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존 카니 감독이 직접 밝힌 '싱 스트리트' 비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이 영화, 참 이상하다. 스타가 없다. 그 흔한 특수효과도 하나 보기 힘들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시나리오도 투박하다. 다양성 영화이며 개봉관도 적다. 그럼에도 최근 가장 핫한 영화 중 하나다. 호평 속에 개봉 열흘 만에 관객 3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원스', '비긴 어게인' 등으로 잘 알려진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싱 스트리트'(sing street)다.
음악이 영화의 양념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닌 전체를 지배하는 특징은 싱 스트리트에서도 유효하다. 한때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감독의 이력 덕분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은 나쁘지 않다.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약 26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최근 주간 박스오피스에서 1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제한된 상영관에서만 개봉한 싱 스트리트는 지난달부터 인기에 힘입어 와이드 릴리즈 개봉으로 확장됐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영국의 '덴오브긱'(denofgeek)을 비롯해 '더버지'(The verge) 등 해외 매체는 앞다투어 존 카니 감독을 인터뷰했다. 이를 토대로 감독의 입장에서 싱 스트리트의 궁금점과 뒷얘기를 풀어 봤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최대한 배제했다.
싱 스트리트의 주연 배우들 대부분은 연기 경험이 전무하다. 아마추어다. 실제로 주인공인 페리다 월시-필로를 비롯해 라피나 역을 맡은 루시 보인턴 등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그러나 내 생각엔 연기 수업을 받은 아역 배우들은 종종 좋지 못한 버릇이 몸에 밴 경우가 있었다. 흔히 말해 겉멋만 든-성공하지 못한-배우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아마 당신도 종종 봤을 터. 가령 지나치게 얌전 빼는 목소리로 어색한 '로봇 연기'를 펼치는 경우 말이다. 그때 결심했다. "그래, 차라리 내가 연기를 가르치는 게 낫겠다!"고.
경험도, 경력도, 연기도 아니다. 그럼 배우 오디션에서 무엇을 볼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오직 캐릭터(Just for character)다. 정말로. 아이들 내면에 자리한 그들만의 스토리와 거기서 비롯된 고유의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파악하는 법은 간단하다. 소통이다. 아이디어에 대해서 대화하고, 열정을 파악할 뿐이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도 알아보고. 정말로 그뿐이다. 뮤지컬 스킬? 궁금하지도 않다. 오디션 내내 난 나를 '빵 터지게' 만드는 이들을 찾았다.
동시에 아역 배우 공개 오디션은 씁쓸한 경험도 남겼다. 탈락한 대부분의 아이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 접했기 때문이다. 부푼 가슴을 안고 찾아온 아이들이었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다.
숙제가 하나 더 있다. 10대인 아이들에게 1980년대의 정서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난 1950~1960년대의 텔레비전이나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럼에도 1972년에 태어난 내가 당시를 이해한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아마 행성과 행성 간의 간극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역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배경은 1970~1980년대인데, 녀석들은 2000년 이후에 태어났다.
배경 지식은 거의 백지나 마찬가지였고, 따라서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했다. 물론 한계는 있었다. 난 그들이 80년대를 '아주 조금(Very little)'씩 조각조각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진심으로 그 시절의 의상과, 음악을 사랑했다. 80년대만이 가진 '열정'을 사랑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약간의 사전 조사뿐이었다.
일찍이 밝힌 대로 영화는 자전적 이야기다. 내 학창 시절과 밴드 활동 시절, 한 소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음악에 빠져든 것 등등. 그러나 크게 달랐던 부분이 하나 있다. 주인공인 코너다. 정말 멋진 캐릭터다. 그러나 난 그 아이처럼 '스웩' 넘치게 행동하지도 못했고,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자신감이 충만해 있지도 않았다.
고백할 게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던 2014년 당시 U2와 콜라보레이션을 생각했다. 우리 모두 아일랜드가 고향 아닌가. 어느 정도 논의도 오갔고. 그러나 알다시피 그들은 최고 월드 스타(ultimate pop band)다. 때마침 월드 투어 일정을 소화 중이었고, 결국 협업은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U2 멤버인 존 보노와 엣지 모두 진심으로 영화 스토리 작업에 대해 조언해 줬다. 80년대 밴드 이야기와 함께 젊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 역시 더 프레임스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U2는 나와는 달리 대성공을 거뒀고. 때문에 보노는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만약 이 꼬마들의 밴드가 대성공을 거뒀다면, 이 부분에선 ~~식으로 할 거 같아."
영화 배경음악 중 최고의 노래로 꼽는 것은 '드라이브 잇 라이크 유 스톨 잇'(Drive It Like You Stole It)과 '투 파인드 유'(To Find You) 등 두 곡이다. 모두 음악 감독을 맡은 게리 클라크가 만든 곡이다. 나머지 노래는 내가 반쯤 가사를 썼고, 그가 여기에 아이디어를 추가해 완성한 것이다.
작업 방식은 이랬다. 먼저 내가 아이폰에 기본 멜로디 라인과 함께 대충 흥얼거린 가사를 녹음한다. 이것은 내 중요한 취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만든 습작을 음악 감독에게 넘기고 완성!
직접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난 한 곡을 완벽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내 생각에도 난 작곡 센스가 부족한 것 같다. 그냥 곡 쓰는 게 좋을 뿐이다. 어릴 적 난 다짐했다. 음악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밴드로 생계를 꾸려 나갔던 그 시절, 난 단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형인 잭 레이너란 캐릭터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조연이지만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 캐릭터 역시 내 개인적 얘기를 기반으로 해 창조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그리고 있는 큰 형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형이자, 언니이자, 또는 삼촌이기도 한 그런 인물…. 주변이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 당신이 기억하는 쿨하면서도 올바른 그런 어른 말이다. 내 꿈도 지지해 주는.
원스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다. 내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원스는 내 영화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다. 몇몇 기자들은 원스의 성공 신화 이후에 이렇게 말했다. "오! 진짜 영화 감독이었어!"
음… 원스 덕에 나는 영화를 더 만들 수 있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었다. 집도 살 수 있었고. 하하하! 솔직히 영화 덕에 매일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아티스트로서 말하자면-아티스트? 그냥 창작하는 사람이라 그러자-어마어마한 선물이다. 모든 화가와 시인, 뮤지션 등들은 늘 자문한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정말 내게 맞는 일일까" 그 시절의 나 역시 그랬다. 원스는 내가 영화를 계속 만들도록 허락해 준 존재다. 고맙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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