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 '착샷 성희롱 주의보'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회사원 김모(여·28)씨는 잘 신지 않는 하이힐을 인터넷 중고거래를 통해 팔려다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발을 사겠다는 한 구매자가 ‘유리스타킹’과 해당 하이힐을 신고 찍은 ‘착샷’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착샷은 ‘착용샷’의 줄임말로, 거래할 물건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제품을 착용하고 찍는 사진을 말한다.
검은색 얇은 소재로 만들어져 신을 경우 살이 비치는 ‘유리스타킹’은 이성의 신체 일부나 스타킹·치마 등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페티시즘(fetishism)을 즐기는 사람들이 집착하는 스타킹 종류로 알려졌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김씨가 해당 번호를 저장해봤더니 휴대폰 메신저 프로필에 남성의 사진이 떴다고 한다.
김씨는 “지하철 몰래카메라나 밤에 혹시 만날지 모를 치한 걱정은 하고 살았어도, 구두 한 번 팔려다가 변태를 만날 줄은 몰랐다”면서 “기분이 매우 나쁘고 성적 수치심이 들어 다시는 온라인 중고 거래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에 ‘착샷 성희롱 주의보’가 내려졌다. 물건을 올린 판매자가 수월한 판매를 위해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자, ‘구매자’를 가장해 이들에게 ‘성적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수가 10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검색창에 ‘변태’ 또는 ‘착샷’이라고 치면 여성을 가장하거나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겠다며 여성 판매자가 내놓은 스타킹, 속옷 등의 착샷을 요구하는 ‘변태 남성’에 대한 글이 수십여 건 뜬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도 ‘착샷 변태’에 관한 글이 수십여 건 올라와 있다.
착샷 성희롱을 당했다는 한 중고 거래 이용자는 “안 입는 원피스를 팔려고 착용샷을 보내줬더니, 몇 시간 뒤 ‘몸매가 좋으시네, 다리가 아주 예술이야. 사진 잘 보고 좋은 시간 가졌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반바지를 팔려고 허벅지까지 드러내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더니 이후 묵묵부답이었다. ‘착샷 먹튀’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 게시판이나 인터넷 블로그에는 “처음에는 중고 의류를 사겠다고 하더니 결국엔 입던 스타킹이나 속옷을 팔라고 했다”는 글도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착샷 먹튀나 착샷 성희롱 등에 대한 명확한 처벌 법규는 없는 상황이다.
판매자를 속여서 착샷을 받은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착샷을 요구하는 과정이나 착샷을 받은 후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을 할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반복적으로’ 할 경우에 가능하다.
한 사이버수사팀 경찰관은 “주고받은 메시지 캡처본이나 통화 목록 등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물이 있는 경우에는 성희롱 수위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면서 “해당 아이디가 해킹 도용됐을 경우나, 대포폰을 이용한 경우 범인을 추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한 중고 거래 여성 이용자는 사이트의 거래 후기 게시판이나 각종 블로그 등에 ‘착샷 변태’를 주의하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착샷 변태의 아이디나 휴대폰 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막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메시지 원본은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조언글이나 “힘을 모아 법적 처벌을 받게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선행 천사’ 커플답네… 신민아·김우빈, 결혼하는 날 3억 기부
- 카페 ‘컵값’ 따로 받는다?...송언석 “이재명 발 커피 인플레이션”
- 與 “내란재판부법, 반드시 연내 처리”…野 “위헌적 꼼수”
- 우크라 드론, 지중해 날아가... ‘러 자금줄’ 유조선 때렸다
- ‘尹 관저이전 의혹’ 김오진 前 국토차관, 구속 후 첫 특검 조사
- 일론 머스크, 못 받을 뻔 한 200조원 보상 받는다
- 20억 복권 당첨되고도 택배일…7년 뒤 또 20억 잭팟, 확률 24조분의 1
- 17세 최가온,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 2주 연속 金
- 서정욱 “김건희 ‘너 때문에 망쳤다’? 尹과 계엄 관련 부부싸움은 거짓말”
- 송성문, MLB 샌디에이고 입단 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