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부적절 행실? 추석 밥상에 오를 '두 얼굴의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최근 공개 행보를 부쩍 늘렸다. 대통령실은 "사회적 약자층을 포함한 봉사활동 전반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구조 현장을 둘러본 김 전 대표는 마포대교 난간을 직접 살펴보며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은 명품백 수수 사건에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권고한 데 힘입어 김 전 대표가 한마디 사과도 없이 민간인 권한 밖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고 봤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 V1이 누군지 분명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 인사도 "제발 좀 가만히 계시면 안 되나"(유승민 전 의원)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부인의 역할은 대통령께서 챙기지 못하는 그런 곳에 목소리도 함께 듣는 역할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살 관련 행보는 꾸준히 해왔다"며 "연속성이 있는 행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 진정성을 봐주면 좋겠다"면서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는 꾸준히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봐주면 좋아할' 김 전 대표의 활동은 어떻게든 알려졌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23일 김 전 대표가 서울역 쪽방촌을 찾아 골목길 청소를 하고 도배작업을 하는 모습이 자원봉사 단체인 '행복나눔봉사회' 블로그를 통해 엿새 뒤에 공개됐다.
영부인으로서 윤 대통령과 동반하는 행사도 잦아졌다.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 파리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과 함께 앉아 메달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날 공개된 추석 명절 영상 메시지에도 윤 대통령과 나란히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설 영상에는 김 전 대표 없이 윤 대통령 홀로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명절 인사를 했다.
한가위 영상에서 김 전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나누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마음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 체코를 방문해 공식 만찬을 갖고 동포들을 만날 예정이다.
도이치모터스 '전주' 넘어 주가조작 방조했나?
봐주면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사건도 어떻게든 알려졌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진정성"과 괴리가 큰 김 전 대표의 행실이 논란의 골자다.
"박절하지 못해서" "몰카 공작"에 당한 김 전 대표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 형사적 책임을 벗더라도, 그가 "아니 이걸 자꾸 왜 사오세요? 정말 하지 마세요"라며 300만 원짜리 명품백을 받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남긴 잔영이 짙다. 김 전 대표는 아직까지 윤리적 책임에 관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드러난 김 전 대표의 또 다른 정체성은 '전주(錢主)'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동원된 157개 계좌 가운데 김 전 대표의 계좌 3개가 포함됐으며, 김 전 대표 계좌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가 40억여 원이다.
또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대표와 모친 최은순 씨는 주가조작 의혹 기간에 약 23억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주가조작꾼에게 속아 일임매매를 맡긴 단순 투자자였다는 취지로 항변해왔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계좌주에) 이름이 있다고 주가조작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여사보다 거래량이 10배가량 많고 관련자와 거래가 많아 기소된 손 씨도 이미 (1심에서) 전체 무죄가 선고됐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김 전 대표의 결백을 주장하는 지렛대로 삼았던 손 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인정해 유죄로 판결하면서 사건의 방향이 바뀌었다.
2심 재판부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 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했다"고 했다. 1억900여만 원 손해를 본 손 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제 또 다른 전주인 김 전 대표를 향한다.
'방조' 혐의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김 전 대표의 법적 방어선도 위태로워졌다. 김 전 대표도 재판에 넘겨 주가조작 방조 여부를 가려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고발된 지 4년 3개월 만인 지난 7월에 김 전 대표를 비공개로 대면조사한 검찰은 추석 연휴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여론의 추이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검찰 판단과 별개로, 야당도 '김건희 특검법'을 벼르고 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평판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0%에 그쳤다. 부정평가 이유 중에는 '김건희 여사 문제'도 꼽혔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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