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전망' 오리온, '레고켐 인수' 바이오에 꽂힌 까닭은

오리온 본사 전경 이미지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종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국내 대표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해 눈길을 끈다. 식품에만 편중돼있는 오리온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내수 식품시장은 인구 감소·경쟁 과열로 인한 성장 한계에 봉착했고 해외 시장도 러시아 전쟁과 한한령 등 대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3년 잠정 실적이 매출액 2조 9487억원, 영업이익 492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2.6%, 5.5% 늘어난 수치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지난해보다 약 20일 늦어진 것을 감안하면 막판 스퍼트로 '매출 3조 클럽'에 입성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잘 나가는 제과업체' 오리온은 이종 산업인 바이오 분야로의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달 15일 총 5485억원을 투입해 레고캠바이오의 제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구주를 매입해 지분 25.7%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오리온의 중국 지역 7개 법인 지주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PAN오리온)'이다. 인수 절차가 모두 완료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되며 '오리온홀딩스 → 오리온 → PAN오리온 → 레고켐바이오'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오리온이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향후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내수 식품시장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인구 감소와 경쟁 과열로 인해 시장이 축소되는 '슈링코노믹스'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식품시장은 더는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국내 식품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은 대외 변수로 인해 흔들리기도 했다. 오리온의 중국 법인 매출은 2016년 약 1조 2000억원에서 2017년 7950억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한한령)가 이어진 탓이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이 다시 회복되기까지는 약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 온 러시아 법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루블화 가치 하락(2023년 11월 기준 -35.1%)이라는 변수를 맞이했다.

오리온이 △ 간편대용식 △ 생수 △ 건강기능식품(바이오) 등을 3대 신사업으로 정한 것도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의 지휘 아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바이오 산업에서는 2021년 3월 중국 국영 제약사 '신둥루캉의약'과 합자법인을 세웠고 2022년 12월에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회사(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리온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식품 사업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식품 기업들은 자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M&A나 합작을 통해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은 자체 신약 개발 과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유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 하지만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것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3년 간 두 차례나 다국적회사와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는데 국내 바이오사 중 이런 성과를 낸 기업이 거의 없다"며 "오리온 입장에서 'ADC'로 불리는 유망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것은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레고캠바이오는 항체약물결합 방식의 차세대 항암치료제 ADC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ADC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들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특징을 지닌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ADC 기술에 관심을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글로벌 ADC시장은 2022년 58억 1000만달러(한화 약 7조 4000억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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