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페스티벌


Volcano
화산의 땅

하와이 아일랜드 코나 국제공항에 내리자 오아후와는 사뭇 다른 광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차로 30분을 달려도 시야를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오로지 화산지대나 건조한 기후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과 구멍 뚫린 현무암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하와이 아일랜드는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어요. 이곳은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섬입니다. 현재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섬이 조금씩 커지며 성장하고 있어요. 인간이 자연에게 필요한 만큼만 개발을 하도록 허락하고, 개발이 더해지면 화산의 신, 펠레 여신이 화를 냅니다. 하와이 아일랜드 사람들은 아직도 펠레 여신이 살아 있다고 믿는답니다.” 윤민호 가이드의 말에서 하와이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와이 아일랜드는 4천28제곱마일로, 제주도의 5배 크기다.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산과 거친 자연환경 때문에 개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 덕에 신비롭고 역동적인 자연환경을 지니게 됐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은 원시적이고 역동적인 하와이 아일랜드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필수 코스다. 머무는 호텔이 있는 코할라 코스트에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바뀌는 비현실적인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건조한 사막 같은 지대를 지나 나무들의 키가 높아지더니 곧 무성한 열대우림이 펼쳐진다.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 킬라우에아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순상화산인 마우나로아가 있는 땅.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1916년에 설립되었고,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공원의 절반 이상이 하와이 화산 야생 지역으로 지정되어 등산과 캠핑, 하이킹 등을 체험할 수 있는데, 마우나로아의 트레킹 코스는 전 세계 트레커들에게 꿈의 코스로 일컬어진다. 킬라우에아가 2018년 분화하면서 붉은 용암 가까이까지 가는 건 힘들어졌지만 거대한 칼데라에서 희뿌연 화산가스를 내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의 위용에 겸허해진다. 주차장 인근 스팀 벤트에서 분출하는 화산가스를 직접 쐬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자연재해가 있는 반면, 용암은 대비할 수 있어요. 화산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에요.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살아가는 이상 화산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윤민호 가이드의 말을 들은 후 하와이 아일랜드 화산지대에서만 피어나는 식물, 오히아 레후아를 보았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붉은 꽃과 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하와이 아일랜드 사람들이 닮은꼴처럼 느껴졌다.


Festival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열리는 퍼레이드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는 미스 훌라. Ⓒjeongeun_jo

하와이 아일랜드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코나 지구를 중심으로 한 카일루아 코나 지역,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힐로 지역, 리조트가 들어선 코할라 코스트 지역. 그중 코할라 코스트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하와이 아일랜드를 찾은 데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Merrie Monarch Festival)을 관람하는 것.

힐로 올드 타운에서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을 즐기는 하와이 주민들.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은 훌라(Hula)를 재건하여 부흥시킨 하와이 왕 칼라카우아의 업적을 기리며 하와이의 예술과 훌라의 중요성을 알리는 유서 깊은 축제다. 올해로 61회를 맞은 이 축제가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힐로에서 개최됐다. 행사의 꽃은 3일간 20개가 넘는 팀이 경쟁하는 ‘훌라 경연대회’지만 로컬 장인과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 특산품을 선보이는 아트 페어나 행사 마지막 날 열리는 로열 퍼레이드도 인기가 많다. 훌라 경연대회는 이미 1년 전에 티켓이 매진되었다고. 아쉽게도 취재진은 4월 6일, 축제의 마지막 날 아트페어와 힐로 다운타운 거리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를 관람하기로 했다.

퍼레이드에는 하와이 지역사회, 기업, 미스 훌라 등이 참여해 저마다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1960년 힐로 지역은 거대한 쓰나미를 겪고, 해안을 따라 늘어선 사탕수수 농장과 힐로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카메하메하 애비뉴가 파괴되면서 급격한 쇠퇴를 겪어요. 쇠락해가는 힐로 타운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1963년 제1회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지금까지 계속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어요. 초기 몇 년간은 왕의 수염 닮은꼴 경연대회, 이발소 사중주 경연대회, 릴레이 경주, 칼라카우아 왕의 대관식 재현 등의 행사가 주였다가 1971년부터 하와이 모든 섬에서 최고의 훌라 댄서들이 모여 하와이의 예술성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훌라는 하와이 문화와 전통을 넘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퍼레이드에는 하와이 지역사회, 기업, 미스 훌라 등이 참여해 저마다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퍼레이드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1900년대 초반의 모습이 남아 있는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한 올드 타운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들어찼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축제는 행사 참여자, 하와이 아일랜드 주민들뿐 아니라 이웃 섬 그리고 해외여행객까지 모두 하나로 엮는다. “하와이 사람들은 오하나(‘Ohana)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요. 오하나는 ‘가족’이란 뜻의 하와이어예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 혹은 마음을 나누는 존재들도 포용하는 단어죠. 혈연을 넘어 친구와 이웃 등 서로를 위하면서 영원히 기억하는 관계, 오하나의 정서는 하와이 사람들의 DNA에, 생활 깊숙이 녹아 있어요.”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해 가족들(강아지까지)과 함께 파라솔과 캠핑 의자, 도시락을 준비하고 피크닉을 하듯 축제를 즐기는 로컬,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오하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Lū‘au 모두의 잔치, 루아우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자연 라군.

하와이 또는 폴리네시아 지역을 여행하면 훌라 춤을 비롯한 역동적인 문화 공연을 한 번쯤 경험하게 된다. 직접 보기 전에는 호텔에서 주최하는 흥겨운 춤과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는 일종의 ‘디너쇼’라고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루아우에서 훌라 춤을 추는 하와이 공연팀. ⒸHilton Waikoloa Village

고대 하와이에서는 특별한 날에 베푸는 향연을 ‘아하아이나’라고 불렀는데 ‘아하’는 모임, ‘아이나’는 식사를 뜻한다. 모두 함께 모여 축하하는 것은 하와이의 중요한 문화 전통이다. 과거 여성과 남성은 겸상할 수 없었는데, 1819년 카메하메하 2세가 이런 풍습을 없애고 새 시대를 열었다. 남녀가 함께 음식을 즐기며 축하하는 축제가 된 것. 이것이 세월을 거쳐 ‘루아우’가 되었다. 루아우는 하와이말로 ‘잔치’라는 뜻. 호텔마다 개성 있는 루아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레전드 오브 하와이 루아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25만 900제곱미터의 방대한 부지에 646개의 객실이 있으니, 루아우의 규모 또한 엄청나다. 노을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알로하 셔츠와 드레스를 입고 가족과 커플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끝없이 펼쳐진 대형 테이블에 레이를 목에 두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다.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레전드 오브 하와이 루아우’ ⒸHilton Waikoloa Village

하와이 매거진 독자들이 뽑은 하와이 최고의 루아우라는 게 실감 나기 시작한다. 전통 잔치인 만큼 음식도 특별하다. 타로 잎과 뿌리를 이용한 음식, 구덩이를 파서 만드는 하와이 전통 오븐인 이무(imu)에 돼지고기를 잘게 찢어서 구워낸 칼루아 푸아(Kalua Pua‘a), 코코넛 밀크와 옥수수 전분, 물,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 하우피아(Haupia) 등 폴리네시아 문화가 배어 있는 음식들이 주메뉴. 하와이어와 훌라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 뮤지션들의 음악 연주, 아름다운 훌라 춤, 역동적인 타히티안 댄스, 횃불 퍼포먼스까지 다채로운 쇼가 펼쳐진다. 루아우의 마지막은 관람석의 관중과 함께하는 순서다. 무대에 끌려 나온 관객들은 진행자가 이끄는 대로 훌라 실력을 맘껏 뽐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절로 흥에 겨워 나오는 댄스에 관객들도 모두 흥겨워한다. 검은 화산석이 깔린 와이울루아 해변에 황홀한 오렌지빛 석양이 내려앉고, 깜깜한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들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하와이의 신화와 전설, 전통을 되새겨보는 시간. 모두가 하나 되는 ‘오하나’의 순간이었다.

Copyright © hye!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