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백약무효](28) 법복 벗은 거물급 판검사, '공직자 윤리법' 여파로 개인사무실 개업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개정된 ‘공직자 윤리법’ 시행과 법조계 불황으로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이 아닌 서초동 법조타운 개인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으로 법원장 등 2급 이상 고위 법관들은 퇴직 후 3년간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24개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 지난해 말 퇴직한 고위 판·검사들은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을 적용받는다.
◆ 고위 판·검사 출신, 실적 부담 없는 개인사무소 열어
검찰에서 공직자 윤리법을 적용 받는 대상은 사법연수원 16, 17, 18기다. 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로펌들이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고위 전관들이지만 공직자 윤리법 개정, 로펌 업계 불황 등으로 개인사무실에서 새로운 역량을 펼치고 있다.
임정혁(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무연수원장은 단독개업하며 ‘대한민국 바로알기 연구원’을 열었다. 연구원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실은 물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자산을 재발굴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검찰 특수수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6·〃17기)도 개인사무실 개업을 준비 중이다. 김 전 고검장은 ‘한보그룹 특혜비리 의혹 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비리’, ‘이용호 게이트’, ‘김대중 대통령 아들 김홍업씨 비리’,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 ‘여간첩 원정화 사건’ 등 검찰 역사에 남을 대형 사건 수사에 검사로 직접 참여했거나 간부로 수사를 지휘했다. 김 전 대구고검장은 “사무실 구하는 일부터 함께 일할 직원을 구하는 일까지 하나하나 직접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욱 전 대전고검장(53·〃17기)도 개업을 준비 중이다. 조 전 고검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기획조정실장, 대전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고검장과 조 전 고검장은 지난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후보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18기 특수통 대표주자 강찬우(54·〃18기) 전 수원지검장도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강 전 검사장은 대검 중수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장, 대검 반부패부장을 등을 거쳤다. 그는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루보의 주가조작, 2008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을 수사했다. 2014년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에서도 구원투수로 나섰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낸 김영준(54·〃18기) 전 검사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동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김 전 검사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장,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했다.
변찬우(56·〃18기)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 오광수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54·〃18기)도 서초동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변 전 대검강력부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과 서울중앙지검1차장을 거쳐 울산지검장, 광주지검장으로 활동했다. 광주지검장 재직 때 세월호 사고의 안전사고 원인규명과 해양경찰의 대처 등에 대한 수사, 황제노역사건 등을 처리했다.
오 전 국장은 광주지검 해남지청장, 서울지검 부부장검사,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 대구지검 1차장검사, 청주지검 검사장, 대구지검 검사장을 거쳤다.
오 전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개인 사무소를 여는 것이 창의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검사장도 “단독 개업하는 게 새로운 법률 서비스를 개척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전담 재판부를 이끌었던 김상준(55·〃15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개인사무실을 연다. 그는 ‘오판 연구’ 전공을 살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찾아가 법적인 도움을 주면서 연구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안상원(47,〃25기) 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의 대표변호사로 옮겼다.
◆ 전관 대형 로펌 취업 안되자 ‘중소형 로펌’은 화색
중소형 로펌을 선택한 고위 법관 출신도 있다.
작년 12월 퇴임한 이득홍 전 서울고검장(53·〃16기)은 남기춘(56·〃15기)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세운 법률사무소 담박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
이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초대 첨단범죄수사부장을 비롯해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부산고검장 등을 거쳤다. 남 전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수사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거쳤다. 중수부 1과장 시절 대선 자금을 수사하며 삼성그룹을 수사했다. 그는 검사시절 기업비리와 관련해 엄격한 수사로 이름을 떨쳤다.
담박에는 이 전 고검장 외에도 홍기채(48·〃28기)·박형철(48·〃25기) 등 부장검사급 퇴직자도 합류했다.
18기 중에서는 정인창 전 부산지검장(52·〃18기)이 김종필 변호사(45·〃 27기)가 있는 법무법인 율우의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 정 전 지검장은 대전지검 공안부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인천지검 1차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조인호 전 대전지법원장(58·〃14기)은 대검찰청에서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조홍의 대표변호사로 새출발했다.
◆ 대형 로펌, 불황에 전관 변호사 영입에 소극적
공직자윤리법을 적용받지 않는 젊은 판·검사 출신들은 로펌행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서 영입한 전관 변호사는 이전만큼 많지는 않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형 로펌 중 김앤장과 동인만 5~6명의 전관 출신을 뽑았다. 광장·세종·율촌·화우·바른 등은 1~2명 뽑는데 그쳤고 태평양은 전관을 영입하지 않았다. 최대 10명 이상 뽑던 과거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도 불황이다보니 전관 출신을 예전만큼 뽑기 어려운 것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이 올해 처음 적용되다 보니 오히려 이미 대형 로펌으로 옮긴 전관들에 사건이 몰리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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