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정면 충돌.. 중동 패권전쟁 번져

정상균 2016. 1. 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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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재정난 악화이란, 재부상 등 얽혀 유혈사태 확산 가능성이라크·파키스탄, 이란, GCC 6개국은 사우디 지지

사우디, 재정난 악화
이란, 재부상 등 얽혀 유혈사태 확산 가능성
이라크·파키스탄, 이란, GCC 6개국은 사우디 지지

중동 정세가 불안하다. 이슬람 수니-시아파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정면 충돌이다. 해묵은 종파 갈등을 넘어 중동 패권전쟁이다. 충돌의 이면에는 유가 폭락, 사우디의 재정난, 이란의 재부상 등 중동 질서 재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대 종파인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 등 47명 집단 처형이다. 분노한 이란 시위대는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고,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다. 강경노선의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은 유혈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의 대립은 중동질서도 바꿀 수 있다. 이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연합전선에도 균열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유가도 급등하는 등 시장은 불안하다.

■사우디-이란 단교 정면충돌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중동의 충돌은 중동 정세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에 중동도 갈라섰다. 수니파 왕정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이란의 폭력시위를 규탄하며 사우디를 지지했다. 반면 이라크, 파키스판, 바레인 등 시아파 국가들은 사우디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간 사우디와 이란은 시리아 사태, 예멘 내전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 경제제재를 완화하자 사우디 등은 이란의 부활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예멘 내전도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었다. 이란은 시아파 반군인 후티에 무기를 공급, 개입하자 사우디는 수니파 정부군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공습으로 전쟁에 개입했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퇴출 문제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 사우디는 수니파 반군을, 이란은 시아파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다.

■사우디 내분 수습 고육책

살만 빈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외교관계에서 강경하다. 그러나 사우디는 시아파 지도자를 반정부 혐의로 집단 처형할 경우, 이웃국가들의 반발을 충분히 짐작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집단처형을 강행한 데는 여러가지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이란 견제다. 이란은 자국을 옭아매었던 핵협상을 미국과 타결짓고, 올해초 경제제재가 풀린다. 원유 수출 확대를 선언하는 등 시장에 본격 나설 태세다. 또 이란은 옛 중동 맹주로서 정치·외교적인 세력도 확장을 꾀하고 있고, 서방국들도 이란의 자원 투자를 늘리면서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의 세력 확장은 불편한 일이다. 고유가에 오랜기간 군림했던 중동맹주 자리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중동 원유패권도 얽혀있다. 그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장악한 사우디가 감산을 거부하며 유가정책을 주도했다.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로 급락했지만, 세계 3위 원유매장량의 이란은 이 틈을 타고 올해부터 원유 수출을 더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의 손 밖에서의 변수에 의한 유가하락 압력은 커지고, 이는 사우디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측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원유 생산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지었지만, 우방국인 걸프6개국과 안보협력에는 미적거렸다는 것이다. 최근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불만은 고조된 상황이 이를 설명해준다.

외신들은 "(집단처형이) 서방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여기에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 실패도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이 장기화하자 탈출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공습과 무기 지원 등으로 전쟁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사우디가 초강수를 둔데는 내분 수습용이라는 점도 설득력이 있다. 수니파의 결집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우디는 2년째 지속되는 유가 폭락으로 인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쓸 돈이 부족해 가장 먼저 국민들에 지급하는 보조금 등 복지비용 등을 줄이고, 자국내 유가에 세금을 매겨 세수를 확보하기에 나섰다. 그간 수십년 호황을 누리면서 왕정에 우호적인 국민들의 반감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즉위한 살만 왕정은 국민들의 반정부 움직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건강이상설에 내부 쿠데타 위협설까지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살만 국왕이 왕권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예멘 내전에 개입한 것도 왕위 계승 1순위인 그의 아들이자 현 국방장관인 모하마다 빈살만 알사우드다. 살만 국왕은 내정불안을 외부로 돌려 이란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이슬람 종파 분쟁은 피가 피를 부르는 악순환이다. 이란의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 정권도 강경세력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강경노선으로 돌아서면 중동정세는 더 불안해진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와 이란이 단교를 선언한 3일 유가는 장외시장에서 곧바로 3%이상 급등했다.

서방국에게도 좋을 게 없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노골화되면 그간 테러조직 격퇴, 난민 해결 등의 국제 협력 구도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외신들은 중동전문가를 인용해 "사우디의 강경조치는 테러 국제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중동 혼란이 이슬람국가(IS)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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