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DNF의 원인을 분석해보자 (5시간 목표인 사람들과 공유)

2022년 나에게 첫 마라톤 완주를 선물했던 JTBC

2022 경주: 30km DNF(회수차)

2022 JTBC: 완주 (5:00)

2023 동아마라톤: 32km DNF(회수차)

2023 춘천: 완주 (5:40)

2024 시카고: 완주 (5:39) 

시카고 마라톤을 대회전 LSD 삼아 이번에는 조금은 기대를 하고? 4시간 40분정도는 어떻게 안될까? 라는 건방진 생각과 함께 

대회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25km 에서 중도 탈락 DNF 

그러면서 나름 왜 실패 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았습니다. 

1. 제대로 먹어야 더 오래 뛰고 버틸 수 있다. 

풀코스 경험이 아직 10번도 되지 않기는 하지만, 

20~30km 지나면서 느끼는 힘듬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제대로 먹지 못하면 큰일 난다" 입니다. 

집에서 편하게 준비하면 더 잘 먹고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일/월/화/수 디로딩 부터 삐걱거립니다.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 애들 먹다 남긴 것 먹고, 오히려 회사에서 자꾸 윗사람들이랑 점심먹으면서 

디로딩을 해야 할 순간에 카보로딩을 하고 있었고, 막상 목/금/토 카보로딩이라고 해서 제대로 탄수화물을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거나 많이 먹는 꼴이 되었습니다. 

특히 당일 아침에 5:00에 일어나서 뭐라도 먹고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늦잠을 자서 

에너지바와 아미노바이탈 겨우 챙겨먹고 가게 됩니다. 

애오개-충정로 오르막을 오르면서 조금 빠르게 소진되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에너지젤을 조금 일찍 까먹기 시작했는데도, 그게 회복이 안됩니다... 신답지하차도 지나면서부터는 보통은 더 나중에 느껴야 할 

신체적 에너지 부족이 정신을 지배하는 그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더 밀고갈 힘이 부족한 데다가 + 어짜피 이 대회는 내가 한번 완주했던 (이미 정복했던) 대회니까 라는 생각 + 

이대로 가봐야 인도로 가거나 회수차다 라는 생각에 그냥 포기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에서는 저같은 목표시간이 생존(5시간)인 사람들은 20~30km 이후는 모든 보급이 사라지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회 조직위에서 데스크를 다 예정 시간보다 훨씬 일찍 치워버립니다. 

바나나? 초코파이? 그런거는 4시간 정도 페이스 (6:50)로 끝까지 밀고 가야 먹을 수 있는 겁니다. 

물론 1/3 정도의 급수대/보급대에서는 안치우고 계시기도 하지만, 그걸 바라고 가기에는 보급품이나 에너지젤은 훨씬 넉넉하게 챙겨야 하며 

아예 코스에 있는 편의점 (중간에 사먹을 수 있는)을 보급 포인트로 미리 생각해 두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7fed8272b4826aff51ee8ee5458573735f0242985484956ab83a3af8d9962469

2. 추운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우면 못한다. 

2년 전 JTBC의 날씨를 기억했을 때, 반팔티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과 

시카고 부심에 만취한 나머지, 시카고 마라톤 기념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로 합니다. 

그동안 레이스 사진에 나왔던 에어로스위프트 타이즈의 회음부가 너무 추하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서 이번에는 5인치 반바지를 입기로 합니다. 

그리고 대회 끝나면 살이 너무 많이 타길래, 팔토시도 이번에는 하고 참가합니다. 

장갑도 끼고 시작했구요. 

얼굴이 너무 타길래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큰 것으로 착용합니다. 

네 이게 다 망조였습니다. 11월 답지 않게 어제(11월3일)는 너무 기온이 높았습니다. 

반팔티는 나의 땀을 그대로 흡수해서 어깨를 더 무겁게 했고, 선글라스도 자꾸 무거워서 내려왔고, 

팔토시가 이렇게 덥고 답답한 물건인지는 처음 느꼈습니다. 

싱글렛은 멋있으려고 입는게 아니라 진짜 그게 편해서 입는 것이라는 것을 6번의 풀코스에서야 실수로 배워갑니다.

(하프까지는 문제 없을 것 같은데 풀은 싱글렛 + 소재도 땀 흡수 잘 안하는 것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바지 또한, 엉덩이가 윗쪽이 짧다보니, 레이스벨트의 윗부분과 살이 쓸려서 발생하는 불편감이 있었습니다. 

3. 신발은 쓰던 신발, (너무 무겁지 않다면) 내 발에 편한 신발이 좋은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뒷꿈치 일부가 잘려있다는 신발을 신고 뛰었습니다. 

첫 10km 까지는 6:00~6:15 정도로 기대 이상의 페이스를 기록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만, 어쩌면 그것이 오버페이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세 번의 완주에는 NB SC elite (2E모델) 하고 나이키 베넥)

20km 부터, 무릎이 아픕니다. 그동안 한번도 아팠던 적이 없는 부위가 아프니까 자신감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전 5번의 풀코스에서는 발바닥이나, 허벅지 앞쪽, 이런 부분이 아파서 못뛰었는데, 슬개골 양쪽과 뒷쪽 장경인대/ 햄스트링까지 

난생처음 불편한 부분이 올라오니까 자신감이 뚝 떨어졌습니다. 

하프까지는 저 신발로 잘 뛰었었고 연습을 꽤 했었기에 (올해 200km정도) 발에 안맞는다는 생각까지는 안해봤는데 

(300km 이상 신은 베넥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에 신었던 신발입니다. )

하지만 그것으로는 다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신발이 발에 좀 더 익어야 했거나, 아니면 나의 뛰는 모양이 이 신발에서 권장하는 모양 / 속도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으로 간다면 2E가 있는 모델로 다시 돌아갈 것 같습니다. 

4. (5시간 완주 목표인 분들만 보세요) 결국 3시간 부터는 퍼진다. 너무 느리게 가면 세 시간 이후 나머지 거리가 너무 길어져서 완주 못한다. 

컨디션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3시간이 넘어서 부터는 있던 에너지가 고갈되고 

억지로 버텨야 하는 구간이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잘뛰시는 분들은 3시간이면 대개 30~35km를 지난 경우가 많기에 정신력을 초빙해서 나머지 구간을 밀고 가지만.... 

제가 겪은 고갈 시점은 보통 20~25km였습니다. 

이번 시카고에서는 23km 정도였고 가장 기록이 좋았던 2022 JTBC에서는 28km까지는 그래도 버티고 버텨서 (반이상 뛰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결국 5시간 완주를 하려면 3시간에 30km는 통과를 해야 (하다못해 28km) 나머지를 버티고 버텨서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레벨에서는 42.195km를 이븐하게 나누는 페이스는 거의 불가합니다. 5시간에 통과하고 싶으면 

4:20~30의 페메를 따라서 30km까지는 버텨야 5시간이 가능한 것이고  

5:00 페메가 나를 지나가면 그 순간 회수차 or 인도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사실 버티고 뛰면 5:20~30정도는 될 것 같았는데 (하프 통과 시간은 오히려 춘마보다 좋았거든요) 

그냥 그게 하기가 너무 싫었어요. 회수차 옆에 지나가면서 메가폰으로 빨리 나오라고 (당장 꺼져! 로 들립니다) 하는 소리 듣느니... 그냥 내일 출근도 해야하니까 

빨리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

이렇게 DNF 해놓고 오늘은 또 베를린마라톤 추첨에 응모하였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제 수술때문에 상반기를 날렸고, 내년에는 뭔가 제대로 (4:45)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즌 오프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대회들 대부분 마무리 되었네요.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