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 말하는 '아가씨'..영어 제목은 '하녀'인 이유(인터뷰)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2016. 5.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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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칸영화제 현지보고]
[스타뉴스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박찬욱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3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를 들고 와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를 탔고,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탔다. 그리고 신작 '아가씨'로 다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오죽하면 '깐느박'이란 별명이 다 생겼을까. 지난 14일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그는 함께 한 어느 배우들보다 자연스럽게 환호에 답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애프터파티를 마친 다음날 아침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아가씨'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두 여인의 이야기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후견인에 의해 갇혀 사는 것이나 다름없이 지내던 아가씨(김민희 분)가 한 축이라면, 아가씨를 등쳐먹으려 짜고 하녀로 들어왔다가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만 하녀 숙희(김태리 분)가 다른 축이다. 정교하고도 섬세한 세공,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도 파격적인 설정과 묘사가 시선을 붙든다. 쌓아뒀던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가능하다면 '아가씨'를 본 뒤 다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제목이 독특하다. 한국어 제목은 '아가씨', 영어 제목은 '하녀'(The Handmaiden), 프랑스어 제목은 또 '아가씨'(Mademoiselle)다.

▶영어 제목까지는 내가 붙였다. 프랑스 제목은 프랑스 배급사가 붙였다. 원작은 제목이 '핑거스미스'인데 숙희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한국 제목은 히데코를 가리키는 제목으로 일부러 바꿨다. 영어 제목은 '하녀'다. 두 주인공을 놓고 어떤 제목은 이 사람이 주인공, 어떤 제목은 이 사람이 주인공으로 대등하게 만들고 싶었다. 대만 제목은 '하녀의 유혹'이더라. 포스터는 하정우와 김민희가 나온다. 나라마다 참 재미있다.(웃음)

-아기들을 돌보는 일을 했던 숙희는 '젖을 물려주고 싶다'는 대사를 반복해 한다. 모성에 대한 표현인가.

▶두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누가 더 남성적이냐. 보통 동성 커플을 볼 때 그런 시각이 많다. 나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다. 양쪽을 그런 면을 다 가지고 있다. 히데코가 수동적으로 끌려 가는 면이 있는가 하면 남장을 하기도 한다. 숙희가 더 어리고 주도한다고 생각도 하지만 알고 보면 끌려가기도 한다. 또 더 씩씩하고 주도적인 면도 있다. 또 수십명 아이들을 거둬먹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성도 있다. 그런 것이 재미있다. 동성커플에게 있어서 고정된 성 역할을 흐트러뜨리고 싶었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마찬가지다. .

-'올드보이'의 주인공도 그렇고 알고보면 남의 뜻에 따라 끌려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시 나와 흥미롭다. 관심이 있는 테마인가.

▶듣고보니 그렇다. 그런가보다. 자기가 자기 의지로 하는 것 같지만 아니라는 사실은 항상 사람을 좌절시키고 인생을 돌이켜보게 한다. 내 뜻대로 산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았을 때, 운명의 장난에 의한 패배감에 내가 확실히 끌리는 것 같다. 하지만 패배했다고 해서 무릎 꿇고 엎어지는 게 아니라 그 다음에는 일어나 싸우기 시작한다. 그것이 핵심인 것 같다. 그렇게 조종당했다고, 내 의지로 된 일은 없다고 느끼지만 그 순간부터 진짜 싸움, 투쟁이 시작된다.

-원작을 가진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한 욕심이 없는지.

▶나는 아무 차이를 못 느낀다. 만약 '이혼을 했다'고 하자. 개인적 사건으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뉴스를 보고 출발해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과 똑같다. 그런 것은 원재료일 뿐이다. 말하자면 독서의 경험도 내가 겪는 가족의 경험이나 개인의 경험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갖고 만들어도 많이 달라지지 않나. 원작과 달라야겠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작은 출발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같이 시작해도 방향성이 어긋나면서 스토리가 완성됐을 땐 한참 달라져 있다.

-정서영 작가와 다시 작업했다.

▶'친절한 금자씨'부터 같이 했다. 생각하는 게 잘 맞으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이 있어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생각을 잘 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공유하면서 모니터와 키보드 한 벌씩을 갖고 앉아서 쓴다. 머리는 하나고 손이 두 개인 사람처럼 한 문장 쓰면 받아서 이어간다. 특히 이번 엔 정 작가 공이 컸다.

-배우들도 잘 맞는 사람들이 따로 있나.

▶배우들은 약간 다르다. 잘 맞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연기는 정말 독자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감독이나 작가로서 '연기를 이렇게 하겠지'하고 그리는 게 항상 옳지 않다. 머리 속에 그리는 연기가 진부한 연기일 때도 많다. 기술적인 문제인데 이럴 때가 있다. 예를들면 '숙희, 눈물을 글썽이며'라고 지문을 쓸 때가 있는데 찍을 때는 그것이 진부하고 한심한 생각일 때가 많다. 뛰어난 배우들은 그런 것들을 무시한다. 감독의 생각과 다를 때 더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각본의 마지막 단계가 그런 지문을 지우는 것이다. 투자가 완료된 뒤에 많이 없애 깔끔하게 만든다. 그래야 꽉 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다. 우리 '아가씨' 배우들은 다 처음 하는 배우였고 김태리 빼고는 독자적 자기 세계가 있었다. 제가 예상하는 연기와 다른 걸 보여줄 때도 많았다.

-동성 베드신이 화제다. 레즈비언들을 남성의 눈으로 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답이 없는 것 같다. 감독 크레디트를 지우지 않는 한 선입견은 없앨 수 없다. 그런 이야기 나올 것은 알았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캐릭터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 상상력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노력했다.

-베드신마저 아름답게 찍었다. 대칭 등을 반복해 보여줬는데.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중요하지 않고 그런 의도도 없었다. 두 주인공이 계급이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식민지 시대의 일본인과 한국인, 종주국인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국 등 모든 게 비대칭적인 상태다. 마지막에서는 그 비대칭을 바로잡고 싶었다. 구두 끝을 묶어준다든지 하는 식의 행동도 있다. 대등한 관계로 결말을 주고 싶었다. 달려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두 여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린다.

-'스토커'가 나쁜 피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이었다면 이것은 반대의 상황이나 다름었다.

▶그래서 명쾌한 해피엔드고 권선징악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셨을 것이다. 어떤 모호한 것도 없이 아주 투명한 해피엔드다. 그것이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원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보다 많은 사인 요청 받는 인기 감독이자 '깐느박'이라 불리는 스타 감독이다.

▶제가 만든 영화가 이상한 영화들이지 않나.(웃음) 좋은 영화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보다는 이상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력을 시작할 때는 묘하고 독특한, 너무 많이 이상하진 않고 조금 이상한 영화를 만들며 겨우 명맥을 유지해가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과 달라졌다는 게 이상한 일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정말 생각한 것과 다른 인생으로 풀리고 있기 때문에 어쩌다 팔자가 이렇게 됐을까 싶다. '깐느박'은 류승완이 시작한 짓이다.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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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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