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균형 회복할 이선호표 '빅딜' 나올까

CJ제일제당의 핵심 축인 식품·바이오의 ‘투트랙’ 균형이 무너지며 수익성과 성장동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윤석환 대표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까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성장을 현장에서 이끌어온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주사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그가 CJ제일제당 재도약의 발판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연결기준(대한통운 제외) 매출은 17조7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5.2% 줄어든 8612억원을 기록했다. 캐시카우였던 바이오 부문의 영업이익이 중국발 공급과잉과 스페셜티 부진으로 36.7% 급감하며 실적에 부담을 줬다. 식품 부문은 해외 실적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지만 내수부진과 원가 상승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제한됐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의 ‘식품-바이오’ 상호보완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익성을 지탱했던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리며 그동안 유지돼온 상호보완적 관계가 사실상 기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기록한 417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뼈아프다. 4분기 대규모 유·무형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한 결과로 회계상 손실이지만 수천억원대의 순이익을 내온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 대표는 전면적인 조직쇄신에 착수했다. 윤 대표는 이날 임직원 메시지에서 '4년간의 성장정체 끝에 마주한 순손실은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중한 경고'라며 '현금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비핵심자산을 강도 높게 유동화하는 등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선언했다.

CJ그룹 오너3세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중장기 성장전략과 DT를 총괄하는 '미래기획그룹' 수장으로서  미래전략과 디지털 기능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이끌며 그룹의 장기 성장 로드맵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시장의 관심은 CJ그룹 지주사로 돌아온 이 경영리더에게 쏠리고 있다. 2026년 정기인사에서 신설 조직인 ‘미래기획그룹’ 수장을 맡은 그는 그룹의 중장기전략 수립과 M&A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총괄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비즈니스와 식품성장추진실장을 거치며 K푸드 확장을 진두지휘한 만큼 CJ제일제당의 상황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윤 대표가 내부효율화 중심의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면 이 경영리더는 지주사 컨트롤타워를 통해 CJ제일제당의 성장전략을 설계하는 투트랙 기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M&A를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사료·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F&C)를 1조2000억원에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고, 비핵심자산 추가 유동화도 예고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강경석 M&A실장, 양성호 식품M&A 담당(전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 언제든 ‘빅딜’에 착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확보된 조 단위 재원은 글로벌 확장과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미국 슈완스를 사들이며 북미 시장을 확보한 전례를 바탕으로 유럽·오세아니아 지역 대형 식품유통사를 인수하는 것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를 처음으로 추월한 만큼 글로벌 공략은 성장정체를 돌파할 유력한 카드로 평가된다.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테크 기반 식품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경영리더가 'CES 2026'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식품·물류 융합 가능성을 살핀 데 이어 CJ제일제당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AI·자동화를 이용한 바이오 부문의 원가절감 기조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AI 주문 시스템과 식자재 플랫폼 ‘마켓보로’ 투자 등으로 물류·데이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통 식품제조 기업들이 생산·판매 중심의 방식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보고 새로운 모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이 경영리더가 슈완스 인수를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친정인 CJ제일제당의 추가 사업재편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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