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당신의 동심자극 프로젝트 '최종'..'짱구 엄마'를 만나다

김동환 2016. 3. 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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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즐기고 할인판매를 좋아한다. 어디가 싼지 금방 알아내는 쇼핑 초고수다. 동네 아줌마와 기본 2시간 수다에 짱구에게 지지 않을 막강한 개구쟁이 파워를 지녔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가정을 사랑하는 마음 따뜻한 엄마다. (케이블채널 투니버스 홈페이지)

누구일까? 여러분이 10여년 전부터 만나온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 봉미선이다. 물론 버전에 따라 이름은 약간 다르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지난 1979년 TBC(동양방송) 공채 성우 10기로 방송계에 발을 들인 강희선(55) 성우는 10년 넘게 짱구 엄마로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 속 맹구도 맡은 강씨는 언론통폐합 후 KBS 15기 성우로 등록됐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영상화면 캡처


강씨는 실생활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 부산지하철 등의 안내방송을 맡았다. 대구지하철 광고에도 목소리가 등장했으며, 20년 넘게 대북방송도 해오고 있다.

강씨는 배우 줄리아 로버츠, 샤론 스톤 전담 성우로도 유명하다. 과거 더빙 영화가 공중파에서 방송됐을 때 두 배우는 강씨의 몫이었다. 미셸 파이퍼와 니콜 키드먼도 그가 맡았다. 강씨는 “할리우드 작품에 나온 예쁜 여자는 거의 녹음한 것 같다”고 웃었다.

강씨의 첫 더빙 애니메이션은 ‘빨간 머리 앤(KBS)’이다. 그는 “스무살에 성우가 됐다”며 “7년간 라디오 드라마만 맡다가 처음으로 녹음한 만화”라고 말했다. 이어 “베르사유의 장미, 공각기동대, 캡틴 플래닛 등 원 없이 작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짱구는 못말려’는 힘들어도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며 “(실제로 보니) 짱구 엄마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해 기자를 폭소케 했다. 그는 “소리도 많이 지르고, 더빙할 때 세세하게 한다”며 “25분짜리 1편 녹음에 1시간 이상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영상화면 캡처


강씨는 “현재 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짱구는 못말려’ 성우는 처음과 다르다”며 “짱구, 짱구 엄마, 짱구 아빠만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공중파에서 짱구 아빠를 맡았던 故 오세홍씨가 지난해 5월 병세 악화로 별세하면서 김환진 성우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는 과거 비디오테이프 시절 짱구 아빠 녹음에 참여한 적 있다.

성우가 느끼는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차이가 궁금했다.

강씨는 “영화는 실제처럼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며 “(표현을) 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 표정이 살아있어 감정 잡기가 쉽지만, 애니메이션은 단편적이어서 감정 몰입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가 크다고 강씨는 덧붙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TV 시장은 변하고 있다. 더빙 작품은 줄고,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에서조차 자막 작품이 전파를 타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바꾸니 강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는 KBS 성우극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강씨는 “성우는 막연한 동경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시장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우는 2년 계약이 끝나면 프리랜서가 된다”며 “‘너 알아서 먹고 살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급 실업자만 양성하는 꼴이라는 게 강씨의 말이다. 아나운서 출신 후배에게 “너 왜 왔니?”라고 말할 정도였다.

자막 일색 작품 일갈에 강씨는 치를 떨었다. 그는 “더빙 작품을 보면 화면을 놓치지 않는다”며 “그런데 자막을 보니 화면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공사의 시청률 의식과 자막 작품 내보내는 현실에 그는 분노했다.

강씨는 “남자 성우 중에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도 있다”며 “저는 다행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낸 후에도 안타까운 현실의 무게 때문인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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