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용접·강철 가공..감원 태풍 비켜난 '특수기술자들'


일당 50만∼60만원 '귀하신 몸'…외국서도 잇단 러브콜
(울산·거제=연합뉴스) 이상현 이정훈 기자 = 경기침체에 따른 감원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로자들이 있다. 조선·플랜트 산업현장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수기술자'들이다.
한 손 아닌 양손으로 용접이 가능한 플랜트 특수기술자, 두꺼운 철판을 매끈한 곡선으로 휘는 조선업계 곡직사(曲直士) 등이 그들이다.
플랜트 업체인 울산 종명기업의 용접사 이준락(60)씨는 양손 용접이 가능한 특수기술자다.
대형 보일러 내부에 들어가는 긴 직선 배관 2개를 짧은 'U'자형 배관과 용접해 연결하는 일을 한다.
보일러는 이미 직사각형의 철판 구조물로 조립된 상태여서 보일러 안으로 들어가 용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일러 밖 한쪽에서만 배관을 용접해야 하는데 U자형 배관의 왼쪽 부분은 오른손으로 용접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 때문에 U자형 배관의 왼쪽 부분은 왼손으로 용접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왼손으로 용접했다고 해서 용접이 엉망이면 바로 클레임이 걸려 수출이나 납품을 할 수 없다.
비파괴 정밀검사에서 용접 부위에 조그만 불순물이 끼었거나 금이 가고 패임 현상 등이 발견되면 제작을 다시 해야 한다.
이들의 왼손 용접기술은 일반 용접사의 오른손 기술을 능가할 만큼 뛰어나다.
양손잡이 용접사들은 프리랜서로 초청받아 일할 때는 일당이 50만∼60만원이다. 업체 소속으로 일감을 받아 일정 기간 한 곳에서 일하면 일당은 이보다 다소 적다.
이씨처럼 양손 용접이 가능한 특수기술자는 해당 분야 기술자 100명 가운데 5명꼴로 귀하다.
SK에너지 협력사 제이콘 진우근 전무는 "이들의 용접기술은 입신의 경지"라며 "배관이 파손돼 급하게 이들을 불러야 할 때 일당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양손에다 거울까지 보며 용접하는 고난도 기술자들도 있다.
화력발전소용 보일러 배관 용접 기술자인데 배관이 직경 50㎜ 정도로 작다.
원통형 보일러 안쪽에 설치된 직선의 배관을 바깥쪽에서 U자형 배관과 잇는 용접을 해야 하는데 직경이 작아 아래쪽 용접 포인트가 아예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용접 포인트가 비치는 거울을 아래쪽에 둔 채 실물과 반대로 투영된 모양을 보며 용접해야 한다. 높은 난도의 기술이다.
이들의 용접 기술력은 외국에서도 인정한다.
이들이 제작하는 보일러는 대부분 전 세계로 수출된다.
후발 주자인 중국과 베트남의 용접 기술자들이 한국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지만, 특수재질의 용접기술은 아직 이들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한다.
외국에 있는 국내 정유사들도 플랜트 배관을 수리할 때 한 달에 1천400만∼1천600만원의 비싼 몸값을 주고 이들을 '초빙'한다.
국내외에 일감이 널려 있다 보니 감원은 이들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조선업체에도 '귀하신 몸'들이 있다.
선박 앞부분의 두꺼운 강철판(후판·厚板)을 매끈한 곡선으로 만드는 성형가공 기술자들이다. '곡직사'(曲直士)라고 부른다.
선박에 드는 철판은 두께가 1cm 정도로 두껍다. 앞부분을 비롯한 외형은 미관과 저항 등을 고려해 매끈하게 곡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곡선의 형태로 가공해야 하는데, 두꺼운 철판을 일정한 형태로 구부릴 때 고급 기술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철판은 얇은 박판(薄板)이어서 대부분 프레스로 일정한 모양으로 가공되지만, 선박은 선주의 주문에 따라 선수(船首)와 선미(船尾)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1천500t가량의 힘을 가진 벤딩 롤러 프레스(Bending Roller Press)기와 1천t 무게의 프레스(Press) 등을 활용해 기본적으로 후판을 구부린다.
이 과정을 통해 공정의 90%를 거치지만 단순한 곡면밖에 만들지 못한다.
이후 작업은 곡직사들의 몫이다. 이들은 가열과 냉각을 하며 후판의 팽창과 수축을 이용, 미세한 곡면을 만든다.
불을 내뿜는 기구인 가열 토치(torch)와 물 호스를 들고 작업하는데, 철판은 가열하면 처음엔 팽창하다가 그 부분이 냉각되면 오히려 처음보다 수축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선수와 선미의 다양한 곡면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선주가 허용하는 곡면의 오차범위가 2mm 이내이다. 그래서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 경험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섬세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곡직사는 현대중공업에 50여명, 대우조선에 20여명 근무한다.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해야 높은 기술력을 갖출 수 있고 희소가치가 높아 구조조정 태풍에 다소 비켜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자동화시스템과 정용섭 교수는 "고급 기술력을 갖춘 산업인력은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높아 불황에 시달리지 않는다"라며 "대학에서도 산업동향에 맞춰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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