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매거진-MATCH>현대 캐스퍼 VS 기아 레이


작은 덩치에 큰 매력을 가진 녀석들이 왔다. 구성요소를 정비하여 가성비를 끌어올린 캐스퍼 디 에센셜과 기아 레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국내 경차 시장의 주인공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고 귀여운 이 녀석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승부를 낼까?

글 | 조현규 기자 사진 | 최재혁 사진기자

기아 레이

귀여운 게 최고다

이번 달 모터매거진이 살펴볼 자동차 중 가장 작은 두 녀석이 만났다. 따지고 보면 사촌지간이다. 장르의 특성상 귀여운 외모를 한껏 자랑한다.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경차 시장의 주인공들인 만큼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먼저 성형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기아 레이부터 살펴보자. 앞뒤 램프의 디자인을 바꾸어 인상의 변화를 꾀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앞모습을 바라보면 눈이 두 배쯤 커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아 강인한 인상을 더했다. 부분변경 이전 모델에서 느껴졌던 귀여움이 살짝 성장한 느낌이다. 눈꼬리를 살짝 올리고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 주간주행등을 심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연출한 것도 흥미롭다. 편집부의 누군가는 왕잠자리가 생각난다고도 했는데, 듣고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또 라디에이터 그릴의 변화는 마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상이다. 저 플라스틱을 벗기면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괜히 상상력을 부추긴다.

기아 레이

리어 램프는 약간 사이버틱하게 변했다. 트렁크 리드를 따라 양쪽 테일 램프를 잇는 가로선 디자인은 최근 출시하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이다. 레이는 두 줄의 선을 그었으며 전면부에서 바라본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테일과 유사한 점도 찾을 수 있다. 테일램프 내부의 그래픽도 바뀌었는데,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 선을 그린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리어 범퍼를 살펴보면 트렁크보다 살짝 더 봉긋하게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마치 어린아이의 엉덩이를 보는 것 같아 귀여움이 느껴진다.

현대 캐스퍼

다음은 캐스퍼다. 이번에 준비한 캐스퍼는 새롭게 추가된 디 에센셜 트림이다. 캐스퍼와 레이는 길이(3595mm)와 너비(1595mm)가 같다. 높이는 캐스퍼가 1575mm(루프랙 장착 시 1605mm), 레이가 1700mm이며 휠베이스는 캐스퍼가 2400mm 레이가 2520mm로 더 높고 휠베이스도 긴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캐스퍼는 곳곳을 둥글게 부풀려 놓아서 약간의 잔근육이 있는 몸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레이가 똘망똘망한 얼굴이라면 캐스퍼의 얼굴은 어딘가 뾰로통하다. 하지만 동그란 하단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에 뚫려 있는 두 개의 구멍으로 인해 연지곤지를 찍은 것처럼 귀엽다. 전면부의 이미지는 확실히 캐스퍼 쪽이 마음에 든다. 레이의 전면부 이미지는 덩치에 비해 다소 큰 느낌이 있는 반면 캐스퍼는 완전히 찰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기아 레이

레이와 캐스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은 앞뒤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한 것이다. 캐스퍼는 전면부에서 볼 수 있는 동그란 램프를 후면부에도 적용했다. 가로로 길쭉한 테일램프는 삼각형으로 장식한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리어 범퍼에는 디퓨저 형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기능적인 요소 보다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현대 캐스퍼

결과적으로 종합 외모 점수는 캐스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볼 때마다 귀여워서 깨물어보고 싶은 디자인이다. 그만큼 도로를 달릴 때 눈에 확 띄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 레이는 변경된 램프 디자인이 결과적으로는 살짝 아쉽다. 경차는 귀여워야 한다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것이 귀여울 때 더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아 레이

크기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실내

늘 두툼한 도어를 열다가 오랜만에 얇고 가벼운 도어를 열어본다. 두 경차의 진짜 대결은 실내에서 벌어진다. 각각 다른 장점을 확실히 부각하고 있으니 실내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먼저 공간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작은 차체이지만 실내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나뉜다. 어쨌든 공간 자체는 레이의 압승이다. 높이가 더 높고, 휠베이스도 더 긴 덕분에 경차에 타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넓은 공간감을 자랑한다. 또한 레이의 슬라이딩 도어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리거나 탑승 시의 편의성이 돋보인다. 경차의 천국 일본에서 박스카 형태의 경차가 많은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

기아 레이

헤드룸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며 120mm나 더 긴 휠 베이스 덕분에 레그룸도 한층 여유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키 180cm가 넘는 성인 남성 두 명이 탔을 때 캐스퍼는 살짝 민망할 정도로 답답했는데, 레이는 그러한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1열의 상단에 큼직한 수납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작은 차를 탔을 때 답답하다고 느끼는 편이라면 레이를 골라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두 차 모두 비슷한 수준의 편의사양을 장착했지만, 가격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8인치 내비게이션과 후방 모니터, 풀 오토 에어컨, 6개의 스피커 등 동일한 수준의 옵션을 선택하면 레이가 캐스퍼 디 에센셜보다 145만원 더 비싸다.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캐스퍼에 탑재되지만 레이는 선택도 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비슷한 사양을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캐스퍼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캐스퍼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현대 캐스퍼

두 차의 계기판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한다. 좌·우측에 디지털 속도계와 회전계가 있고, 가운데에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는 방식이다. 스티어링 휠은 두 차의 방향성이 다른데, 캐스퍼는 아이오닉5에서 보았던 2스포크 스타일을 적용했고, 레이는 기아의 상위 차종에서 볼 수 있는 3스포크 타입을 사용한다. 개인적인 취향은 3스포크 타입을 선호하는데, 캐스퍼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시트포지션도 차이가 있다. 확실히 레이가 포지션이 높다. 여기에 넓은 유리창으로 쾌적한 시야를 제공해서 만족스럽다. 대신 왠지 1톤 트럭을 몰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의 높이가 비교적 더 낮아서 그렇다. 그에 비하면 캐스퍼는 확실히 승용차의 감각에 가깝다. 레이보다 한층 낮은 곳에 시야가 위치하고 있어서 낮은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 캐스퍼

인테리어의 승자는 레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덩치가 큰 탓에 캐스퍼의 공간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큰 이유다. 비록 이런저런 편의사양의 가격은 레이가 조금 비싸지만 그 가격을 넓은 공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으로 만족스럽다. 게다가 짐도 더 많이 실을 수 있으니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레이가 가지는 장점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대신 캐스퍼의 공간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캐스퍼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낮은 가격에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무엇보다도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도 더 귀여우니 말이다.

기아 레이

살짝 모자란 레이, 충분한 캐스퍼

마지막으로 비교할 것은 퍼포먼스의 차이다. 비교 시작에 앞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두 차의 파워트레인이 다르다는 점이다. 캐스퍼는 직렬 3기통 1.0ℓ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7.5kg·m를 발휘한다. 레이는 직렬 3기통 1.0ℓ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은 76마력, 최대토크 9.7kg·m다. 변속기는 두 차 모두 4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한다. 레이는 과거에 터보 엔진 트림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자연흡기 엔진만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택지의 차이가 있다.

두 차는 최고출력이 24마력, 최대토크는 7.8kg·m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중형세단이나, 고출력 차들의 경우에는 이 정도 차이가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이 작고 귀여운 녀석들은 체감할 수 있는 차이가 큰 편이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부터 두 차의 출력 차이가 느껴지는데, 레이의 출력이 낮긴 하지만 시내 주행에서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오르막을 만나면 가속 페달에 힘을 생각보다 많이 주어야 하고 회전수를 꽤 높인 상태로 달려야 한다. 반면 캐스퍼는 그보다는 여유가 있는 세팅이다. 작은 터보차저 하나로 조금 더 활기찬 모습이다. 당연히 두 대가 나란히 급가속을 하면 레이는 캐스퍼를 쫓아가지 못한다.

현대 캐스퍼

고속 안정감도 캐스퍼 쪽이 조금 더 낫다. 레이는 디자인의 특성상 무게중심이 높고, 바람의 영향도 제법 받아서 고속 주행 중에는 조금 긴장을 하게 된다. 반면 캐스퍼는 속력을 올릴수록 무게 중심을 낮추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 이상의 탄탄한 안정감을 선보인다. 또한 캐스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는데, 고속 주행 안정감과 더불어서 장시간 고속도로 운전도 제법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주행 질감도 마찬가지다. 레이의 하체 세팅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물렁하게 되어 있는 반면 캐스퍼는 탄탄하고 탄력 있는 모습이다. 두 차 모두 롤링이나 피칭을 억제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레이를 운전하다가 캐스퍼를 운전하면 한 번에 느낄 수 있을 만큼 성격의 차이가 확실하다. 결국 운전하면서 느끼는 만족도는 캐스퍼가 조금 더 높다.

기아 레이

다만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차이가 있다. 특히 캐스퍼는 아이들링 시 느껴지는 진동이 약점이다. 이는 이미 캐스퍼 운전자들 사이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반면 레이는 특별히 불쾌한 진동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앞 유리가 바짝 서 있는 탓에 풍절음이 캐스퍼보다 심한 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장르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캐스퍼의 승리다. 파워트레인의 차이는 물론이고 형태에서 오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게다가 드라이브 모드와 함께 터레인 모드까지 제공하니 그 쓰임새도 더욱 다양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레이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뜻은 아니다. 도심 주행이 주가 되는 경차의 특성을 생각하면 레이도 충분히 실용적인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현대 캐스퍼

결국 이러한 차이는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캐스퍼가 출시된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1년간 캐스퍼는 총 4만5818대를 판매했고, 레이는 4만1235대 판매했다. 국산차 전체 판매량에서 캐스퍼는 10위, 레이는 12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판매량에는 캐스퍼의 출고 대기 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공급난 현상 속에서 평균 대기 기간이 2주 이내인 점은 매력적인 요소다.

현대 캐스퍼

결론

경차 시장을 이끄는 두 자동차를 살펴보았다. 구매할 때 목적과 상황을 확실히 생각해야 한다. 짐을 실을 일이 많고, 넓은 공간이 필요하며 좁은 공간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은 운전의 만족감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레이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레이의 탁 트인 공간감은 웬만한 소형 SUV의 뺨을 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캐스퍼는 주로 혼자 타면서 경차지만 운전의 재미를 느껴야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또한 경차 SUV라는 특성에 따라 터레인 모드를 통해 웬만한 임도 주행은 가뿐하게 해내니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특히 디 에센셜 트림은 레이와 비교해서 가성비도 더 좋다고 평가할 수 있으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SPECIFICATION_HYUNDAI CASPER THE ESSENTIAL

길이×너비×높이 3595×1595×1605mm | 휠베이스 2400mm

공차중량 1060kg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 | 배기량 998cc

최고출력 100ps | 최대토크 17.5kg·m | 변속기 ​​​​​​4단 자동

구동방식 FWD |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12.8km/ℓ | 가격 1690만원

SPECIFICATION_KIA RAY

길이×너비×높이 3595×1595×1700mm | 휠베이스 2520mm

공차중량 1045kg | 엔진형식 I3, 가솔린 | 배기량 998cc

최고출력 76ps | 최대토크 9.7kg·m | 변속기 ​​​​​​4단 자동

구동방식 FWD |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13km/ℓ | 가격 1815만원

(2022년 12월호 모터매거진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