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Live] 경복궁 동물상에 숨겨진 비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불태운 경복궁을 중건하려는 노력은 이미 선조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전쟁 피해 복구가 더 시급했던 터라 불발로 끝났다. 이후 현종, 숙종, 영조, 익종, 헌종대에도 시도됐지만 역시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고종 2년(1865년) 대원군에 의해 드디어 시작된 중건공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돼 불과 2년7개월 만에 완료된다. 그리고 8개월 후인 고종 5년(1868년) 7월 2일 270여 년 만에 창덕궁에서 경복궁으로 역사적인 이어가 이뤄진다.
경복궁 재건공사는 궁성, 내전, 외전, 경회루, 별전, 행각 순으로 진행됐다. 경복궁 영건일기에 따르면 재건에 동원된 인원은 공장만 하루 16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경복궁이 다른 궁궐과 비교되는 것은 돌조각상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광화문 앞 해치상 한 쌍 외에도 십이지신상·사신상, 각종 서수(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상스러운 동물)상 등 동물상 102점이 설치됐다. 근정전 56점, 경회루 20점, 영제교 주변 8점, 집옥재와 광화문 7점, 근정문 3점, 아미산과 자경전 각 1점 등이다.


영제교 천록상, 근정전 쌍사자상·계단 서수상 등은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된 것이다. 증거가 있다. 영조대 사람인 유득공이 지은 춘성유기에 궁 남문(광화문) 안쪽의 천록이 묘사돼 있다. 영조 때 근정전 터에서 베풀어진 연회를 그린 '영묘조구궐진작도'에는 폐허 상태로 방치되고 있던 근정전 일대 현황이 확인된다. 그림에서 사자상과 계단 서수상만 보일 뿐 난간석주와 엄지기둥 위에 조각된 동물상들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십이지신상·사신상, 나머지 서수상 등 대부분 근정전 동물상은 중건 과정에서 새로 조각됐음을 알 수 있다.

동국대 박물관 정성권 박사는 당초 계획에는 없었다가 이후 근정전 건립 도중 갑작스럽게 추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정 박사는 "경복궁 중건 착수 다음해 일어난 병인양요는 조선 왕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다"며 "왕실을 수호하는 상징물 필요성이 급하게 대두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원군은 동물상이 신통력을 통해 외세를 막아 왕실을 굳건히 지켜주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원군은 미신을 신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6년 박제형이 쓴 근세조선정감에는 "용맹과단한 대원군은 미신을 왕성하게 믿어 도읍을 충청남도 계룡산으로 옮기려고 했다"고 적혀 있다.
광화문 밖에 해치를 설치한 목적은 명확하다. 고종 7년(1870년) 10월 7일 승정원일기에 "대궐문에 해치를 세워 한계를 정하는 것은 상위이다. 조정 신하들은 그 안에서 말을 탈 수 없다"고 나와 있다. 해치부터는 임금 수레만 들어갈 수 있다는 성역 표식인 것이다. 쌍해치상은 지금과 달리 광화문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었다.
이들 동물상을 조각한 장인은 누구일까. 이중화(1881~1950년)가 발간한 경성기략은 "광화문 밖 쌍해치는 근세 미술대가 이세욱의 걸작"이라고 썼다. 이세욱이라는 사람은 19세기 문헌에서 찾을 수 없다.
김민규 간송미술관 연구원은 "이세옥 행적에 관한 문헌자료가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옥'과 '욱'을 혼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세옥은 그림을 그리는 화사였던 점을 고려할 때 돌을 직접 쪼은 것이 아니라 도안을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세옥은 무관직을 하사받아 활동했다.

기울어가는 국운을 되살리려고 무리를 하면서까지 지었던 경복궁. 그러나 경복궁이 궁궐로서 기능한 것은 30년에 그친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사건이 경복궁 안에서 일어난다. 이에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는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겨버렸다. 이른바 아관파천 사건이다. 주인을 잃은 경복궁 운명처럼 조선도 그렇게 저물어갔던 것이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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