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2100년 해수면 1∼2m 상승..수많은 유적들 물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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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나무들은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큰 곳에서 건강하게 자란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삼나무 숲의 95%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온도 변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삼나무 군락은 문헌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은 사람과 동물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들이 현재 기후변화로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속 세계유산과 관광’ 보고서에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문화유산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사한 바, 이 중 31개가 위험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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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산을 위협하는 기후 재난의 주요 원인은 해수면 상승이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로버트 드콘토 교수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데이비드 폴러드 교수는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를 방치해 해빙 속도가 최악으로 빨라지면 2100년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2m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산하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3년 전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을 1m로 예측했다.

해수면이 1∼2m 오르면 수많은 유적지가 물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남태평양의 칠레령 이스터섬(라파누이)에는 사각형의 사람 얼굴 모양을 한 모아이 석상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섬에 흩어져 있다. 모아이 석상을 만든 사람들과 그들이 석상을 세운 이유 등은 세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유네스코는 해수면이 높아져 해수의 침범과 범람이 잦아지면 모아이 석상의 지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아진 파도가 석상이 서 있는 기반을 서서히 깎아내리는 것이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물 때문에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 습지에 세워진 베네치아는 주기적으로 홍수 피해를 본다. 수백년 전부터 만조가 되면 해수면이 높아져 도시에 물이 들어왔는데 지난 60여년 간 그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지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8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적 건축물들은 현재 뒤틀리거나 기울어진 상태다. 1960년대 베네치아 주민은 약 12만명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인 6만명에 불과하다. 베네치아는 1987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나 주민들은 홍수로 폐허가 된 가옥을 버리고 떠나고 있다. 영국의 미래학자 스티븐 백스터는 “100년 뒤 지구는 베네치아처럼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사라지거나 파괴된 유적도 있다.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탄자니아 킬와섬에 세운 성벽은 해안 잠식으로 무너져내렸다. 카심 마자리와 탄자니아 총리는 최근 ‘아프리카의 세계유산 보호 대책’을 주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7개의 탄자니아 유적은 현재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도시화 등 인류의 개발 활동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만에서는 2007년 걸프 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기원전 5∼6세기 유적지가 모래바람에 묻혔다.
대기 온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 일부 유적은 파괴되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는 냉동 상태로 보존된 원주민 미라들이 있다. 프랑스국립과학센터(CNRS)에 따르면 수천년 동안 고분 속에서 동결 보존된 이 미라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부패하고 있다. 고분을 보호해온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영구동토층의 해빙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고분 미라들이 유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베레스트 산맥으로 둘러싸인 네팔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이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의 등산 안내자인 ‘셰르파’ 문화를 주목했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은 셰르파들이 없었다면 보존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네스코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셰르파들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빙하가 녹으면서 물 부족, 산사태가 심해져 셰르파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195개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지만, 이를 비준한 나라는 아직 프랑스밖에 없다. 당시 협정서에 서명한 나라들은 ‘온도 상승폭을 1.5도 내로 제한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지난 2, 3월 평균 온도가 1951∼80년 30년간의 평균 온도보다 1.5도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협정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유네스코는 무분별한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연구를 이끈 애덤 마컴은 “관광산업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산업 때문에 일부 자연유산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3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페루 마추피추 지역은 산사태를 겪고 있다. 과도한 관광산업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 관광 대국인 프랑스는 1963년 선사시대 집단거주지와 25개의 동굴 유적이 있는 베제르 계곡에 대한 관광을 중단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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