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튼 교실·자물쇠 자습실.. '공시생'과의 하루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편집자주] '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보니!하니!]노량진 공무원 종합반 학원 수업들어보니… 명절 당일에도 수업 진행]



'공부할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공부만 하는' 이들은 이 말에 손사래를 치는 것 보니 역시나 추억은 아름답게 포장되는 법인가 보다. 공부해서 불안하고 공부만 해서 미안한 마음을 몰라서 하는 얘기란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한 공무원 학원 복도.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정규 수업시간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지만 칠판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나와 줄을 선 것이다.
보기에도 적지 않은 인원이 줄을 섰는데 강좌가 새로 시작하는 시기엔 복도를 둘러 학원 밖까지 줄을 선다는 게 수강생들의 설명이다.
이날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들과 함께 일일 수업을 듣기로 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주로 듣는 종합반 수업으로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국어와 행정 수업으로 짜였다.
수업 시작 전 사전 설명을 듣기 위해 오전 8시 학원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한산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이미 강의실에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8시30분까지 10개 문제를 푸는 수업이었다. 고작 문제 10개를 풀기 위해 아침 일찍 학원까지 나오나 싶었지만 수험생 입장은 달랐다.
이 수업을 듣는 한 공시생은 "혼자 공부를 하다 보면 게을러져서 늦게 일어나고 하루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아침을 문제풀이로 시작하면 하루가 알차진다"고 말했다.
어느덧 8시40분. 강의실로 들어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영어·행정 등 과목별 쪽지시험 종이가 배포됐지만 눈뜬 장님이었다. 9시에는 아침 조회를 하고 걸그룹의 신나는 노래에 맞춰 제자리에서 스트레칭도 했다.
9시15분 본격적으로 국어 수업이 시작됐고 표준 발음법과 표준 맞춤법에 대한 내용을 공부했다. 나름 호기롭게 책을 펴들었지만 곧 강의실이 따뜻해졌고 졸음이 몰려왔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이겨내는 방법은 달랐다. 옆자리 공시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뒤에 서서 수업을 들었고 일부는 집중이 잘되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강사는 한겨울에 에어컨을 켜고 수업을 진행했다.
쉬는 시간에도 공시생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복도에 나가보니 빈 공간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빨리 합격하자'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다.
오후 1시. 긴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됐다. 하지만 공시생들의 마음은 점심시간이라고 편치가 않다. 한 공시생은 "종합반은 2시부터 다음 수업이 시작되는데 앞자리 경쟁이 치열하고 쪽지시험이라도 있는 날이면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빵이나 김밥으로 대충 해결한 뒤 다음 강의실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수업 시간 10분 전 행정학 강의가 있는 건물로 가니 11층까지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엔 긴 줄이 늘어섰다. 이 곳에서 만난 공시생은 "이렇게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보면서 또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책을 봐도 어렵고 들어도 어려운 수업이 이어졌다. 강사는 "보충수업이 필요할 것 같아 설 명절 당일(2월8일)에도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참석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역시 적지 않은 공시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참석이 어려운 공시생 중에는 이미 다른 수업에서 보충수업이 잡혀있다고 했다. 한 공시생은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보충수업을 해야 진도를 끝낼 수 있다"며 "오래 준비한 사람들 중엔 명절에 집에 내려가고 싶지 않아 수업에 참석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저녁 6시5분이 됐다. 짧다면 짧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짐을 챙기는데 또 다른 공시생이 강의실로 들어와 자리를 맡기 시작한다. 이 강의실은 평일 10시까지 자습실로 이용된다고 했다.
이 학원에는 자물쇠반이란 이색반도 있다. 자습실에 자물쇠를 채워 반강제적으로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반이다. 너무 가학적인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시생들은 "혼자 공부를 하다보면 나를 제어해 줄 수 있는 자습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공시생들끼리 서로 공부 스케줄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자극하는 스터디 방식도 유행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무원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불타는 마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에 달하고 취업해도 5명 중 1명은 계약직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은 꽤 안정적인 직업이다. 직장에서 퇴직한 이들도 이런 이유에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지난해 9급 국가직 3700명 모집에 19만987명이 지원했고 7급 국가직은 전체 730명 모집에 5만9779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은 치열했다. 매년 모집 인원이 늘어 경쟁률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격선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이날 만난 한 공시생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80점까지는 맞는다고 한다"며 "당락은 누가 그 이상의 점수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이 공시생은 야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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