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과 사업 규모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유진투자증권은 공격적 외형 확장 대신 안정 성장 전략을 택했다. 자산관리(WM)·기업금융(IB)·운용을 축으로 한 균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다. 실적 안정성과 재무 부담 관리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으로 평가되지만, 이 전략만으로 대형사와의 규모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증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조6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844억원으로, 당기순이익도 645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44.7%와 30.1%씩 증가했다.
특정 사업이 아닌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 개선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업 구조 안정성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변동성이 큰 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수익 축을 유지하는 구조가 방어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 보면 WM 사업은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수익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해외주식 계좌와 관련 자산이 늘었고 마케팅과 인프라 개선이 고객 기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운용 부문에서는 채권 운용이 금리 환경 부담 속에서도 보수적 전략을 통해 안정적 성과를 유지했고 주식 운용은 시장 상승 흐름을 반영해 수익률이 개선됐다. 기업금융 부문도 유상증자 주관, 채권 인수, 인수금융 확대 등을 통해 수익원을 넓혔고 기업공개 조직 확대 이후 다수의 주관 계약을 확보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문제는 성장 속도다. 현재 구조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확장 탄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형사들이 투자은행, 대체투자, 글로벌 딜 등을 통해 수익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동안 중형사는 동일한 속도로 외형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정 전략은 손실 위험을 줄이는 대신 자본 축적 속도를 늦추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이는 단기 실적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장기 경쟁 구도에서는 격차 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한계는 존재한다. WM·IB·운용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는 특정 시장 충격에 대한 방어력은 높지만 고수익 사업이 실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구조는 아니다. 시장 호황기에는 수익 확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자본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안정성과 성장성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
신사업 역시 단기간에 돌파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유진증권은 인공지능 기반 인프라 구축과 토큰증권 등 미래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핵심 수익원으로 키우기보다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보다 리스크 통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이는 재무 안정성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유진증권의 선택은 격차 축소 전략이라기보다 격차 관리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리한 확장을 통해 몸집을 키우기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시장 변동성을 견디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형 증권사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대응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자본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산업 구조에서 안정 전략만으로 경쟁 구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진증권은 공격적 확장 대신 체력 유지 전략을 선택한 회사"라며 "안정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자본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환경에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평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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