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태우 비자금? 돈 줬다면 최종현 회장이 주는게 상식 아닌가”

김성훈 기자 2024. 10.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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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천 전 靑부속실장 주장
노태우 비자금 SK 유입설 반박
“김옥숙 여사 선경 어음 메모는
1995년 비자금 수사 시작되자
사용할 시기 놓쳐 보관한 듯”

양평=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석천(사진)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당사자들과 관계가 전혀 없는 어음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선경그룹(현 SK) 선대회장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한 대통령 임기 중 사돈인 고 최 선대회장 간의 독대 사실은 일절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전달한 비자금을 대가로 선경 측이 약속어음을 발행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정했다.

윤 전 실장은 지난 10일 경기 양평군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증언 배경에 대해 “나도 딸 가진 아버지로서 최 회장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일절 SK에 도움을 준 사실이 없는데도 오히려 딸(노 관장)이 승소를 위해 비자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면서 아버지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대통령을 모셨던 내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연희동 사저 비서관이 내게 과거에 대통령과 최 선대회장이 안가 등 다른 곳에서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노 관장 측에서) 이를 재판에 악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육군사관학교(27기) 출신으로 1987년 제13대 대선 당시 캠프에 들어가며 노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노 정부 5년간 제1부속실장을 지냈고, 1993년 임기 종료 이후에도 3년간 ‘연희동 사저’ 팀에 합류해 총 9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이다. 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옥숙 여사를 비롯해 노 관장과도 ‘가족’처럼 지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임기 중에) 사돈댁에 찾아간 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실장은 “최 선대회장이 청와대에 왔거나 대통령이 사람을 시켜서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가정할 수는 있지만,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최측근 비서인 나의 안내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실장은 고 금진호 전 산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과거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3년 노 전 대통령과 금 전 장관, 자신 등 3인이 ‘전직 국가원수 총회(OB 서밋) 기부금’을 두고 자금 마련을 위해 고민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윤 전 실장은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은 OB 서밋에 참석하면서 대외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고, 거금을 기부해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금 전 장관을 통해 기업들에 협찬을 요청했다”며 “기업들이 난색을 보인다는 이유로 대통령께 협찬 요청을 중단할 것을 수차례 건의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협찬을 못 받으면 자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금 전 장관이 ‘워커힐 사돈이 주겠다고 하신 것 중에서 하나를 헐어서 쓰자’고 제의했으나 대통령께서 즉답을 피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김 여사의 메모와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들어 가 SK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본 것에 대해선 “돈을 줬다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김 여사가 메모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1995년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선경에서 받은 어음을 사용할 시기를 놓쳤고, 김 여사께서 현재까지 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의 증언은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이혼소송 재판부에 전달한 진술 내용과도 일치한다. 손 명예회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기업마다 통치자금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선경은 규모상 300억 원 정도는 분담해야 하니 준비해서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최 선대회장이 하는 수 없이 대통령께서 퇴임하고 활동자금이 필요하실 때 약속한 300억 원을 꼭 드리겠다고 했다”며 어음의 성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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