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한마디도 소중"..'고소영♥' 장동건, 해킹·사생활 논란 후 되찾은 초심 [인터뷰 종합]
[OSEN=하수정 기자] 장동건이 6년의 공백기를 끝내고 '보통의 가족'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호평 가득한 새 작품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두 자녀를 향한 애정, 아내 고소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카페에서는 영화 '보통의 가족' 주연배우 장동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작품이다.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프의 소설인 '더 디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미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나왔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2일 개막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에 공식 초청을 비롯해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여기에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18회 런던한국영화제, 제35회 팜스프링국제영화제, 제26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공식 초청 19회에 빛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으며,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최우수 각본상과 제39회 몽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장동건은 극 중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인물 재규를 맡았다.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그와 관련된 굳은 가치관을 지녔지만, 어느 날 자신의 아이의 충격적인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다. 본인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강하게 부딪히는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장동건은 2018년 개봉한 영화 '창궐'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앞서 2020년 절친한 동료 배우 주진모와 나눈 사적인 대화의 일부가 해킹으로 유출되면서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날 장동건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사실 이 자리가 굉장히 떨린다"며 "영화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게 많겠지만, 내 개인사도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동건은 작품보다 자신의 개인사 등이 주목을 받을까 봐 걱정하면서 양해의 멘트를 구했다. 이어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이게 나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고, 지금 모두가 만든 영화의 분위기도 좋은데, 혹시라도 영화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엄청 조심스럽다. 걱정되는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정중하게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며칠 전 언론시사회에서 "재판장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오랜만에 영화이기도 했고, 최근작들이 좋은 평을 못 받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평과 흥행에) 목마름이 있었다"며 "대기실에 있다가 언론시사장으로 들어오는 구간이 어둡고 짧았는데 순간 그런 느낌이 들더라. 배급관에선 토론토영화제 같은 반응이 안 나와서 걱정했다. 반면, 언시관에선 웃음도 많이 나왔고, 좋았다고 했다. 어떤 순간에 베우 4명이 갑자기 풀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다행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냐?"라는 질문에 "경구 형이 먼저 캐스팅 돼 있었다. 내가 기존에 했던 거 말고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였다. '이런 역할을 해 본 적이 없었구나' 싶더라. 더군다나 재규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것 같았다. '이건 그냥 날 한번 이 캐릭터에 많이 투영해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장동건은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까 심정이 이해가 갔다. 영화에서 캐릭터를 설명할 때 형 재완은 냉철하고, 동생 재규는 선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약간 비틀어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단순히 외적인 선함이 아니라 모든 걸 끄집어내서 보여줄 수 있겠더라. 그리고 허진호 감독님이 하니까 전작을 함께 한 경험이 있어서 좋은 작업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소영과 지난 2010년 결혼한 장동건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부부로 꼽힌다. 같은 해 아들을 품에 안았고, 2014년 둘째 딸을 출산했다. '보통의 가족'을 찍을 때 아빠로서 더욱 몰입되는 지점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영화 속 아이들이 너무 나쁘게 나오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며 "난 내 딸이 처음 유치원 다닌 것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뭐가 잘못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옆에서 볼 땐 별 문제가 아닌거 같은데 커 보였다. 우리 영화도 부모의 과한 나쁜 상상이 캐릭터로 설정된다"고 밝혔다.
섭외를 받고 아내 고소영과 얘기를 나눴다는 장동건은 "시나리오를 받고 이런 영화가 있다고 아내에게 말해줬다. 이전 리메이크 했던 영화 2편을 둘이 같이 봤는데, 영화만 봤을 땐 재완이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이프는 '당신은 동생 재규 역할을 하는 게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재규 역할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여다 봤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더라. 재완과 재규 중에선 재규가 훨씬 더 닮은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소에는 작품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부부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섭외가 오면 시나리오를 같이 보긴 하는데, 완성된 타 작품을 다시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진 않는 편"이라며 아내의 공백기도 언급했다.
장동건은 "아내의 공백기가 길어져 나도 아쉽다. 본인도 그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대본 같은 것도 가끔식 오기도 하는데, 조금 쉽지 않다"며 "오랜만에 나올수록 점점 나오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건가? 그러다보면 시간이 더 길어진다"며 고충을 이해했다.
슬하에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아빠 장동건. 이번 영화가 부모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배우들끼리 이 영화 제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식이 웬수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했었다.(웃음) 그럴 정도로 자식 문제에 대해선 부모 입장으로 공감되는 지점이 많이 있었다"며 "난 지금 내 아이들과 관계를 봤을 때 아들과 딸이 하나 있다. 아들이 아직 사춘기는 아니라서 사이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딸 하고는 오히려 죽이 잘 맞아서 잘 논다. 딸 아이가 야무지고 개그캐다. 대화가 되고 농담도 받아친다. 딸이랑 지내는 시간이 재밌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아가였을 때 가졌던 아빠의 근엄한 모습은 거의 없어졌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통의 가족'이 장동건의 재기작 같다"는 말에 "난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하는 마음 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기존의 영화들은 뭔가 내가 아닌 것에서 갖고와 끄집어내고, 덧붙여서 만들었다. 근데 '보통의 가족'은 내 안에 있는 것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그걸 표현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배우로서 이 영화를 하면서 기대감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사생활 논란) 그 일이 있은 이후에 다시 촬영장에서 영화를 할 때, 이런 낯섦,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소중한 마음이었다"며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알려지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현장과 대사 한마디 등 이런 것들이 예전보다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 당연한 것들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역으로 내 안에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16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