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챗GPT가 바꾸는 재테크…AI 자산관리 시장 2035년 200조 시대

정은지 기자 2026. 7.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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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챗GPT가 터뜨린 자산관리 혁명…10년 뒤 시장 규모 6배로
단순 매매 대행 넘어 ‘하이브리드(AI+인간)’·'PB 코파일럿' 진화
국내 금융권, 퇴직연금 RA 일임·마이데이터 2.0 업고 주도권 경쟁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부상과 규제완화에 힘입어 전 세계 AI 자산관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247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인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5년에는 6배에 달하는 1511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역시 퇴직연금 일임 허용 등 규제문이 열리면서, AI가 직접 돈을 굴려주는 로보어드바이저(RA)부터 PB를 돕는 AI 에이전트까지 자산관리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하나Knowledge+’ 보고서에 따르면, AI 자산관리는 AI가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느냐에 따라 ▲투자를 대신 집행하는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자가 직접 판단하되 AI가 돕는 ‘투자지원형 서비스’ ▲프라이빗뱅커(PB) 등 전문가의 업무를 보조하는 ‘PB 지원 서비스’ 세 갈래로 나뉜다.

국내 금융권의 AI 자산관리 시장 규모도 2019년 3000억 에서 연평균 38% 성장해 2026년 약 3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임형 RA, 해외는 ‘하이브리드’로 재편…국내는 이제 막 확산

가장 먼저 상용화된 영역은 AI가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매매, 리밸런싱까지 사람 개입 없이 처리하는 일임형 RA다. 2010년대 초반 베터먼트(Betterment), 웰스프론트(Wealthfront) 같은 전문 소형사가 시장을 열었고, 이후 JP모건, 골드만삭스, UBS 같은 대형 금융사가 잇따라 뛰어들었다.

다만 최근 해외 시장의 무게중심은 ‘AI 단독’ 운용에서 ‘AI+사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절세, 은퇴설계, 상속·증여 등 고객 니즈가 복잡해지면서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JP모건은 2023년 12월 자체 일임형 RA ‘유 인베스트 포트폴리오스’를, UBS는 2025년 자문 서비스 ‘어드바이스 어드밴티지’를 각각 종료하거나 매각하며 순수 RA 사업을 재편했다. 반면 메릴은 2만 달러 이상 고객에게 전문가 자문을 병행하는 ‘메릴 가이디드 인베스팅’을 운영 중이다.

국내는 2016년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계기로 RA가 제한적으로 허용된 이후, 2019년 비대면 일임 허용, 2024년 12월 퇴직연금(IRP) 일임 서비스 허용 등을 거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RA 시장 계약자 수는 2017년 3만 9000명에서 올해 4월 기준 39만 명으로 약 10배, 운용 금액은 같은 기간 4200억원에서 1조 3000억 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특히 2019년 비대면 일임이 허용된 이후 최근 5년간(2020~2025년) 일임형 RA의 운용금액과 계약자 수는 각각 연평균 74%, 56% 성장하며 자문형(1%)이나 무료추천형(-14%) 서비스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1인당 평균 운용액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RA가 고액자산가 전유물에서 대중 고객 기반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와 달리 자체 알고리즘 내재화보다 핀테크·독립 RA사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는 국내 RA 투자일임 서비스 점유율 72%(2026년 3월 기준)를 차지하며 하나증권·KB증권·NH농협은행 등에 알고리즘을 공급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파운트와 공동 개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2025년 3월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하나금융연구소

◇투자지원형, 해외는 ‘종합 자산관리’로 성숙…국내는 아직 사전 단계

두 번째 유형인 투자지원형 서비스는 최종 투자 판단을 고객이 내리되, AI가 자산·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거나 리서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챗봇 ‘에리카(Erica)’, DBS의 ‘내브 플래너’ 등이 소비 패턴과 자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제적으로 자산관리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대형 금융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업·기관 투자자 전용 AI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는데, HSBC의 ‘AI 마켓츠’가 대표적이다. 찰스슈왑도 지난 5월 개인투자자용 생성형 AI 분석 서비스 ‘포트폴리오 인사이츠’를 내놓으며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국내는 리서치, 포트폴리오·상품 추천, 챗봇 등 자산관리에 앞선 ‘사전 단계’ 성격의 서비스가 중심이다. 하나은행 ‘아이웰스’, KB국민은행 ‘AI포트폴리오’, 신한은행 ‘AI투자메이트’ 등 은행권은 위험성향과 시장분석에 기반한 자산배분 추천에 주력하고 있고, 하나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는 실시간 시장 정보와 대화형 챗봇을 앞세워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나증권은 내부자 공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AI 내부자 시그널’과 1분 이내 쇼츠 영상으로 투자 전략을 전달하는 ‘세미나라운지’를, KB증권은 뉴스·구조화 데이터에서 핵심 정보를 선별 요약하는 ‘AI 투자 브리핑’을 각각 운영 중이다. 다만 상속·절세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와의 통합은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PB 지원 서비스, 해외는 ‘멀티에이전트’로 진화 중

세 번째 유형은 PB 등 자산관리 전문가의 업무를 보조하는 서비스다. 모건스탠리는 2023년 9월 챗GPT 기반의 ‘AI@MS 어시스턴트’를, JP모건은 PB 자문가를 위한 실시간 AI 어드바이저리 도구 ‘Coach AI’를 각각 도입해 정보 탐색 시간을 95% 이상 단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JP모건은 투자 리서치 자동화와 애널리스트 대상 맞춤형 질의 응대까지 아우르는 멀티에이전트 시스템 ‘Ask David’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PB 코파일럿을 넘어선 자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HSBC도 지난해 9월 대면 직원과 투자상담사를 두루 지원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웰스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2024년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 발표 이후 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2025년부터 PB 역량 강화를 위한 AI 서비스가 본격 출시되고 있다. 신한은행 ‘자산관리 AI 에이전트’, 우리은행 ‘심층 리서치’, 미래에셋증권 ‘WM Daily Brief’, KB증권 ‘깨비 AI’ 등이 잇따라 도입됐지만, 자문 워크플로우 전반을 아우르는 전용 도구라기보다 전사 범용 AI 플랫폼 내 일부 기능 형태가 많아 해외 대비 기능 수준과 통합 범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연구소

◇초개인화와 하이브리드가 다음 관문

전 세계적으로 통합(holistic) 자문에 대한 수요는 2018년 29%에서 2023년 52%로 늘었고, 응답자의 80%는 인간 자문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설문에서도 금융권 AI 활용도가 가장 높은 영역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가 꼽혀 고객 대면 영역 우선 적용 흐름을 뒷받침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을 근거로 향후 AI 자산관리가 ▲소비패턴·자산현황 분석에 기반한 초개인화 서비스 확산 ▲일임형 RA의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 ▲PB 코파일럿의 멀티에이전트화라는 세 방향으로 고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발표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과 ‘AI 기본법’ 시행으로 AI 자산관리의 규범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어, 향후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사들이 일임형 RA는 퇴직연금(DC형)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투자지원형은 상속·절세 등 비금융 영역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로, PB지원형은 자문가 전용 도구로서의 완성도를 각각 높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5년 6월 「마이데이터 2.0」 시행으로 전 업권 일괄 조회·진단이 가능해진 만큼, 향후 신용정보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 국내 서비스도 ‘진단-설계-실행’을 아우르는 종합형으로 진화할 여지가 크다.

도움 = 이시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

정리 =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