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200배’ 삼성전기, ‘패시브가 낳은 괴물’ 논란

이승용 기자 2026. 6. 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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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주가 2배 폭등···한때 현대차 시총 제치기도
최근 1년 실적 기준 PER 200배로 거품 논란 불거져
삼전닉스 ETF 열풍에 따른 패시브 수급이 주가 견인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열흘 만에 단숨에 20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기 주가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향후 실적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최근 1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200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기 주가의 급격한 상승 배경으로 ETF발 수급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대한 많이 편입한 ETF가 잔여 종목으로 편입한 삼성전기를 기계적으로 매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 주가가 이른바 '패시브가 낳은 괴물'이라는 논리다.

◇ 'PER 200배' 논란 부른 삼성전기 주가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74%(12만2000원) 급락한 20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삼성전기 시가총액은 149조7609억원으로 감소했고 현대차(시총 153조5683억원)에 다시 국내 시가총액 순위 5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삼성전기 주가 급락은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 5월 19일 98만7000원에서 5월 29일 212만7000원으로 불과 열흘 만에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삼성전기 주가가 단숨에 2배 이상 뛰면서 지난달 29일 기준 삼성전기 시가총액은 158조8735억원으로 불어났고 시가총액 148조원의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순위 5위에 등극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전기 주가 급등으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도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넘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NH투자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로 170만원을 제시했고 지난달 26일에는 SK증권이 200만원, 유진투자증권이 179.2만원, IM증권이 18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KB증권이 220만원, 메리츠증권이 190만원을 제시했고 다음날인 28일에는 신한투자증권이 200만원을 제시했었다.

삼성전기 주가가 목표주가를 단숨에 넘어서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다시 상향하고 있다. 이날 DB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300만원, 280만원으로 높였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11조 3145억원, 영업이익 9133억 원, 당기순이익 73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 3조 2091억원, 영업이익 2806억원, 당기순이익 2527억원으로 실적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용 고부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상승과 유리기판 등 신사업 기대감 등으로 올해부터 실적 급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기 목표주가로 300만원을 제시하면서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내년 3조원으로 올해보다 84.8% 증가하고, 2028년에는 4조3000억원으로 다시 41.9%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 성장을 감안해도 현재 삼성전기 주가가 비정상적이라는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실적 기준 삼성전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230배에 달하며, 최근 4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잡아도 현재 주가는 PER 200배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향후 12개월 선행(12M Forward) PER 역시 102배까지 치솟은 상태다.

증권가 리서치센터들은 삼성전기 목표주가 상향의 근거로 2028년까지 실적 성장을 들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리서치센터들이 제시한 2028년 예상실적 기준으로도 현재 삼성전기 주가는 PER이 무려 38~4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ETF가 끌어올렸나···패시브가 낳은 괴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기 주가 급등 배경으로 반도체 패시브 ETF발 수급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ETF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의 경우 순자산총액이 순자산총액이 4조7891억원으로 급증했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운용사 ETF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대한 포함한 ETF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삼전닉스 ETF' 열풍인 셈이다.

하지만 ETF 분산투자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만 ETF를 구성할 수는 없고 50% 이내로 초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 주요 편입종목으로 삼성전기를 선택했다. 이러한 이유로 삼전닉스 ETF에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해당 ETF가 삼성전기까지 기계적으로 대량 매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기를 대거 편입하고 있는 대형 ETF들을 살펴보면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HANARO Fn K-반도체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KODEX 삼성그룹 등 4종의 ETF는 각각 1조원 이상 삼성전기를 편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13일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2021년 7월 30일에 상장한 KODEX AI반도체 ETF를 현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로 리뉴얼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수 변경을 통해 기존 최대 40%였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비중을 50%까지 높였고 동시에 이전까지 편입하지 않았던 삼성전기도 단숨에 25%나 신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ETF 자금이 단기간에 삼성전기를 기계적으로 집중 매수했다. 삼전닉스 ETF발 열풍에 따른 수급이 삼성전기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면서 삼성전기 주가를 급등시켰던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 본연의 가치나 실적 변화와 무관하게 패시브 지수 리밸런싱과 자금 유입만으로 주가가 왜곡되는 패낳괴(패시브가 낳은 괴물)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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