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자처하다-자청하다, 뜻이 달라요

김정희 기자 2016. 5.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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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네 사람들의 사소한 법률 상담을 ‘자처했다’.

청년들의 박탈감을 표로 만들기 위해 흙수저를 ‘자청하며’ 나선 후보가 많다.

사회 정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악을 응징하는 사람을 다룬 영화들이 관객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TV 드라마에도 열혈 동네변호사가 등장했는데요. 수십억 원의 수임료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들과는 다른 변호사도 분명 있을 겁니다.

‘자처하다’와 ‘자청하다’는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인데요. 첫째 인용문에선 ‘자처했다’를 ‘자청했다’로, 둘째 인용문에선 ‘자청하며’를 ‘자처하며’로 고쳐야 합니다.

‘자처하다’는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한다는 의미로 그 앞에는 항상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이나 민족 등 명사(형)가 목적어로 와야 합니다. 그는 동네 변호사를 자처했다, 우리나라는 양궁에선 세계 최강임을 자처한다 등으로 써야 하지요. 인용문의 ‘흙수저’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자녀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인데요. 자격을 나타내는 명사로 볼 수 있으므로 ‘자처하다’와 잘 호응됩니다.

‘자청하다’는 어떤 일에 나서기를 스스로 청한다는 뜻인데요. ‘자청하다’ 앞에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 와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길 안내를 자청하며 앞장섰다 등으로 쓰이므로 인용문의 ‘법률 상담을’ 뒤에는 ‘자청했다’를 써야 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전통시장을 누비며 지역 일꾼, 머슴을 ‘자처하며’ 궂은일도 ‘자청해서’ 하겠다던 후보들이 당선된 후에는 심각한 지역 현안이 있어도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 때와 질 때를 알고 자기 본분을 다하는 꽃들처럼 혜택을 누리기에 앞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때 진정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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