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베이커리 849곳… 전국서 인정한 '빵잼도시'
68년 역사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가장 유명
하레하레·콜마르브레드·정동문화사도 인기
젊은 세대 창업 잇따라 색다른 제품들 눈길
'빵잼 도시' '빵지 순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불리는 대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빵잼 도시'는 빵이 맛있는, 빵이 재미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빵지 순례'는 빵 마니아들이 전국의 유명 빵집을 순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전은 지금껏 재미없는 '노잼 도시'로 손꼽혀왔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대전이 젊은 층에게 핫한 곳으로 떠오른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국민적 빵집으로 자리매김한 성심당, 다른 하나는 인기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덕분이다. 대전에 와서 한화이글스 야구를 보고 성심당에서 빵을 사가는 게 트렌드가 됐다. 성심당과 한화이글스가 대전 원도심 지역경제 활성화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도 매우 크다.
□ 빵집 849개, '빵잼 도시' '빵지 순례'로 자리매김
지난달 28-29일 열린 '2024 대전 빵축제'는 빵의 도시 대전을 실감케 했다. 이틀 동안 14만명이 행사장을 다녀갔다. 대전의 71개 빵집과 전국의 유명 10개 빵집 등 모두 81개 빵집이 참가한 축제는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이 넘쳤다. 주최측은 대전이 '빵의 성지', '빵의 도시'임을 입증했다고 자랑했다.
사실 대전에 빵집이 성업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꽤 오래 전부터 많은 빵집이 맛을 뽐내왔다.
대전세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현재 대전의 빵집이 849개로 나타났다. 인구 1만명 당 5.9개로 서울(6.1개), 대구(5.9개)에 이어 특·광역시 중에서 3위이다. 빵과 칼국수가 '밀가루 도시' 대전을 대표하는 2대 밀가루 음식인 셈이다.
'빵잼 도시' 대전을 이끌어온 곳은 단연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함경도 함주 출신의 임길순(작고)이 창업하여 현재는 장남인 임영진이 2대째 경영하고 있다. 임길순은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때 경남으로 피란했다가 1956년 대전에 정착하여 천주교 대흥동성당 앞에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터라 상호를 성스러운 마음을 뜻하는 '성심(Sacred Heart)'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성심당은 창업 이래 68년 동안 성실하게 맛과 품질을 지켜, 대전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초지일관 품질과 맛을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온 탓으로 대전사람에게 '우리 성심당'으로 불릴 정도이다. 특히 성심당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해온 곳으로 유명하다. 당일 판매하고 남은 빵은 전쟁고아와 사회복지시설에 무료로 나눠줌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도 하고 오래된 빵은 팔지 않는다는 신뢰도 구축해왔다.
성심당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출액도 큰 빵집이 됐다. 지난해 매출액이 1243억원, 종사자가 1000여 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전의 성심당과 함께 군산의 이성당, 안동의 맘모스제과, 대구의 삼송빵집, 광주의 궁전제과 등이 유명하지만 성심당이 매출액이나 지명도에서 압도적으로 앞선다.
□ 68년 역사 성심당이 대전 빵 문화 이끌어
성심당은 늘 신제품을 개발, 성공시켜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튀김소보로, 튀소구마, 명란바게트, 보문산메아리, 부추빵 등이 전국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딸기시루와 무화과시루, 망고시루도 큰 인기를 끌었다. 성심당은 현재 중구 대흥동의 본점을 비롯, 대전역점, 롯데백화점 대전점, DCC점(유성구 도룡동)이 있고, 3곳에 케익부띠끄도 운영하고 있다.
대전에는 성심당 외에도 맛있는 빵을 파는 가게가 많다. 성심당에서 솜씨를 배워 창업한 곳도 있고,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서 가게를 연 사람도 있다. 요즘은 대학에서 전공을 하거나 프랑스,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배워 와 빵집을 차린 곳도 생겨났다.
빵집의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빵을 두루 파는 빵집도 있지만 페스츄리, 케익, 마카롱, 크로와상, 디저트 등 특정한 메뉴를 내세우는 가게가 등장했다. 까다롭고 고급스러워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전문점이 탄생한 것이다.
중구 유천동의 정인구팥빵은 1993년 개업한 곳으로 팥빵이 대표 메뉴이다. 옛맛을 간직한, 소화가 잘되는 건강빵으로 소문이 나 있다. 유기농 밀가루에 설탕이 아닌 사탕수수 비정제원당,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팥빵과 생크림팥빵, 야채빵 등이 유명하다.
서구 탄방동 세이브존 앞에 있는 하레하레는 인근의 탄방, 둔산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빵집이다. 소금빵과 쪽파 베이글, 치즈하레, 쌀치즈카스테라 등이 유명하다. 시간대 별로 상품을 내놓는 데 특정 메뉴는 금방 동이 난다. 대표가 일본에서 제과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유성구 어은동의 콜마르브레드는 제과기능장인 김민철 대표가 운영하는 빵집이다. 그는 국가대표로 국내는 물론 프랑스와 미국 등 해외 여러 대회에 출전, 상을 받은 실력자이다. 끼리바나나, 뉴욕치즈타르트, 쪽파베이글 등이 대표 메뉴이다. 유성구 죽동에 분점이 있다.
출판사처럼 상호를 내건 정동문화사는 휘낭시에 맛집이다. 에그타르트와 카눌레도 소문이 나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포장을 해가는 고객이 많다. 현재 문을 닫았고 10월경 동구 원동 철공소 거리에 다시 오픈할 예정이다.
대덕구 오정동의 몽심은 마들렌 맛집이다. 한남대생들이 교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었다. 밀키연유 마들렌과 레몬 마들렌, 휘낭시에, 스콘, 쿠키, 빅토리아 케이크 등 각종 케이크가 맛있다. 2022년 대전 빵축제에서 '당신의 마음을 울린 빵'에서 1등을 차지했다.
□ 젊은 세대 속속 진입, 개성 넘치는 빵 선봬
유성구 봉명동 르뺑99-1은 한도영 제과기능장이 빵을 만드는 곳이다. 세계 3대 제과제빵대회인 독일 이바컵(IBA)에서 제과 분야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한다. 빵과 케익, 커피가 다 맛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각종 케익과 크로와상, 소금빵, 쌀 카스테라 베이글 등도 평이 높다.
서구 도안동 싶빵공장은 크로와상 전문점이다. 냉동생지를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여 빵을 만든다. 기본 크로와상에 코코넛, 옥수수, 에그치즈, 햄치즈, 딸기생크림을 더한 크로와상도 판다. 플레인 데니쉬 식빵도 인기가 많다. 서구 월평동과 세종시에 분점이 있다.
동구 자양동의 빵한모금도 지역주민과 우송대 학생들 사이에 잘 알려진 빵집이다. 페스츄리와 파이가 유명한 곳으로 커피, 음료수와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에그타르트와 샌드위치도 맛있다.
이들 외에도 대전에는 저마다 맛을 자랑하는, '빵부심'이 가득한 빵집이 많다.
유성구 상대동의 한스브레드, 지족동의 꾸드뱅, 관평동의 그린베이커리, 전민동의 슬로우브레드, 서구 관저동의 베이크오프, 갈마동의 미미제과점, 동구 자양동의 단지한식제과연구소, 중구 은행동의 우시아, 대사동의 극동제과, 대덕구 송촌동의 오렌지블로썸 등도 탄탄한 실력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대전의 빵집들은 변화, 발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속속 진입하여 가성비 넘치는 점포들을 속속 열고 있다. 노력과 경쟁으로 상향 평준화돼 전국 어느 도시의 빵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머지않아 대전이 맛과 멋, 개성을 갖춘 빵집이 즐비한, 명실상부한 '빵의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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