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올핸 독감 안돼요"…'고용량 백신' 필요한 이유
의료 공백과 응급실 대란 등 우려 여전
고용량 독감백신 나와…입원 감소 기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일교차가 커진 날씨 속에서 면역력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령자는 독감 질환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큰데, 올해 계속되는 의료공백으로 응급상황, 입원에 대한 우려도 커져서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고령자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시작돼 연령대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39주차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4.6명으로 아직 유행기준(8.6명) 이하이지만, 환절기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독감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감염 시 만성 기저질환의 악화, 폐렴,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해 입원·사망 위험을 높인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독감이 치명적인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독감에 치명적인 어르신들이 독감 감염으로 합병증·입원이 증가하게 되면 환자 본인은 물론 의료시스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전반적인 면역 기능 저하로 감염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면역 노화) 독감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낮아지며, 독감 감염에 취약해진다. 또 많은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이는 불량한 예후로 이어질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독감 감염 시 연쇄적인 염증반응이 초래돼 심각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고령자 독감에서 가장 중요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은 폐렴이다. 독감으로 입원하는 고령자의 3명 중 1명은 폐렴으로 진행된다. 독감은 폐렴 등 호흡기계 합병증 위험 외에도 세계 사망원인 1~2위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런 이유로 65세 이상 고령자는 독감 감염 시 입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독감으로 인한 기저질환의 악화 및 중증 합병증으로 사망하기까지 입원 기간이 8배 이상 길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올해 어르신 독감백신 시장에는 변화가 생겼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 뿐 아니라 입원, 합병증 감소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고령자 전용 독감 백신이 나오면서 어르신 독감 백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고령자 백신, 왜 달라야 할까…합병증·입원율 감소 고려해야
고령자는 독감 위험성이 증가하는 반면, 독감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은 감소한다. 면역 노화에 따라 면역반응이 저하돼 예방접종 후 백신 바이러스 주에 대한 항체 역가를 달성할 확률이 건강한 성인보다 낮고, 항체 역가도 더 빨리 감소한다.
실제 국내에서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이 23~24 절기 기준 82.5%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2010~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데이터 활용 연구를 보면 2020년 독감 관련 사망자 수의 약 88% 이상이 60세 이상에서 발생했다. 독감 관련 사망자의 84.6%는 입원 중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고령자 대상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표준용량 독감 백신보다 우선 접종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2023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료로 접종 가능한 고면역원성 백신에는 고용량 독감백신(에플루엘다테트라)과 면역증강제가 함유된 독감백신(플루아드 쿼드) 등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표준용량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고용량 독감 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면역노화를 상쇄할 수 있는 높은 항체 수준을 유도하고, 표준용량 불활화 독감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추은주 교수는 "독감 백신의 면역원성 충족 결과가 독감 예방효능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고령자에서 독감 백신의 실질적인 보호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표준용량 독감백신과 비교한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해 실제 독감을 얼마나 예방하는지 확인하는 감염 연구가 필요하다. 합병증이나 입원 감소에도 도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 전용 고용량 독감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는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권고하는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표준용량 백신 대비 우수한 예방 효능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에플루엘다테트라는 표준용량 백신과 비교해 독감 예방 효과가 24.2% 더 높았다. 독감 관련된 폐렴 질환 발생율을 39.8%, 심각한 심폐 질환 발생율을 17.7% 줄였다.
미국 질병관리청은 고령자의 독감 예방을 위해 개발된 고용량 백신, 면역증강 백신, 표준용량 백신 중 고용량 백신의 근거수준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추 교수는 "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다른 질병에 비해 경제적 질병 부담이 더 큰 질환"이라며 "고용량 백신은 수년 간 해외에서 접종돼오면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임상근거를 통해 예방효과가 확인된 만큼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소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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