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1%의 팁 <'노쇼족'을 어찌 할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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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노쇼’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노쇼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해 과연 그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노쇼(No-Show)’란 말 그대로 오기로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 즉 ‘안 보인다’는 뜻이다. 기차나 비행기, 레스토랑, 호텔, 공연 등에 좌석을 예약한 뒤 별도의 취소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말하는데, 원래는 항공권 예약과 관련해 쓰이던 용어였으나 의미가 확장돼 서비스업 전반에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예약 부도’라 하며 노쇼를 일삼는 사람들을 ‘노쇼족’이라 이른다. 노쇼 중에서도 특히 식당에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나타나 자리와 음식을 요구하는 행위를 ‘애프터 쇼(After show)’라 부른다고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예약한 뒤 뜻하지 않은 상황이 생기면 취소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식당으로 가는 도중 부부싸움이 날 수도 있고, 차가 밀릴 수도, 아플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화를 걸어 정중히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식당 측에서 보면 당일, 그것도 몇 시간 전에 예약을 취소하면 다른 고객의 예약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느라 식재료를 이미 구입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사이 몇몇 식당에서는 단체 예약을 받았을 때 만약 그에 많이 못 미치는 인원이 오면 위약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예약 부도’를 식당의 경우에만 깊이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이나 기차, 비행기 등은 예약 부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기차표를 예매한 뒤 취소하면 위약금이 있고, 버스표를 예매한 뒤 돌아서서 바로 취소 버튼을 눌러도 위약금이 있다(시간 변경은 위약금이 없다). 호텔 예약의 경우 당일 취소는 전액을 지불해야 하고, 항공권의 경우도 싸게 산 티켓은 아예 환불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약 부도 시 위약금을 지불하는 데 이미 익숙함에도 식당의 경우에는 대부분 위약금이 없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노쇼 1위국’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국소비자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 음식점의 예약 부도율은 20%에 이르며, 이로 인해 매년 식당에서 유발되는 경제적 손실은 매출 손실액이 1조 8,030억원, 고용 손실이 약 43,450명이라고 한다. 예상보다 매우 큰 수치다.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노쇼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첫째 방법은 ‘예약금 시스템’이다. 예약할 때 주문할 음식값 중 일정액을 예약금으로 걸어두는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왜 미리 지불해야 하느냐”라는 목소리가 있다. 둘째로는 손님이 예약 시간을 지킬 경우 식당에서 손님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외국에서 많이 실행하고 있지만 이는 식당 측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셋째 방법은 예약을 받지 않는 일정 기간이나 시간대를 지정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사람이 붐비는 특정 기간이나 시간대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인데, 이는 식당의 손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손님 수를 예상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소비자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6억원가량 예산을 들여 소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에도 세금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 의식을 잘 갖추면 될 것을,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는 물건을 고를 권리가 있고 식당을 고를 권리도 있다. 그런데 권리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른다. 소비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만큼 소비자 역시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라면 조금 더 기다려보고, 많이 먹는 아기라면 소식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쓴이 류여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 법제실의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로 재임 중이며 MBN <류여해의 통쾌한 법>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녀는 모른다> 등이 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일러스트 : 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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