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려줌] <해시태그 시그네> (Sick of Myself,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며 따분한 일상을 보내지만, 항상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대화의 중심이 되길 원하는 이른바 '관종'이다.
'시그네'에겐 갤러리에 전시된 가구를 훔쳐 다시 그 갤러리에 전시하고 판매하면서, 일약 셀럽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남자친구 '토마스'(아이릭 새더)가 있다.
사람들이 '토마스'를 점차 주목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토마스'도 '시그네'를 소홀히 하는 일이 이어진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시그네'보다는 본인이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시그네'를 면박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것.
그래서 '시그네'는 정체불명의 알약 '리덱솔'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 한다.
<해시태그 시그네>는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시그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로맨스 장르이지만, 누구나 떠올리는 사랑의 뻔한 달콤함을 그려내기보다는, 사랑의 과정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자기 긍정과 자기 부정의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상영됐다.
작품을 연출한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외곽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스케이트보드와 비디오카메라 촬영으로 가득 찬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다양한 단편 영화와 뮤직비디오, 광고 등을 제작하며 독창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첫 번째 장편 <드라이브>(2017년)는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장르로, 한 에너지 드링크 회사의 마케팅 캠페인이 처절하게 실패한 스토리를 담았고, 실제 있었던 일을 전부 다시 재연하는 방식으로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장편 <해시태그 시그네>를 통해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관객들이 호감을 느낄 순 없지만 관찰하는 것이 즐거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영화에 대한 어떠한 해석도 환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대인의 일상과 문화 속에 있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중독적인 관계에 대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감독은 "모든 것은 주인공 '시그네'와 '시그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작했지만, 시나리오를 집필해 나갈수록 남자친구 '토마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해시태그 시그네>의 뼈대는 두 연인 사이의 역동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시그네'와 '토마스'가 각자 어떠한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는 모두 두 사람 사이의 경쟁적인 관계로 인해 촉발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감독은 "비록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결말로 끝낼지 이미 생각한 뒤였지만, 글을 쓸수록 '시그네'가 취하는 행동의 순서를 계산하는 게 무척 어려워졌다"라면서, "진짜 현실의 오슬로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캐릭터들이 점점 끔찍한 행동을 하면서 너무 먼 길을 떠나버렸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충분한 자기 인식과 수치심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저를 꼭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 즐거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당부했다.
'시그네'를 연기한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는 "관객들이 차마 사랑하기 어려운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라면서 참여 소감을 남겼다.
어느 순간에는 '시그네'가 하는 말들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연기를 하는 자신조차 헷갈리는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했다고.
영화 후반부 '시그네'의 바뀐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최소 2시간 반에서 최대 7시간까지 분장을 받았던 것이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밝힌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는 처음에는 거울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촬영이 이어질수록 캐릭터와 동화되어 자기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시그네'의 인공 보형물 메이크업은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보형물 디자이너 이찌 갈린도를 마치 주연 배우처럼 모시고 다녔다"라면서, "'시그네'의 얼굴이 어떻게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을지 몇 달 동안 의논했고,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비주얼로 완성되었으면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밌던 건 작품이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과 같은 부문에서 상영된 점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인공 보형물이나 바디 호러 장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덕분이었다"라고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토마스'를 연기한 아이릭 새더는 실제로 조각과 설치미술, 영상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뿐만 아니라 파리의 에두아르, LA의 제니 등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만큼 북유럽 예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첫 장편 영화에 출연한 신인배우답지 않은 노련한 캐릭터 해석과 표현력을 보여준 그는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실제 인물, 상황, 이야기를 암시하는 힌트를 넣기도 했다"라면서, "오슬로는 다른 북유럽 도시들보다 더 활발한 예술계를 보유한 곳이다. 영화는 그런 오슬로 예술씬을 약간 비트는 방식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 감독
- 크리스토퍼 보글리
- 출연
-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아이릭 새더,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헨릭 메스타드, 안드레아 베인 호픽, 세다 비트, 테리에 스트룀달
- 평점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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