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아침 결식·음주·스트레스가 식욕 호르몬 교란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6.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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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고 싶어지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는 음주가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그렐린 변화만이 아니라 보상 회로, 충동 조절 기능, 수면의 질 저하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음주 후 그렐린 농도가 하락할 수 있지만, 수면의 질 저하와 식욕 조절 기능의 변화가 겹치면서 장기적으로는 과식과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안철우 교수는 "음주 후에는 폭식이나 야식이 늘고, 다음 날 강한 허기나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혈당 변동성과 수면의 질 저하가 겹치면서 카페인이나 당분 섭취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 인슐린, 렙틴, 도파민 등 식욕과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흔들린다. 즉 음주는 단순히 칼로리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의 식욕 조절 시스템 자체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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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부족 아닌 몸의 신호”…과식·폭식 부르는 그렐린의 경고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살이 찌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고 싶어지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렙틴과 그렐린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은 배고픔을 유발해 식욕을 촉진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두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며 음식 섭취량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문제는 이 균형이 깨질 때다. 그렐린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뇌는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인식해 식욕을 더욱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 특히 단 음식이나 고지방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렐린은 식사 전에 증가하고 식사 후에 감소하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이다. 그러나 수면 부족, 아침 결식, 무리한 다이어트, 음주, 만성 스트레스 등이 반복되면 그렐린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생활습관 관리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내분비내과에서는 그렐린과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 호르몬 균형의 변화, 만성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그렐린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과식과 체중 증가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술을 마신 뒤 평소보다 많이 먹거나 야식을 찾는 경험은 흔하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생리적 변화가 작용한다. ⓒGoogle Gemini 생성이미지

만성적 수면 부족, 대사증후군 위험 높여

수면 부족은 그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연구팀이 20대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하루 4시간만 잠을 자게 한 결과, 렙틴은 평균 18% 하락하고 그렐린은 28% 상승했다. 즉 배고픔 신호는 강해지고 포만 신호는 약해진 것이다.

증가한 그렐린은 야식과 과식을 유도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런 변화는 수면 부족과 맞물려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패턴은 교대근무자, 야근이 잦은 직장인,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관찰된다. 안철우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야식을 찾는 빈도가 늘고,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며, 식사 후에도 허기와 폭식 충동이 강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체중 증가와 복부비만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된다. 더 큰 문제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코르티솔 증가, 인슐린 저항성 악화, 지방 축적과 연관돼 결국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부족과 비만의 연관성은 대규모 인구집단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미국국립보건통계센터(NCHS)가 2004~06년 약 8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의 비만 유병률은 33%로 나타났다.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의 비만 유병률도 26%로 집계됐다. 이는 적정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만 유병률(22%)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수면과 식욕 조절, 대사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내분비·비만의학 분야에서는 수면 부족과 그렐린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안철우 교수는 "단순히 오래 자는 것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 이런 수면 리듬은 식욕 조절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 습관도 식욕 호르몬의 균형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다. 특히 아침 결식은 그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으로 꼽힌다. 식사를 거르거나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위장에서 그렐린 분비가 증가해 허기와 식욕이 강해질 수 있다. 그렐린은 식사 직전에 증가하고 식사 후 감소하는 생리적 패턴을 보인다. 몸에 식사할 시간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규칙적으로 식사하던 사람이 식사 시간을 놓치면 허기나 집중력 저하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그렐린의 분비 리듬과 관련이 있다.

이후 긴 공복이 이어지면 그렐린이 다시 증가해 점심이나 저녁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 호르몬은 새벽 시간대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야식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우 교수는 "특히 아침식사를 반복적으로 거르는 사람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적인 변화가 관찰된다. 오후·야간 과식, 단 음식에 대한 갈망 증가, 혈당 변동성 확대, 카페인 의존도 상승, 야식 빈도 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식후 졸림이 심해지거나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단백질,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한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식후 그렐린 분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 역시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류 위주의 식사는 혈당을 급격히 올린 뒤 빠르게 떨어뜨려 허기와 식욕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자는 것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 이런 수면 리듬은 식욕 조절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Google Gemini 생성이미지

"체중 감량, 단기간에 빠르게 빼는 건 위험"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는 이유는 단순히 영양 섭취 때문만이 아니다. 지나친 공복 상태가 반복되면 오히려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우리 몸은 공복을 단순한 식사 지연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반복적인 식사 거르기나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지속되면 몸은 이를 에너지 부족 상태로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위장에서는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늘고, 이 신호는 뇌의 식욕 조절 중추를 자극해 허기와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문제는 그렐린이 단순히 배고픔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렐린은 도파민 기반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해 고열량 음식에 대한 선호와 섭취 욕구를 높인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식단을 오래 유지할수록 야식이나 폭식 충동이 커지며, 결국 요요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부족한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 몸이 나타내는 생리적 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장기간 저열량 상태가 지속되면 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낮춘다. 이 과정에서는 그렐린 증가에 따른 식욕 상승, 렙틴 감소에 따른 포만감 저하, 기초대사량 저하에 따른 에너지 소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다. 일부 사람에게서 '예전만큼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잘 줄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도 이런 변화가 작용할 수 있다.

반복적인 요요 다이어트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과정이 반복되면 이후 다이어트에서 식욕 조절과 체중 감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안철우 교수는 "임상적으로 이런 변화를 단순한 의지력 부족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몸이 에너지 부족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생리적 보상 기전이 작동한 결과로 본다. 극단적인 절식은 단기간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식욕 호르몬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체중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체중 감량은 단기간에 빠르게 하는 것보다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음주, 우리 몸의 식욕 조절 체계 교란시켜"

식욕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과도한 다이어트만이 아니다. 음주 역시 식욕 조절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이다. 특히 술을 마신 뒤 평소보다 많이 먹거나 야식을 찾는 경험이 흔한데, 그 배경에는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생리적 변화가 작용한다.

알코올은 뇌의 식욕 조절 기능을 흐리게 만든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시상하부와 전전두엽이 포만감과 충동 조절에 관여하지만, 음주 후에는 이런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그 결과 고열량 음식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안주, 야식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행동은 수면과 식사 리듬을 무너뜨려 식욕 조절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다만 음주 후 식욕 증가를 그렐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05년 스웨덴 연구에서 건강한 정상 체중 성인 8명을 대상으로 음주 후 혈중 그렐린 농도를 측정한 결과, 그렐린 수치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음주가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그렐린 변화만이 아니라 보상 회로, 충동 조절 기능, 수면의 질 저하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알코올은 보상 회로와 충동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특히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그렐린이 증가하고 렙틴은 감소해 다음 날 허기와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음주 후 그렐린 농도가 하락할 수 있지만, 수면의 질 저하와 식욕 조절 기능의 변화가 겹치면서 장기적으로는 과식과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안철우 교수는 "음주 후에는 폭식이나 야식이 늘고, 다음 날 강한 허기나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혈당 변동성과 수면의 질 저하가 겹치면서 카페인이나 당분 섭취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 인슐린, 렙틴, 도파민 등 식욕과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흔들린다. 즉 음주는 단순히 칼로리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의 식욕 조절 시스템 자체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욕 조절을 방해하는 요인은 수면 부족이나 음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만성 스트레스 역시 그렐린 분비와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렐린의 과도한 분비를 막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그렐린 분비를 함께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단순한 허기를 넘어 감정적 섭식이 늘어날 수 있다. 감정적 섭식이란 실제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 등 감정에 반응해 음식을 찾는 행동을 말한다.

운동과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 조절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은 인슐린 감수성과 대사 건강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호르몬 균형 유지에 기여한다. 다만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한 고강도 운동을 반복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할 수 있어 운동 강도와 회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안철우 교수는 "그렐린은 생존에 필요한 정상 호르몬인 만큼 무조건 낮춰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도하고 만성적인 그렐린 증가를 막는 것이다. 내분비내과에서는 식욕 자체보다 호르몬 리듬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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