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브랜드로 편한 장사..길 잃은 토종패션
![델보 가방을 들고있는 배우 고소영 씨. [사진 출처 = 델보 인스타그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6/08/mk/20160608171602112fbgh.jpg)
15년 역사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EXR가 정리 수순을 밟는 가운데, EXR를 운영해 온 리앤한이 EXR 대신 수입브랜드 운영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해외 브랜드 본사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리앤한은 EXR와 느낌이 비슷한 미국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내 패션회사들이 당장 눈앞의 수익이 보장되는 해외 브랜드 수입에 치중하면서 토종 브랜드들은 고사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EXR는 2001년 설립 당시 '캐릭터 스포츠(캐포츠)'라는 신분야를 개척하면서 급부상했다. 정통 스포츠 브랜드라기보다는 캐주얼 의류 장점이 결합된 새로운 느낌이라 각광받았다. 잘나갈 때는 매출이 1500억원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했지만 2014년 기준 800억원대까지 떨어졌고, 작년에는 이보다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EXR가 몰락하면서 리앤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다.
'고소영 백'으로도 유명한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와 '송중기 스니커즈'로 알려진 고가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연예인들이 먼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고급 이미지를 내세워 무섭게 확장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미니백도 300만원이 넘는 델보는 강남 주요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으며 루이비통 프라다 등이 있는 1층 명품관에 입점하기도 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브랜드로는 이례적이다. 리앤한은 올해 들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리미아타'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원래 스니커즈만 일부 편집숍에서 판매되다가 리앤한을 통해 의류 등 풀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패션회사들이 토종 브랜드를 '버리고' 수입 브랜드에 매달리는 것은 불황에 국내 패션사업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패션업황이 다 죽었다"며 "그래도 수입 브랜드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도 토종 브랜드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앤한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중견 패션회사가 수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동일레나운'으로 잘 알려진 패션 회사 동일 역시 수입 브랜드인 라코스테와 에이글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아이잗바바'로 유명한 바바패션도 작년부터 수입 브랜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추가로 안토니오마라스, 이졸라마라스 등 고가의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전개를 시작했고, 기존에 운영하던 파비아나필리피와 에센셜 등의 비중도 늘리고 있다. 바바패션 측은 "아직까지 수입 브랜드 비중은 10% 정도인데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수입으로 쉬운 돈벌이에 몰입하면서 EXR를 비롯한 토종 브랜드들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패션 한국'이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 수입된 브랜드가 자리를 잡게 되면 바로 수입선을 정리하고 직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중견 패션회사인 에프앤에프(F&F)는 최근 연매출 2000억원 정도를 담당했던 베네통과 시슬리 등 수입 브랜드들을 올 들어 베네통코리아에 내줘야 했다. 베네통 본사가 F&F와 거래를 끊고 직진출하기로 '변심'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애슬레저' 바람을 일으키며 매출이 3000억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가 있어 한숨 돌렸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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