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핵심 전략 자산인 서울 강남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둘러싸고 운용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사업 구조와 그룹 경영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자산이 외부로 이전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센터필드가 매각될 경우 그룹 경영전략 기능이 집결된 거점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신세계프라퍼티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이를 토대로 한 중장기 투자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210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의 핵심 자산인 센터필드 매각과 관련한 신세계프라퍼티의 반발에 대해 “수익자들과 충분한 사전 소통을 거쳐 내린 운용사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라며 “예정된 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또 “자본시장법에 따라 운용사는 투자자의 지시가 아닌 독립적 판단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며 “이번 매각은 펀드 만기 도래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15일 센터필드 매각 소식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합리적인 근거나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매각 시도가 계속될 경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역삼 센터필드는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상징성과 실익을 동시에 지닌 핵심 자산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그룹 경영전략 기능이 집결돼 있고 신세계프라퍼티와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이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저층부 리테일 공간인 ‘더 샵스 앳 센터필드’ 역시 신세계프라퍼티가 직접 운영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스타벅스 운영사인 SCK컴퍼니 본사까지 이전하면서 핵심 인프라의 집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매각 시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필드는 2021년 준공 이후 공실률 0%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온 만큼, 회사 실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캡스톤APAC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호는 센터필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부동산 펀드로 신세계프라퍼티가 주요 수익자로 참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해당 펀드의 순이익은 518억원으로 신세계프라퍼티 전체 순이익 797억원의 약 65%를 차지했다. 센터필드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평가이익이 신세계프라퍼티 실적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신세계 측은 센터필드에서 사실상 ‘세입자’ 지위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소유주가 등장하면 조선호텔 마스터리스 조건이나 리테일 운영 방향, 추가 투자 여부를 둘러싼 의사결정에서 기존과 같은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전략 기능이 집중된 핵심 공간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영 유연성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수익 구조를 감안하면 매각 강행은 신세계프라퍼티의 중장기 사업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30년까지 최대 규모로 조성될 청라 스타필드를 비롯해 창원·광주 스타필드 신규 점포 개장,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화성 테마파크 조성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해당 기간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상 투자 규모만 약 13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센터필드와 같은 프라임급 자산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수익은 신규 투자 재원을 뒷받침하는 핵심으로 작용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핵심 수익 자산의 매각이 향후 투자 여력과 사업 추진 속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센터필드 매각은 전혀 고려한 바 없으며 운용사 측의 매각 결정에 동의한 사실도 없다”며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 절차가 추진되는 것은 핵심 투자자와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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