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벚꽃 사진 과제

최민석 2026. 4.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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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봄의 전령사이자 봄꽃의 대명사다. 기후변화 탓인지 서둘러 만개했던 봄꽃들이 비와 바람을 못 견디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젠 거리에 떨어진 꽃잎도 줄어들고 있다. 봄을 상징하는 벚꽃의 대표 꽃말은 ‘아름다움과 순결’이다.

최근 라디오를 통해 들은 한 사연을 들으니 요즘 MZ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에서는 벚꽃 꽃말이 ‘중간고사’라고 한다.

개화 시기가 대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생긴 말인데 그만큼 시험에 대한 심적 부담과 학업 스트레스를 벚꽃이라도 보며 덜고자 한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올해 1학기 충북대 공과대 공학수학 수업에서 ‘벚꽃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가 등장, 화제다. 대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해당 과제는 SNS로 확산되며 1만3천여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다.

댓글을 남긴 이들은 ‘공학수학’ 이색 과제에 주목했다.

이 과제는 충북대 공과대 공업화학과 강동우 교수가 출제했다. 이후 ‘낭만적인 전공과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인스타그램 등으로 퍼지며 이슈가 됐다.

과제 내용은 벚꽃이 피는 시기에 지역 명소를 찾아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것이 골자다. 과제 안내문에는 “공대생의 메말라 비틀어진 감성 향상, 따뜻한 봄날에 하루 정도는 계절을 즐겨도 좋지 않을까요?”라는 문구도 들어 있다.

강 교수는 “지난 2021년부터 충북대에 임용된 이후 매년 2학년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라며 “전공 공부와 학점 관리에 신경 쓰느라 학생들의 감성을 깨워주기 위해 과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지적처럼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에 몰두하느라 캠퍼스의 낭만도 모른 채 사회에 나가는 세태가 된 지 오래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서도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밀린 학자금 대출 갚아야 하고 원룸 월세에 미래 준비까지 짧게 찾아오는 벚꽃 하나 바라볼 낭만과 여유는 사치가 됐다.

해당 대학생들은 낯선 과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취지를 이해하고 성실하게 찍은 사진을 제출하는 등 참여와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등 피로감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남은 봄꽃이라도 보며 잠시나마 위안과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것이 ‘벚꽃 사진 과제’를 낸 출제자의 의도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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