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질병극복을 돕는 원숭이

이준기 2016. 1.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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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등 백신개발 유용.. 인간 뇌연구 큰 도움 실험에 쓰는 원숭이 30여종.. 대부분 구세계원숭이 차지 황열병·소아마비 백신·뇌 시각처리 등 성과 노벨상 수상 야생 원숭이 포획 등 한계.. 실험용 원숭이 사육이 해법

2016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다 알다시피 병신년(丙申年)으로, 붉은 원숭이해입니다. 원숭이는 유전학·생리학·해부학·행동학적 측면에서 인간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의학 전반에 걸쳐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원숭이 연구를 통해 인간은 심장질환, 알츠하이머, 에이즈, 간염, 암 등 여러 질환의 원인과 진행과정, 예방·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위해 원숭이들이 희생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실험동물로 쓰이는 원숭이=실험에 쓰이는 원숭이는 30여 종에 달합니다. 그중 대부분은 구세계원숭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세계원숭이는 신세계원숭이보다 잘 생긴 편입니다. 인간과 비슷하게 코가 오똑하고 콧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반면 신세계원숭이는 들창코에 콧구멍 주변에 항상 촉촉한 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코의 구조로 쉽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 협비원류(좁은코 영장류)와 광비원류(넓은코 영장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구세계원숭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실험동물은 마카카 속의 붉은털원숭이와 게잡이원숭이입니다. 두 종류의 원숭이는 백신 연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에 유용한 실험원숭이=원숭이는 에이즈 치료법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데요. 과거에는 에이즈의 원인조차 몰랐지만, 원숭이를 통해 에이즈의 감염경로와 진행과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백신을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숭이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더라도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에이즈와 동일한 증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IV'가 있습니다. SIV와 HIV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비슷하고, 숙주의 면역체계를 공격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SIV 바이러스를 원숭이에 감염시켜 에이즈 치료와 예방법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HIV와 SIV의 유전자와 단백질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과학자들은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혼합한 SHIV 바이러스를 이용해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초의학·생명과학 발전에 혁혁한 공로=앞에서 언급했듯이 원숭이는 인간과 여러 측면에서 유사합니다. 특히 붉은털원숭이의 뇌를 보면 실제 인간의 뇌 구조와 매우 유사해 원숭이를 통해 인간의 뇌 신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생식과 같은 기본적인 생명현상의 이해부터 에이즈를 비롯한 질병의 이해, 신약 개발, 치료, 백신 연구 등 원숭이 연구로 이룬 성과는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황열병 백신, 소아마비 백신 개발과 뇌에서 이뤄지는 시각처리의 발견 등은 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만일 원숭이를 이용한 연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실험동물 전체로 보면 원숭이는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의학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원숭이를 이용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원숭이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고, 원숭이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미생물이 유독 인간에게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원숭이 연구를 위한 시설에는 많은 돈과 기술, 장비, 인력, 규제 등이 필요합니다.

◇실험용 원숭이 확보 안간힘=의학 분야에서 다양한 활용되는 원숭이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야생 원숭이를 연구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다루기 힘들 뿐 아니라, 어떠한 질병에 걸렸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번번이 원숭이를 포획하러 야생에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고, 생태계 측면에서 원숭이 멸종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무작위로 잡아들인 원숭이를 실험에 사용하면 많은 변수가 작용해 신뢰성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원숭이 연구시설에서 자체 번식을 유도하면 동일 품종의 유사한 개체들로 집단을 형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외부 미생물에 대한 감염을 막아 건강하고 깨끗한 연구용 원숭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에서 실험용 원숭이를 사육하고 있지만, 아직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원숭이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로 구세계원숭이는 중국,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신세계원숭이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들여옵니다.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마카카원숭이를 주로 수입하는데, 들여오는 원숭이 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원숭이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충북 오창에 국가영장류센터를 마련하고 자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자료 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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