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카페>옥타브·으뜸화음·궁상각치우.. 音樂도 '집합론'으로 풀수있다

기자 2016. 6.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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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상구의 수학 여행 - ③ ‘셈’통해 지혜로워지기

‘문명’이라는 용어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로워지는 것”이니 이는 인류가 그동안 추구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사회, 개인의 마음 등은 변화무쌍하여 나약한 인간이 혼자서 그 섭리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여 사고의 수준이 한 층위 더 오르게 되면 시야가 넓어져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듣게 된다.

‘헤아림’이라는 우리말은 ‘셈을 함’과 그 어원이 다르지 않은데,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있고, 이미자의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이 있다. 셈은 그리스어의 ‘로고스’와도 그 의미가 일맥상통하는데 태초에 있었던 ‘말씀’이 바로 로고스이다. 셈과 논리, 언어와 판단 능력, 심지어 음악과 미술, 감성 등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성의 깊은 곳에 감성이 있고, 감성의 깊은 곳에 이성이 있으므로 이를 굳이 다르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생각은 프랑스의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이나 독일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 시대에도 이미 있었다. 파스칼은 세무서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하여 1645년에 계산기를 발명하였다. 그의 ‘팡세’에는 “동물들의 생각을 초월한 기계”라고 쓰여 있다. 영국의 조지 불(1815∼1864)은 ‘생각의 법칙’(1854)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논리가 뎃셈·곱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짐을 설명했고, 독일의 고틀로프 프레게(1848∼1925)는 명제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한 깊은 통찰을 했다. 컴퓨터라는 말은 원래 ‘셈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였지만, 전자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그 의미가 달라졌다. 폴란드의 에밀 포스트(1897∼1954),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괴델(1906∼1978), 영국의 앨런 튜링(1912∼1954) 등은 전자 컴퓨터가 만들어지기 전인 1930년대에 이미 ‘인공 언어’를 개발했다. 미국의 클라우드 섀넌(1916∼2001)은 조지 불의 논리를 전기 회로에 적용하여 통신 혁명과 정보(information) 이론의 효시가 됐다. 세종대왕의 ‘한글’이나 미국의 놈 촘스키(1928∼)의 언어의 통사 구조 연구, 헝가리 태생의 폰 노이만(1903∼1957)의 스스로 복제하는 기계 등의 바탕에는 셈이 깔려 있다.

좁은 의미의 셈을 하기 위해서는 수를 가리키는 말과 글이 있어야 한다. 인류가 그 상징인 숫자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숫자’란 수를 나타내는 문자를 뜻한다. 수는 원래 형상이 없지만 인류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고민했다. 손가락이나 신체의 부분으로 셈을 하고, 막대기나 돌멩이를 사용하거나, 짐승의 뼈에 금을 긋고, 끈을 꼬아 매듭을 짓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알파, 베타’ 등은 문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 둘’ 등을 뜻하기도 했다. 히브리어에서도 문자는 수를 의미하고, 수는 변화하여 다시 새로운 문자가 되어 새 뜻이 됐다. 이로 인해 사람의 이름으로 그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중국 숫자를 보면 ‘일십백천만’ 등 열 배가 될 때마다 새로운 수의 이름이 있고, 그 이후로는 ‘억조경해’ 등 만 배가 될 때마다 새로운 수의 이름이 있다. 수의 세계는 실로 방대하니 이런 초보적인 방식으로는 수의 이름을 다 정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고대 로마에서는 I(하나), V(다섯), X(열), L(다섯열), C(온), D(다섯온), M(즈믄) 등으로 수를 나타냈다. 로마 숫자는 서양에서 1000년 이상 사용됐지만, 이 또한 초보적 수준의 표기법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 막대 모양을 한 가로금(ㅡ)과 세로금(ㅣ)을 이용하여 수의 모습을 표현했다. 거북 모양 마방진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냈던 최석정(1646∼1715)이 지은 ‘구수략’에는 다음 그림(아래)처럼 하나부터 아홉까지, 열부터 아흔까지의 수상(數象)들이 나타나 있다.

이 상징에는 붓두껍으로 찍은 동그라미가 ‘빈자리’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유한개의 기호나 문자를 사용해 한없이 많은 수를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대 인도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인들은 수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없음’을 표시하는 것이 으뜸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더 나아가 같은 기호라도 그 기호가 앉아 있는 자리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는 자릿수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생각을 혁신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하는 기법이다. 우리는 백이나 천을 나타내기 위하여 백 개 또는 천 개의 기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압축기술은 중세에 로그법으로 발전하여 항해술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우리가 양방향 TV나 음악과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 배경에도 압축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 미지수 x,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복소수 체계, 변화의 변화를 인식하는 미적분학 등도 압축 기술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셈을 이해하여 한 층위 높은 셈을 할수록 문명은 발전해 왔다.

“선생님, 우리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서 금년의 햇수를 ‘2016’으로 나타내지만, 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나라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나타내는지요?”

“상구야, 단디 듣거라. 수를 나타내는 방법은 온 세상이 다 같단다. 하지만 우리가 ‘열 여섯’이라 말하더라도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여섯 열’이라고 말한단다. 숫자를 읽을 때는 순차적으로 읽지 않는단다.”

20세기 초에 앙상블 이론, 즉 집합론이 수학의 맨 앞에 서서 수학뿐 아니라 만물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그 이론으로 제일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것이 하나, 둘, 셋 등의 자연수였다. 고대에는 자연수의 맨 처음은 어머니 수인 여성(2)이고, 그다음 수는 남성(3)이라 했는데, 이 음양의 조화로 모든 현상을 설명했다.

현의 길이 또는 진동수의 비가 1대2이면 한 옥타브 음정의 소리가 나면서 으뜸 조화를 이루고, 현의 조화가 2대3이면 완전오도(도와 솔) 화음을 이룬다.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국기는 보통 2대3 사각형을 사용하고, 스크린 크기에도 4대3 또는 16대9 등이 나타난다. 기원전 1650년경에 씌어진 이집트의 아메스 파피루스에도 원주율의 어림값을 2와 3의 거듭제곱의 비인 256대81로 설명했다. 이런 조화로 궁상각치우나 도레미파솔라시를 모두 설명할 수도 있다.

기원전 7세기 중국의 관포지교 이야기로 유명한 관중의 글에는 화음을 얻는 방법인 삼분손익법이 나오는데, 대나무 관의 길이를 셋으로 나눈 다음, 그중 하나를 빼거나 늘리면 화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 또한 서양의 음악이론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학자들은 음양(2, 3) 등 복수뿐 아니라 그 이전에 있는 단수인 ‘하나’도 자연수로 취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없음’도 자연수로 보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때 독일의 에른스트 체르멜로(1871∼1953)나 헝가리의 폰 노이만 등은 앙상블 이론으로 수를 설명했고, 그중 주목할 만한 해석은 영(0)이라는 수가 바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집합’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의 기초인 공집합을 상징하는 두 기둥은 서울대 수리과학부 건물의 영층인 앙상블 라운지를 장식하고 있다.

국가를 형성하고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매우 중요한 것은 길이와 들이 및 무게의 단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 도량형(度量衡)의 통일 없이는 사회 통합이 어렵다. 길이나 양을 측정하는 자(矩, 구), 각을 재는 컴퍼스(規, 규), 그 단위인 도(度)는 모두 사회의 법(法)을 정하는 것들이었다. 도량, 즉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이 없었다면 진시황이나 프랑스 혁명도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정부는 십진법을 널리 사용하기 위하여 하루는 열 시간, 한 시간은 백 분, 일 분은 백 초, 일주일은 열흘로 선포하고, 직각을 백 도라고 하는 등 큰 변화를 10여 년간 실천했지만, 결국 “그냥 살던 대로 살자”는 민중의 뜻으로 되돌아갔다. 달력을 새롭게 정하면 전 인류가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한 십진법은 미터법에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널리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학은 사회의 기준이나 과학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다.

오늘날 인류는 십진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아직도 한 시간은 육십 분이요, 일 분은 육십 초인 것처럼 육십진법은 오랜 세월 동안 사용돼 왔다. 이 육십진법은 천구의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으로 하루, 즉 일 도는 정삼각형의 한 내각을 60등분한 것이다. 일 도를 60등분한 것은 일 분이고, 일 분을 다시(second) 60등분한 것이 일 초이다. 육십진법은 십진법과 십이진법의 공통진법으로 이에 맞추어 우리도 환갑잔치를 하곤 했다. 특히 일 년에 열두 달을 두어 십진법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계절이나 사분기별 통계를 내고 있다. 문명에 따라 오진법, 이십진법 등 다양한 진법이 개발됐지만 주역이나 기계를 다루기에는 있음(1)과 없음(0)을 나타내는 두 가지 기호이면 충분하다. 이 두 기호로 모든 문장을 다 서술할 수 있다. 휴대전화기로 문자나 사진을 보내는 것도 사실은 0과 1로 이루어진 수열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종류의 진법들은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물품이나 도서의 분류 및 각종 암호체계에 널리 사용된다. 수를 이해하는 방법이 한 층위 오를수록 인류의 문명은 같이 발전했다. 사람은 그들이 만든 기계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지극히 순수한 마음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한다.(문화일보 2016년 6월 1일자 24면 2회 참조)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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