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실 교사와 할머니 수강생들, 함께 웃고 울었다

울산CBS 반웅규 기자 2024. 9. 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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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면 다음날 다 잊어버리고 그러면 또 다시 배우고늦은 나이지만 그래도 공부하니깐 결국, 합격하네요."

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76)·주복순(70) 씨가 지난 8월 치러진 2024년 울산시교육청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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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주복순 씨
첫 도전에 초졸 검정고시 합격…윤 씨는 최고령 합격자
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주복순씨가 지난 8월 치러진 2024년 울산시교육청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사진 왼쪽부터 주복순·박명숙·주복순씨. 북구청 제공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면 다음날 다 잊어버리고 그러면 또 다시 배우고…늦은 나이지만 그래도 공부하니깐 결국, 합격하네요."

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76)·주복순(70) 씨가 지난 8월 치러진 2024년 울산시교육청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들은은 검정고시 첫 도전이다. 특히 윤매임 씨는 최고령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북구 염포동 행정복지센터가 운영하는 한글교실 수강생이다. 교실은 매주 두 차례 진행되는데 5년 가까이 공부 중이다.

올해 초 한글교실 교사인 박명숙씨가 검정고시 도전을 제안했다.

이들 수강생은 두 달 여 동안 한글교실 2시간 수업이 마치면 귀가하지 않고, 2시간이 넘게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연신 선생님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수학을 공부하는데 분모나 분자같은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면 다음날 다 잊어버리고, 또 다시 배우고. 자꾸 잊어버려서 선생님께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더욱 합격의 기쁨을 선생님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합격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선생님 덕분이죠. 응시원서 제출날도, 시험날도 동행하면서 용기를 주셨어요. 기출문제를 뽑고, 틀린 문제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알려주셨어요. 두 달 동안 우리의 과외 선생님이나 다름이 없었지요. 우리도 우리지만 입술이 부르트면서까지 열정을 쏟아주신 박명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박명숙 씨는 "어머니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도 함께 공부했던 지난 두 달의 시간이 참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한글교실 수강생들의 이번 사례가 다른 한글교실 참여자들에게 도전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벌레에 물려 퉁퉁 부은 눈으로 울산교육청에 응시원서를 제출했던 일, 숙제를 다 못해서 선생님에게 혼났던 일, 합격자 발표날 쏟았던 눈물 등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시간 동안 쌓은 추억도 많았다.

윤매임 씨는 "조금 전에 알려준 것도 잊어버리는 나이에 이렇게 검정고시까지 합격할 줄은 몰랐다"며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게 시험에 나오니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주복순 씨는 "합격 소식을 들은 날 눈물이 났다. 공부를 못한 한이 있었는데 이렇게 뒤늦게라도 한글교실의 도움을 얻어 졸업장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며 "중등 검정고시에도 도전해 꼭 졸업장을 받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은 배움 기회를 놓친 어르신을 위해 동별로 문해교사를 파견하고 한글교육을 하는 평생학습 사업이다.

북구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뜻 깊은 결과를 얻은 수강생과 선생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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