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이 미드사이즈(국내 기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도요타 하이랜더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파일럿은 독특한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025년형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지난해 가을 국내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4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이 차량은 여전히 신차 급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관은 BMW X5나 X7과 비슷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90mm, 전폭 1995mm, 전고 1805mm, 휠베이스 2890mm로,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2열과 3열의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해 성인 탑승객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2열 중앙의 보조 시트는 탈부착이 가능해 7~8인승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사실상 3열까지 2-2-2 시트 구조로 6인이 제격이다.
블랙 에디션의 외관은 이름 그대로 블랙 컬러로 통일감 있게 디자인됐다. 그릴의 대형 혼다 엠블럼에는 주행 보조 기능인 혼다 센싱을 위한 레이더가 내장돼 있으며, 카메라 근처에는 초소형 워셔액 장치도 설치돼 있다. 20인치 블랙 휠은 차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3열 창문은 다른 경쟁 모델들보다 크게 설계돼 개방감을 높였다.
실내는 블랙을 기본으로 하고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줘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도어 트림 등에 적용된 레드 스티칭은 세련된 감각을 더한다. 또 1열 헤드레스트와 플로어 매트에는 블랙 에디션 로고가 새겨져 있어 특별함을 강조했다.
파일럿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차박 기능이다. 2~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선반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풀플랫 공간이 만들어진다. 세로 길이 180cm를 넘는 이 공간은 거의 완벽한 차박 환경을 제공한다. 곳곳에 배치된 대형 컵홀더와 수납함은 차박 시 유용한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
매트 하나 깔고 침낭에 들어가면 추위 보단 아늑한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낭만을 맛본다. 대형 선루프를 열면 그대로 차박 캠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혹한기에 오프로드를 넘어 자연과 함께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셈이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의 가장 큰 매력은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부드럽고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특히 V6 엔진 특유의 풍성한 배기음은 운전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준다.
주행 성능도 인상적이다. 2톤이 넘는 차체 무게에도 불구하고 가속 성능이 뛰어나 도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차량을 여유 있게 추월할 수 있다.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하며, 주행 모드 선택 기능을 통해 스포츠, 에코, 스노우 등 상황에 맞는 주행 특성을 선택할 수 있다.
아웃도어에 특화된 전륜 기반 4륜구동의 파일럿은 주행감도 일품이다. 낮은 RPM과 고 RPM 영역의 특징이 뚜렷해서 V6 호쾌한 주행을 맛보려고 악셀 패달링을 주로 즐겼다. 자연흡기 엔진의 짜내는 듯한 힘은 그야말로 엔진이 어떻게 피스톤 운동을 하는지까지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V6 엔진에 공기가 흡입되는 순간과 폭발행정이 오감으로 느껴진다.
미국 동서부를 잇는 고속도로를 하루 종일 고속으로 달리고 또 달려도 V6 엔진과 10단 미션은 끄떡없을 거란 믿음이 있다. 운전자만 바꾸면서 일주일을 쉬지 않고 달려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일본 특유의 자연흡기 엔진 중 '끝판왕'이라고 보면 된다.
연비 효율성도 준수한 편이다. V6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주행 시 13.3km/L의 연비를 기록해 대형 SUV로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는 혼다의 V6 엔진이 정속 주행 시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는 점을 입증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10.2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품질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혼다가 오랫동안 개선하지 않은 부분으로, 고급스러운 외관과 대비돼 아쉬움을 남긴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의 가격은 7090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모델보다 150만원 높지만, 블랙 에디션만의 특별한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컬러 옵션은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로 제한돼 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혼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