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임지연 “연기력 논란 또 생길 수도 있지만”[EN:인터뷰④]

이민지 2023. 3. 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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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과거 문동은(송혜교 분)을 지옥으로 몰아간 학교폭력의 주동자 박연진으로 열연했다. 박연진은 문동은의 복수가 시작된 후 모든 것을 잃을 위기를 마주한 후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반격을 시도하는 악인이다.

임지연은 역대급 악역 박연진을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임지연이란 배우의 어떤 면 때문에 '더 글로리' 러브콜을 받았을까 ▲ 작가님이 '넌 착하게 생겼는데 천사 같은 얼굴에 악마의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다.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이라고. 내 악마의 심장을 보셨을까(웃음) 활짝 웃으면서 '잘 해볼 수 있어요' 했는데 그 안에 악마의 심장을 보셨나보다. 첫 미팅 때 '연진이에게 어떤 미화도 서사도 부여하지 않을거야' 이야기 하셨고 나도 동의했다. 연진이는 결코 용서받을 뭔가를 해서 달라지고 그렇지 않은 악역이 되고 싶었다. 끝까지 세상 사람들이 미워했으면 좋겠다 이야기 했었고 감독님 작가님도 그런 생각이셨던 것 같다.

- 연진과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의 장면은 어떻게 해석했나 ▲ 동은이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조건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계획. 잘 짜여진, 그림 좋은 남편이 왔고 그래서 결혼한거다. 원하는 나이, 가장 예쁜 나이에 예쁜 아이를 낳아 키웠고. 그러다 모성애가 생긴거다. 남편은 다른 문제였는데 어느 순간 '남편을 사랑하네'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남편의 내 자존심이 된거다. 동은이와 만났다는 것에 자존심이 무너지고. 하던대로 남편을 다시 내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남편을 보며 변해가는 신은 바뀌어가는 남편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이라 어려웠다. 대본을 가장 많이 본게 남편과의 장면이었다. 이해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연진이라면, 도영이라면 어떨지 오빠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작가님과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진 신이기도 했다.

- 연기 전에 캐릭터를 이해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이해가 안 되는게 너무 많았다. '이런 애가 있나. 이럴 수 있나' 하는 장면이 많았다. 대본 나올 때마다 배우들이 자기들도 나쁘면서 '연진이 너무한거 아니냐' 하더라. 자기들도 나쁘면서. 그만큼 연진이는 악행의 최고봉이었다. 연진이는 자기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고 나쁜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거다. 얘가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자라서,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소시오패스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모르는거다.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아예 모르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미안한 것도 없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없는거다. 그러다보니 대사에 힘이 좀 생기더라. 그렇게 출발하더라. 마음은 그렇게 출발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부분은 있었다. 이 신을 맛깔나게 살리고 연진스럽게 하자고 했다.

-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소감이 궁금하다 ▲ 글로벌 뿐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렇게 사랑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웃음) 감사하다. 신기하다. 해외 팬들이 늘어난거 보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더 좋은 작품으로 해외 팬분들을 만나보고 싶다.

- 박연진을 연기하며 유독 연기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 나는 사실 항상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항상 노력했고 성장하려고 발버둥쳤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고 다양하게 도전하면 언젠가 알아주시겠지라는 느낌보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내 모습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칭찬을 받고 노력의 결과물을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길을 가다보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많은 칭찬을 받는 날이 올거라 생각 못했다. 사실 나는 모든 작품을 절실하게 했다. 연진이 뿐만 아니라 지금 촬영하는 것도 현장에 가면 늘 무섭고 불안하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부딪히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해냈을 때의 성취감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시기도 있는데 ▲ 학교 다닐 때부터 내가 타고난 배우는 아니라 생각했다. 주변에 너무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가진게 많지 않으니까 노력해야 한다는게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나이에, 그 역할에 맞는 마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좋은 영화에 캐스팅 됐다. 파격적인 신이 많아서 주목 받으며 일찍 데뷔하게 됐다. 그때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현장 경험이 전혀 없고 연기를 잘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데뷔하다 보니까 힘든 부분도 많았다. 하나하나 노력을 거듭해나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생각이 컸다. 데뷔 후에 현장에서 정말 많이 혼났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래도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캐스팅 기회가 많지 않아서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이렇게 젊은데, 아줌마 할머니가 돼도 연기할 생각이었는데라는 마음으로 어떤 작품이든 노력했다. 그래서 칭찬 받는 날도 왔다

- 캐스팅 기회가 많지 않았던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고 견뎠나 ▲ 모든 배우가 그럴 것 같다. 원하는 작품, 원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기회가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같은 결의 작품만 들어오는 것 같고, 무기력하고 기회가 오지 않는 것 같고, 무너지는 순간이 분명 있었다. 그것도 기회로 삼았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영화를 몇백편을 혼자 보거나 공연을 많이 보거나 할리우드 배우의 연기가 성숙해져가는 과정들을 보거나 책을 본 시간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너무 도움이 됐다. 물론 힘들었지만. 앞으로 분명 그런 순간이 또 찾아올거 같다. 연기 칭찬을 받았지만 연기력 논란이 또 생길 수도 있다. 그걸 이겨내는 성취감으로 살아가는게, 내가 배우가 되고 이 직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 연진이 다음은 어떤 캐릭터인가 ▲ 연진이 끝날 무렵에 '다음에 어떤 걸 해야하지?' 했는데 마침 '마당에 있는 집'이라는 좋은 작품을 마무리 했다. 보시는 분들이 연진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지하 세계로 내려간 여자 역을 했다. 나는 색깔이 뚜렷한 작품과 역할을 좋아하는 것 같다.

- 임지연의 '영광스러운 순간'은 언젠가, 앞으로의 목표는? ▲ 내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은 '인간중독'이라는 영화로 데뷔했을 때 엄마가 시사회에 오셔서 큰 꽃다발을 주면서 '너무너무 예뻤어 지연아'라고 말해준 순간이다. 쉽지 않은 영화를 보러 와서 '지연이 너무 예뻤어'라고 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앞으로도 느리더라도 내가 잘 하는 집요함과 끈기로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작품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열정 가득한 배우가 되는게 목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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