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억의 야생화 이야기(36)-미국쑥부쟁이] 하얀 꽃의 잔치
[식물분류학자 유기억교수가 들려주는 야생화 이야기,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가을이 되면 들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국화 모양의 꽃이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이른바 쑥부쟁이라 불리는 무리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참취속(Aster)에 속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참취속 식물은 약 18종류이며, 그중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는 참취, 개미취, 해국 등이 있다. 울릉도에 자라는 섬쑥부쟁이를 제외하면 내륙 지방에 분포하는 쑥부쟁이 종류는 대부분 꽃 색깔이 자주색이나 하늘색인데, 미국쑥부쟁이(Aster pilosus)만큼은 순백색의 꽃을 피운다.
미국쑥부쟁이는 지대가 낮은 곳의 길가나 계곡이 인접해 있는 지역에서 자라는데, 군락을 이룬 모습이라도 만나면 황홀경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의 이름이 왜 하필이면 미국쑥부쟁이인 것일까? 생태계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화식물(외래 식물)’이란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귀화식물이란 원산지는 외국이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생활환을 완성한 종류들을 가리키는데, 현재 300여 분류군이 들어와 생육하는 것으로 집계된 적이 있다. 귀화식물이 도입되는 시기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제1기는 개항을 한 1876년 이후 1921년까지, 제2기는 1922∼1963년까지, 제3기는 1964년∼현재까지를 말한다.
제1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까시나무, 토끼풀, 달맞이꽃, 지느러미엉겅퀴, 개망초, 서양민들레 등 64종류가 들어왔으며, 제2기와 제3기에는 각각 34종류와 173종류로 비교적 3기에 속하는 최근에 유입된 종류가 많다. 원산지로는 유럽과 미국 쪽이 압도적이다.
귀화식물은 우리 고유의 자생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가 쉬우므로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귀화식물이라는 이름에는 우리 자연 생태계에 별로 유익하지 않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귀화 동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생태계에 위해를 가하는 외래 동식물 16종을 지정해 고시하는 등 이들에 대한 관리 대책을 세우고 있다. 생태계 위해 동물은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볼우럭 등 5종류고, 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의 11종류다.
동물은 주로 식용할 목적으로 도입하여 사육하거나 애완용으로 기르던 것이 관리 소홀로 자연으로 뛰쳐나오거나 종교적 행사로 자연에 방생된 것이 많은데, 이들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자생종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황소개구리는, 야생 개구리는 물론 자기보다 덩치가 큰 뱀을 잡아먹는 등 엄청난 식성을 보일 뿐만 아니라 알도 상상 이상으로 많은 개체를 낳고 있다. 황소개구리를 퇴치하기 위해서 일부지방자치단체에서는 1마리 잡아 오면 얼마 하는 식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있을 정도다.
또 ‘월남붕어’, ‘납작붕어’, ‘블루길’ 등으로불리는 파랑볼우럭의 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주로 호수에 사는데 강원도 춘천호의 경우 그물을 던져 잡아 올리는 물고기의 1/3 이상이 파랑볼우럭이라 할 만큼 개체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호수는 인공 댐 때문에 조성되어 자생하던 물고기들은 달리 도망칠 곳이 없으므로 그 자리에서 파랑볼우럭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호수의 대부분은 파랑볼우럭으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외래 식물 종류는 괜찮은가? 동물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물속에서 생활하므로 심각성이 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식물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귀화식물 중 생태계 위해 식물로 가장 먼저 지정된 종류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다.
돼지풀은 이입 제2기에 들어와 제3기에 들어온 단풍잎돼지풀보다 먼저 들어온 종류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반면, 단풍잎돼지풀은 북한강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왕성하게 번져 나가고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한해살이풀인데도 키가 1∼2.5미터까지 자라고 식물체 전체에 바늘 같은 강한 털(剛毛)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쐐기에 쏘인 것처럼 통증이 있다. 또한 줄기 하나에서 만들어 내는 씨의 양이 어른 손바닥 2개를 붙여 담아도 넘칠 정도로 많다. 이런 강력한 번식력으로 인해 한 개체만 있어도 1년후에는 그 주변을 단풍잎돼지풀이 온통 차지하게 된다. 일단 발아가 되면 줄기 사이로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못하므로 다른 식물은 자랄 수 없다. 단풍잎돼지풀 스스로도 다른 식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빽빽하게 자리를 잡는 속성이 있다.

미국쑥부쟁이는 제3기에 유입된 여러해살이풀로, 최근에 위해 식물로 지정되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한국전쟁 때에 미국의 군수 물자에 붙어서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며, 주로 서울과 경기, 강원도 영서 지방,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해 나가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속명 ‘Aster’는 별을 뜻하는 그리스어 'aster’에서 유래되었는데, 국화과의 특징인 두상화(頭狀花)가 방사상 모양이어서 붙여진 듯하다. 종소명 ‘pilosus’는 부드러운 털이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줄기에 까칠까칠할 정도로 많은 털이 분포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털쑥부쟁이’라고도 한다.

미국쑥부쟁이란 우리 이름은 미국에서 들어온 쑥부쟁이란 의미로 붙여졌는데, 강원도 춘천의 중도에서 처음 보고 되었다 하여 ‘중도국화’라고도 부른다. 형태가 비슷한 종류로는 ‘우선국’이 있는데 잎은 긴 타원형처럼 생긴 피침 모양으로 폭이 넓고, 꽃의 지름은 2.5센티미터로 크며 꽃 색깔이 자주색이어서 미국쑥부쟁이와는 차이가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 같다. 분명 귀화식물이라 반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쑥부쟁이 꽃을 볼 때면 그런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썩 괜찮단 생각을 한다.

유기억 yooko@kangwon.ac.kr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이며, 식물분류학이 전공인 필자는 늘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면서 숲 해설가, 사진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생화를 주로 그리는 부인 홍정윤씨와 함께 책 집필 뿐 만 아니라 주기적인 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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