 가수 가준오(강타)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것.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정도 정보를 알고 영화를 봐도 게임 속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관객이 구분하긴 매우 힘들다. 감독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을 연출로 보여주지 않고 복잡하게 뒤섞어 이어붙여 보여준다. 마치 현실과 가상세계가 하나인듯한 초현실... 그러니까 요즘 말로 메타버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게임과 현실의 구분도 모호한데 게임도 게임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시스템이라는 의문의 존재가 계속 게임 속 인물들에게 개입하고,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쓰면서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매트릭스가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지 3년 후에 개봉한 영화이다 보니 어설픈 매트릭스의 향기가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사실 매트릭스의 특정 씬들을 그대로 따라한 장면들이라던지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

투쁠 한우 육회와 캐비어를 섞고 트러플오일을 뿌려 초장에 버무린 비빔밥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당대 최고의 떠오르던 스타 임은경 외에도 H.O.T.의 강타, 패닉 출신의 김진표가 출연하며,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으로 꼽히는 정두홍이 악당으로 출연한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뿐 아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라라 크로포트를 패러디한 '라라'를 연기한 진 싱은 중국 현대무용의 거물로 중국에선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기도 하며, 시스템을 연기한 피에르 리시앙은 무려 칸 영화제의 핵심 자문위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제작, 투자사의 요구와 감독의 인맥으로 여러 조연을 집어넣었는데 대부분 자세한 서사나 분량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도대체 왜 나온건지 모르겠다는 평이 다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후 커리어가 망해버린 감독 만큼이나 남녀주연배우의 커리어도 이 후 안습이 되었는데, 신비소녀 이미지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차기작에도 캐스팅 될 뻔한 임은경은 이 영화 이후 이미지 소모로 예전같은 화제성을 잃게 되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남자주인공 김현성(현성)은 당시 충무로 최고의 기대주였는데, 이 후 조연 위주의 경력을 이어나가게 된다.

잠적한... 감독?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영화를 두고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며 자평하던 장선우 감독은 제작사와 제작비에 대한 트러블이 발생하자 '더 좋은 감독을 찾으라'며 편지를 남기고 잠적해버린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제작사에선 그동안 들어간 돈을 날릴 수 없으니 후임 감독을 데려 오는데... 지금까지 촬영한 내용에 대한 정리도, 각본이나 콘티도 존재하지 않아 작업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고. 110억의 제작비를 들여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촬영한 필름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제작 된 영화라는 이야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한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지존'은 영화를 보고 기쁨을 느낄거고 '고수'라면 재미있게 보고 '중수'는 무슨 얘긴지 모를거고 '하수'는 영화를 보지 않을거라며 "관객의 수준을 평가하는 최초의 영화가 될 것"이라는 소리를 남겼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결국 '성소재'는 한국 영화의 재앙이 될 뻔 했다. 이 이후 대규모 투자를 받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이 한동안 힘들어졌다. 반대로 뮤지컬 투자가 활발해지며 한국 뮤지컬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역효과도 생겼다.

다크나이트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납득이 가는 평은 감독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110억이라는 돈을 모아다 불태우는 영화를 만듦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거대한 퍼포먼스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감독
장선우
출연
임은경, 현성, 김진표, 진싱, 동방우, 정두홍, 강타, 장두이, 한관택, 삐에르 루시엥, 신범식, 이청아, 박성웅, 한태수, 백원길, 안길강, 김태훈
평점
4.1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최근 국내 OTT들에 공개가 되었으니 정말 영화가 궁금하다면 한번 쯤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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