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상상인저축은행’ 전철 밟나…PE 스터디 착수 [넘버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는 카카오그룹의 대주주 리스크가 발생한 카카오뱅크 매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다수의 투자자는 시중은행 및 정보기술(IT)기업과 컨소시엄 구상까지 염두에 두고 카카오뱅크 스터디에 들어갔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다 매력적인 매물인 만큼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카카오 1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은 자본시장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처벌 확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확정되면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발생해 김 의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다. 해당 주주는 당국이 제시한 기한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을 지킬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상인 측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을 명령했다. 같은 해 5월 유준원 상상인 대표와 이들 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유 대표와 두 저축은행에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와 허위보고,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중징계하고 법원 판결 이후 각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이같이 주문했다.
형이 확정되면 카카오도 당국의 방침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1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 경우 2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지분율 27.17%)도 지분매각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르려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한투증권이 부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사업 전반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증권사인 만큼 은행지주회사 전환이 사업 모델과 부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가 한국금융지주 본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사업영역인 기업대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경우 비은행지주의 순자본비율(NCR) 필요 자본을 계산할 경우 위험가중치는 최대 32%”라며 “은행지주의 바젤3 기준 위험가중자산(RWA) 계산 시에는 이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자는 스터디에 들어갔다. 특히 PEF 운용사 등은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로 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컨소시엄을 염두에 두고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컨소시엄 대상으로는 네이버가 꼽힌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9년 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했을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국내가 아닌 해외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선회했다. 현재 네이버는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아 서비스하고 있다.
시중은행 역시 투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상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중금리대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디지털 혁신에 기반해 시중은행이 다루지 못하는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시중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융당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은 컨소시엄을 꾸려 시너지를 내는 선에서 소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수와 실적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공식적인 매각절차가 진행될 경우 시중은행은 물론 네이버 등의 IT 기업도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카카오뱅크 사업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기도 한다. 카카오톡 및 카카오페이 등과의 연동성 또는 시너지 의존도가 큰 만큼 향후 3자 매각할 경우 수익성, 성장성 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과의 계좌연동이 간편해 이용자 수가 많은데 네이버 등에서 인수하면 지금과 같은 이용자 수, 실적 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인수 이후 시너지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에만 231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국내 인터넷은행 1위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고객 수는 2403만명에 이른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780만명, 주간활성이용자(WAU)는 1300만명이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