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에 관한 모든 편견 깨부수기

- 고강도를 지향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냐
- 지루함 날리는 WOD 방식, 커뮤니티 강조 문화
- 만성 질환 앓고 있어도 도전해볼 수 있어

한때 크로스핏(CrossFit)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지금도 딱히 식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주류라고 부를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기에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박스’(크로스핏 전용 체육관을 일컫는 말) 수는 약 300여 개 정도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위주로 있었지만, 최근에는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크로스핏 박스 몇 군데 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크로스핏은 근력과 유산소, 그리고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을 고루 단련할 수 있는 종합 운동(Total Exercise)이라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골고루 하라는 조언에 비춰본다면 가장 최적화된 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크로스핏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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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핏 = 고강도 운동?

크로스핏 하면 보통 ‘고강도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미디어를 통해 다뤄지는 크로스핏을 보면 박스 점프(Box Jump)라든가, 로잉(Rowing), 배틀 로프(Battle Rope)와 같은 동작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헬스장이나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운동법들이며, 동시에 상당히 난도가 높아보이는 동작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크로스핏은 그런 특정한 동작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운동의 가장 본질적 목적인 체력 증진과 운동능력 향상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동작을 조합해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맨몸 운동, 유산소 운동, 일상적 움직임을 토대로 한 기능성 운동까지 다양한 동작들이 경계를 두지 않고 통합돼 있다.

크로스핏에서 다루는 동작들은 보편적으로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체력 증진과 운동능력 향상이라는 본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강도의 반복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로스핏이 무조건 고강도 운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자격을 갖춘 지도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충분히 유연한 프로그램이다.

크로스핏 하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 / Designed by Freepik

크로스핏,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크로스핏에서 핵심으로 삼는 개념은 ‘WOD(Workout Of the Day)’다. 직역하자면 ‘오늘의 운동’을 의미한다. 매일 다른 프로그램 루틴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며 신체 곳곳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고른 발달과 체력 증진을 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킷 트레이닝(Circuit Training)’의 원리를 이용해 특화시킨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WOD를 구성하는 동작 하나하나는 시간 대비 반복 횟수로 강도를 구분하는 형태가 많다. 즉, ‘짧은 시간 안에 몇 번을 반복할 수 있느냐’로 운동능력 수준을 평가하며, 그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WOD는 20분~30분 사이에 완료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짧다고 여길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높은 심박수를 계속 유지하면서 여러 동작을 수행하게 되므로 일반적인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운동 강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현대인들 사이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HIIT는 빠듯한 시간을 내 운동을 하면서도 충분한 효과를 얻기 위해 탄생했다. 짧은 시간만 운동을 하더라도 높은 심박수를 유지하며 고강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크로스핏 역시 HIIT와 결이 같은 운동법이라 할 수 있다.

크로스핏, 다른 운동과 비교한다면?

크로스핏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면 ‘지루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의해 구성된 WOD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력부터 지구력, 유연성 등 운동능력의 모든 지표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웨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근력 운동은 특정 부위에 정확한 자극을 가하며 반복하는 형태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 역시 ‘분할 루틴’에 따라 여러 동작을 묶어서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무게가 올라갈수록 자세의 정확성에 집중해야 하는 긴장감으로 인해 동작을 수행하는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크로스핏은 동작 자체보다는 운동의 전반적인 흐름을 비롯한 여러 요소로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운동에 대한 집중력은 유지하되, 특정 요소에 대한 집중이 아닌 큰 그림에 대한 집중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WOD 프로그램 자체가 매일 바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박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오늘 해야 할 운동 프로그램을 알 수 없다. 인간은 본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면 심리적으로 미리부터 그 일을 수행하게 되며, 이로 인해 시작하기도 전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크로스핏의 WOD는 프로그램을 미리 알지 못하므로 지루함 대신 기대감과 도전의식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창시자로부터 ‘강력한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문화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화, 기록 경쟁을 하더라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문화가 기본적으로 권장되며, 각 박스의 트레이너나 코치들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문화를 장려한다. 정기적으로 대회나 이벤트를 개최해 동기부여를 이끌어낸다는 것 역시 선호도가 높은 포인트다.

크로스핏은 다른 운동에 비해 커뮤니티성이 두드러진다는 의견이 많다 / Designed by Freepik

크로스핏, 어떤 사람들에게 좋을까

최근 영국에서 크로스핏과 관련해 실시했던 한 연구에서는 크로스핏이 각종 만성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약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이중 280명이 불안이나 우울, 천식, 고혈압, 2형 당뇨, 만성 통증 등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중 151명은 자신의 증상과 관련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 151명 중 69명이 크로스핏을 시작한 후 6개월 사이에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82명은 복용량을 반 이상 줄였다고 답했다. 전체 1,200여 명 중 40%는 크로스핏 시작 후 병원을 찾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오로지 크로스핏으로 인해 얻어낸 것이라고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운동 프로그램으로서 크로스핏이 갖는 복합적 건강 증진 효과를 본다면, 둘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무엇보다 처방약을 끊거나 줄였다는 것은 전문의의 처방 하에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 충분한 신뢰성을 갖춘 셈이다.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흔히 어떤 운동을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앞서기 쉽다. 하지만 크로스핏은 앞서 설명했듯 건강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몸 전체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는 운동이다. 건강 증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박스의 문을 두드려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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