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에서 남쪽으로 약 24km 떨어진 바다 위, 연꽃을 닮은 조용한 섬 하나가 있다. 이름마저도 ‘연화도(蓮花島)’.
수국이 만개하는 여름이면 섬 전체가 색으로 물들고, 깎아지른 절벽과 전설을 품은 산길은 걷는 이의 마음까지 씻어낸다.
이름처럼 고요하고, 풍경은 강렬한 연화도는 지금, 꼭 가봐야 할 통영의 여름 섬이다.

연화도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조선 연산군 시절, 억불정책을 피해 이곳에 은둔했다는 연화도사와 비구니 세 명의 전설은 섬의 이름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그 전설의 중심, 해발 212m의 연화봉은 섬 중앙에 우뚝 솟아 트레킹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다소 경사가 있는 숲길이지만, 잘 정비된 코스를 따라 오르면 한려수도와 푸른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중간중간 출렁다리와 전망대도 있어 짜릿한 체험과 탁 트인 조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연화도 동쪽 해안으로 향하면 누구나 감탄하게 되는 풍경이 있다. 바로 통영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용머리 바위’다. 거대한 용이 바다로 몸을 뻗는 듯한 형상은 이름 그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해 질 무렵,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든 태양이 용머리 바위에 황금빛을 드리우면, 벼랑 끝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마치 동양화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연화도의 중심부에는 불교 순례지로 잘 알려진 ‘연화사’가 자리 잡고 있다. 1998년 고산 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 사찰은 9층 석탑과 요사채, 진신사리비가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어 깊은 정취를 자아낸다.
이순신 장군과 사명대사, 자운선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서 의미가 깊다.

6월에서 7월 사이, 연화도는 형형색색의 수국으로 다시 한 번 변신한다. 연화사 주변과 포구 일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수국길은 여름의 절정을 알리는 풍경이다.
골목마다 피어난 꽃잎들 사이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바다와 꽃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조화는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감동을 준다.
관광지로서 화려함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정취를 간직한 이 섬은, 소박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Copyright © 여행한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