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인천 국가유공자 맞춤정장, 한 벌에 담은 존경의 방식

인천에서 맞춤정장을 만들며 지내다 보면, 가끔 '이 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옷은 넘쳐나고, 더 빠르고 저렴하게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한 벌의 정장을 오래 고민하고,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일이 어쩌면 시대와 어긋난 선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몇 해 전부터 저는 매달 한 분의 국가유공자분께 맞춤정장을 지어드리는 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이나 의미를 담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은 실천은 저에게 더 큰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의 헌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는가.
군복이 국가를 위한 사명과 책임을 상징하는 옷이라면, 정장은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태도를 보여주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정하게 정리된 어깨선과 곧게 떨어지는 실루엣 속에는 그분들이 걸어온 시간과 삶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담깁니다.
이러한 옷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이 아니라, 시간을 쌓아 올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만들어지는 옷과 달리, 한 벌의 맞춤정장은 수많은 손길과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저는 그 과정을 '전통과 정통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오래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기준을 지켜가는 일.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장을 입는 순간, 많은 분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계시고, 누군가는 말없이 웃으며 옷깃을 정리하십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옷이 사람을 바꾼다기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옷을 통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은 단순히 맞춤정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 삶에 작은 예의를 더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인천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과 공간이 생겨나고, 도시의 모습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에 대한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 누군가를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한 도시의 분위기와 품격을 만들어간다고 믿습니다.
저는 거창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도시에서 살아온 분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한 벌의 맞춤정장으로, 조용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 속에서, 여전히 시간을 들여 옷을 만드는 일이 비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느린 과정 속에 람을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 담긴다고 믿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 시간을, 묵묵히 바느질하고 있습니다.
/김주현 바이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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