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산인데도 갈 수 없는 길이 있었습니다. 설악산은 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그중 한쪽은 오랫동안 닿을 수 없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고성 구간입니다. 산은 이어져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 시간이 무려 56년입니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막혀 있던 길이, 이제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그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하나의 변화가 만들어졌습니다.
4.3km, 짧지만 상징적인 첫 연결
이번에 새롭게 열리는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닙니다. 말굽폭포에서 미시령계곡까지 이어지는 4.3km 구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길이 길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끊겨 있던 동선을 처음으로 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길은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 구간 중 일부는 국립공원 안에, 나머지는 공원 바깥을 따라 이어집니다. 하나의 길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그동안 나뉘어 있던 흐름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동선이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갈 수 없던 곳’에서 ‘걷는 길’로 바뀌는 순간
그동안 이 지역은 설악산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산자락을 공유하면서도, 특정 지역만 공식 탐방이 가능했던 구조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은 다른 지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그 흐름을 바꿉니다. 이제는 단순히 ‘볼 수 있는 산’이 아니라, 직접 ‘걸을 수 있는 산’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눈으로 보는 풍경과, 발로 느끼는 풍경은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50억 원 규모, 천천히 완성되는 길
이 길은 한 번에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약 5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진행되며, 데크와 난간, 계단, 교량 등 안전시설이 단계적으로 구축될 예정입니다.
산길은 단순히 길을 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길은 ‘빠르게’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과정입니다.

울산바위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향
이번 탐방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울산바위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특정 출발 지점에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구조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루트가 생깁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섭니다. 탐방객이 특정 구간에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산 전체를 더 균형 있게 이용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줍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방식도, 이제는 ‘분산’이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의 길이 만들어내는 변화
4.3km라는 숫자만 보면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56년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변화는 단순히 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제 설악산은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닿지 못했던 풍경이, 천천히 사람들에게 열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은 다시 한 번 찾아가볼 이유가 충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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