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人터스텔라] "한 접시의 요리가 운명을 구원한다", '마셰코' 심사위원 김소희, 김훈이, 송훈 셰프

김지수 대중문화전문기자 2016. 3.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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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TV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4의 김훈이, 김소희, 송훈 셰프./사진=주완중 기자
혀는 얼마나 간사한가. 인간의 세 치 혀만큼 간사한 것도 없다지만, 세 명의 심사위원의 혀는 정교하고 정직하며 더불어 정겹다./사진=주완중 기자
김훈이 셰프는 뉴욕의 ‘단지'로 미슐랭 별 한 개를 받았다. ‘빈의 요리 여왕'으로 불리는 김소희 셰프의 또다른 별명은 ‘단디 셰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도전자들에게 늘 ‘단디 해라'는 따뜻한 호령을 하기 때문./사진=주완중 기자
송훈 셰프와 김훈이 셰프는 한 때 같이 뉴욕에서 활동했다. ‘막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 송훈은 따뜻한 심사평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주완중 기자
김소희 셰프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세프가 되었다. 어머니같은 다정함과 냉정한 비평으로 ‘마세코'의 안주인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사진=주완중 기자

“가장 미스터리한 한국 음식은 신선로와 물냉면”
“한국 레스토랑 음식 간 너무 싱겁다”
“된장찌개에 설탕 넣는 것은 최악의 요리법”

“이 나라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골과 당근, 양파, 물, 소금과 후추 등 약간의 재료만으로 그릇 바닥까지 싹싹 먹어 치우게 하는 기막히게 맛있는 스튜를 만들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말이다.

요리하다 말고 드럼 치고, 시장 다녀오는 길에 농구도 하던 ‘네이키드 키친’의 곱슬머리 금발 남자는 요리하는 남자를 ‘쿨 브리튼’의 이미지로 상품화시켰다.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급식 개선, 개과천선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가정식 요리 훈련을 확산시키며 영국의 음식 멘토로 거듭났다. 제이미 올리버는 2003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셰프 지망생들에게 가차 없이 독설을 날리고 근거 없는 낙관을 가공할 만한 욕설로 부숴버리는 ‘헬스 키친’과 ‘키친 나이트메어’의 고든 램지는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았을 때 최고의 실력이 나온다고 믿었다.

그는 2006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버킹엄 궁에서 먹은 카나페가 선사시대의 그것처럼 형편없었다는 독설을 날렸다.

어쨌거나 ‘영국에는 부엌이 없다’는 속담으로 굴욕적이었던 미식의 불모지 영국을 미식계의 핫스팟으로 등극시킨 사람이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영국의 미디어였다. BBC에서 시작한 ‘마스터셰프'도 영국이 만든 유명한 요리 서바이버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요리에 대한 꿈과 열정을 지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셰프를 뽑는다는 ‘마스터셰프'는 2012년 올리브 TV가 한국판을 시작하면서, 한국인의 요리 열정에 불을 질렀다. 도전자들은 영하 18도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비비며 죽기 살기로 음식을 만든다.

한 접시의 요리가 자신의 운명을 구원할 것이라 믿으며.

“맛있어요? 맛없어요?” 취업 준비 중인 스무 살 청년부터 70세 할머니까지, 필부필녀가 한 접시의 요리를 내놓으며 간절히 묻는 말.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위해,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위해, 문밖에서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신부를 위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그들은 요리한다.

투박한 갈빗살이든, 새끈한 연어 한 점이든, 저마다의 사연이 더해진 음식은 순식간에 ‘눈물 젖은 빵'이 된다. 간간이 늙으신 어머니 앞에서 고깃국을 먹으며 울먹이는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혀는 얼마나 간사한가. 인간의 세 치 혀만큼 간사한 것도 없다지만, 세 명의 심사위원의 혀는 정교하고 정직하며 더불어 정겹다.

“우리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해준 요리가 LA갈비였어요. 나는 그 LA갈비를 해드릴 어머니가 없어요. 그런데 내가 만들었더라도 오늘 당신이 어머니를 위해 만든 폭립처럼 맛있게는 못했을 거예요.”-심사위원 김소희.

“요리 안에 의지가 없어요. 호기심도 있고 맛도 있는데... 걸쭉하게 하기 위해 전분을 썼죠? 맛은 비슷해 보여도 5분 걸려 만들 소스를 25분을 공들여 만드는 게, 바로 ‘의지'예요.”-심사위원 김훈이.

“소금 가지고 오세요. 허둥대느라 맛도 못 봤지요? 처음 들어와서 냄비를 덥히는 모습에서 기본을 봤어요. 내가 당신을 책임지고 훈련시킬 거에요.”-심사위원 송훈.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한 장의 에이프런을 받아 든다. 앞치마 한 장을 받아 들고 저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마셰코 시즌4’의 심사위원 김소희, 김훈이, 송훈 세 명의 심사위원을 만났다.

‘빈의 요리 여왕'으로 불리는 김소희는 2001년부터 오스트리아 빈에 ‘킴 코흐트'라는 레스토랑을 냈다. ‘킴 코흐트'는 유럽의 옷을 입은 독창적인 한식 레스토랑으로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도 예약하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자국 총리도 3개월 전에 예약해야 맛 볼 수 있다).

의사고 되려고 했던 김훈이는 뉴욕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 ‘단지'와 ‘한잔'을 운영한다. ‘단지'는 2009년 미슐랭 별 한 개를 받은 바 있다. 미국의 요리학교 CIA를 나온 송훈은 뉴욕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 수셰프(sous chef, 부주방장) 출신으로, 4월에 서울 도산공원 앞에 레스토랑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경상도 할머니처럼 외모만 ‘억세’ 보이는 김소희, 겨울 호빵처럼 부드러운 김훈이는 오랜 외국 생활로 단련된 전형적인 ‘교포들'이다. 이국풍의 몸가짐과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지닌 송훈은 알고 보면 넉살 좋은 한국 남자다. 세 사람의 왁자함은 그 자체가 한 그릇의 퓨전 냄비 요리처럼 뜨겁고 푸짐했다. 세 사람이 함께 낸 레스토랑이 있다면 ‘완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인생에서 얼마만큼 중요한가요?

김소희 저는 음식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해요. 어머니 계셨을 때는 어머니가 중요했겠지만, 이젠 음식만 남았으니까. 먹는 거에 희로애락이 다 있어요. 저는 ‘마셰코' 방송 시작 전에도 음식을 하고, 끝나고도 음식을 해요. 방송 전에는 스태프들 국수 삶아 먹여야겠고, 끝나고는 계란 프라이에 베이컨 구워서 밤참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어서…

저는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칼을(가방을 열고 보여준다) 가지고 다녀요. 어디서나 나 먹을 생각을 하고, 남 먹일 생각을 해요. 어머니는 “나 같은 사람한테서 어떻게 너처럼 귀한 딸이 나왔냐?” 그러면서 절 먹이셨거든요. 부산에서 살았는데, 어머니는 둘이 먹는 밥상에도 김치를 다섯 가지나 올리셨어요.

저도 빈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서도 형편이 안돼서 코스 짧은 거 먹는 애들한테는, 제대로 된 코스 다 줘요. 먹고 고맙다고 느끼면 그걸로 충분해요. 음식은 사랑하고 가장 비슷한 말이예요. 저희 레스토랑에는 독일, 루마니아, 태국, 중국 온갖 나라 사람들이 다 있는데, 말은 독일어로 하지만 밥 먹을 땐 저하고 같이 밥과 김치를 먹어요(웃음).

송훈 저는 음식이 제 반려자 같아요. 철들기 전에도 음식이 좋았고, 중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뭘 먹으러 다녔어요. 아버지가 반대하셨지만, 전 이게 정말 인생의 전부였죠.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데, 제가 그랬어요.

-2009년 미슐랭 별 하나 받았을 때 뉴욕의 훈이 셰프 가게 ‘단지’에 가서 식사한 적 있어요. 햄버거 류의 아주 팬시한 음식이었는데, 먹어보고 놀랐어요. 빵도, 고기도, 그 온도와 식감이 완벽하게 조절됐다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과학적인 음식이었죠. 미슐랭이 괜히 별을 준 게 아니더군요.

김훈이 좋은 재료로 한식 만들면 그래요(웃음). 좋은 접시, 와인잔 그런 건 다 셰프의 욕심이라고 봐요. 무조건 재료가 좋아야 해요. 뉴욕의 제 가게는 파인다이닝은 아니지만, 재료는 정말 좋은 걸 써요. 고기도 유전자 변형된 건 절대 안 쓰죠.

-오로지 식당에만 전념하는 자부심 강한 뉴요커였는데, 한국의 요리 채널에 출연한다고 해서 놀랐어요. ‘마스터세프코리아'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요.

김훈이 처음엔 싫다고 했어요. 그런데 담당 PD가 뉴욕에 있는 제 레스토랑에 찾아와서 저녁 7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말도 안 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시켜 먹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하고 신기해서 인사를 나눴어요. 그때도 한국어가 서툴러서 고사했지만. 난 머리 좋은데, 언어 때문에 바보같이 보이는 건 싫거든요(웃음)… 그러다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자신감이 생겨서 시작했죠.

-세프들 끼리 사전에 친분이 있었나요?

김소희 작년에 뉴욕 ‘단지'에 들러서 바에서 혼자 먹고 있었는데, 훈이 셰프가 나와서 반겨줬어요. 그 뒤로 일주일 동안 둘이서 신나게 먹으러 다녔죠.

김훈이 소희 셰프는 정말 따뜻한 분이에요. 송훈 셰프는 뉴욕 레스토랑에서 수셰프(sous chef, 부주방장)로 있을 때부터 들었어요. 제가 운영하는 ‘한 잔'의 헤드 셰프가 송훈 세프와 CIA 함께 졸업했다고 들었어요.

-송훈 셰프는 어떻게 소문이 났죠?

김훈이 말 잘하는 분이라고(웃음).

송훈 훈이 셰프야말로 언어의 마술사예요. 교포 중에서 ‘언어를 쓰는 혀’는 감히 최상급이 아닌가 합니다.

-‘마스터셰프코리아'가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서 놀랐습니다. 요리로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은 가수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간절하더군요.

김훈이 노래만 자기감정이 드러나는 게 아니에요.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살면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런 게 음식에 다 드러나요. 노래에 나오는 캐릭터는 음식에도 다 나오죠.

김소희 입에 들어가는 건 솔직해요. 음식에는 거짓이 없고 헛 것이 없어요. 재료에서부터 만드는 자세까지 진실한 감정이 다 나와요. 피카소 그림 보고 4차원 적인 생각을 하는 날은 음식도 재밌고 엉뚱한 게 나와요. 난 마음이 슬프면 당근 빛깔 하나도 어두워지더라고.

-‘마셰코' 녹화하는 현장은 어떤가요? TV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긴장감이 넘치나요? 요즘 TV를 보면 우리 시대 청소년의 꿈은 연예인 아니면 요리사가 아닌가 싶은데요.

김훈이 요리사가 돼서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맞겠죠(웃음).

김소희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색칠을 하고, 접시 꾸미기만 요란하게 한 음식들도 많아요. 그러면 저희는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내죠.

김훈이 우리 세대는 TV 셰프가 없어서 저희 엄마도 “의사 공부하다 뭐가 아쉬워서 요리하냐"고 많이 말리셨어요. 녹화를 하면 24시간 스트레이트로 할 때도 있는데, 그게 부엌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예요.

-24시간 스트레이트로 녹화한다니, 강행군이군요.
송훈 제 별명이 나무늘보예요. 말하는 속도도 걷는 속도도 느리죠(웃음).

김훈이 송훈 셰프는 포즈를 많이 잡아요(웃음).

김소희 우린 스트레이트죠. 송훈이 “시식해볼까요?” 하면 우린 이미 가서 먹고 있어요(웃음).

송훈 궁합은 환상이예요. 소희 셰프는 유럽, 훈이 세프는 미국, 저는 한국 이렇게 출신이 다른 셋이 모이면 궁합이 딱 맞아요. “기름 묻어나는데…” 그러면 “온도가 안 맞아요?”하면서 서로 척하면 척이죠.

-100명 도전자의 음식을 다 시식한다는 것도 고역일 것 같은데요.

송훈 저는 너무 배부를 거 같으면 맛만 보고 삼키진 않을 때도 있어요.

김소희 저는 다 먹어요. 제가 진짜 잘 먹어요. 저는 외국에서 3시간 자고 일할 때도 ‘밥심’으로 버텼어요. 근처에 밥집이 없을 땐 일식집 가서 미소 장국에 밥 말아서라도 먹어요. 한국 와서 시식 프로그램 녹화하면서 묵은지에 젓갈 비벼 밥 먹고 나서도, 끝나고 스태프들과 중국집에 가서 또 먹어요.

김훈이 저도 100명 음식을 다 먹었어요. 영하 18도 날씨에 새벽부터 와서 요리한 거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궁금해서 먹어요. 한 접시 먹고 모르겠으면 또 먹고, 맛있으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또 먹어요.

-세 사람의 혀의 취향이 다를 텐데, 만장일치를 이룰 때는 언제인가요?

송훈 태도가 불손해 봬도, 일단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으면 그 사람한테 반해버리죠(웃음).

김훈이 출연자 중에 윤남노라는 청년이 그랬어요. 잘난 척한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혼낼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먹어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칭찬 한마디 했더니 펑펑 울어요. 알고 보니 선생을 잘못 만나서 칭찬 한마디 못 듣고 맘고생을 많이 했더라고요.

-한국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인 소희 셰프와 훈이 세프에게 가장 미스터리한 한국 음식은 뭐죠?

김훈이 저는 신선로가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김소희 난 물냉면 맛을 모르겠어요. 외국인 친구는 고무줄 같다고 해요.

김훈이 보통 국물 음식은 간이 국물에서 나오는 데, 평양냉면은 면 맛이 훨씬 중요해요. 외국인들은 그런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으면 일본 음식을 먹어요. 한국 음식은 일반적으로 임팩트가 세다고 생각하죠.

김소희 신선로는 맛보다는 냄비가 특이해서 먹는 거 같아요. 유럽에서는 그 맛을 원할 때 일본 샤부샤부를 찾죠. 어쨌든 외국인들은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그런 맛에 익숙지 않아요.

김훈이 한국인들은 모호한 맛 가운데서 무언가를 찾는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요.

김소희 오히려 막 섞는 걸 좋아하지 않나? 궁중 떡볶이보다 고추장 떡볶이를 좋아하고. 비빔밥도 처음부터 고추장에 고사리까지 비벼 먹는 걸 보면 깜짝 놀라요. 전 처음엔 나물만 먹고, 그다음엔 밥하고 나물, 마지막에 고추장을 조금 넣고 비벼 먹어요.

-송훈 셰프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두 분 셰프와 미각의 차이를 느끼나요?

송훈 두 분이 간이 조금 세죠. 하지만 소금은 음식 맛을 전하는 기본이에요. 소금기가 너무 빠지면 맛을 느낄 수가 없어요.

김소희 요즘 강남의 레스토랑 음식은 너무 싱거워요. 그게 트렌드인가봐.

김훈이 저는 그래서 소금을 가지고 다녀요(웃음).

-가장 불쾌하게 느끼는 맛은 뭐죠?

김훈이 과일이나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이 아니라 설탕을 쳐서 나오는 단맛이요. 화학조미료의 단맛은 원재료의 맛을 죽인달까요.

김소희 빈에서 된장 끓여 내놨더니 설탕을 쳐달라고 해서 놀랐어요. 단맛은 좋은 호박과 양파에서 나오는 거로 충분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맛이 있나요?

송훈 산도가 있는 걸 좋아해요. 피클 종류요. 식감도 크런치한 것, 부드러운 것, 크리미한 것 등등을 좋아하죠.

김훈이 저는 체중에 따라 날씨나 계절에 따라 좋아하는 맛이 달라져요. 그래도 대체로는 여러 가지 맛이 다층적으로 느껴지는 걸 좋아해요. 매운맛을 단맛이 받쳐주고, 짠맛을 생채소의 쓴맛으로 잡고, 신맛으로 느끼한 걸 누르고… 그렇게 균형이 맞으면 요리를 아는 사람이구나 싶은 거죠. ‘혓바닥'을 골고루 느끼게 해주면 정말 행복해요.

김소희 저는 철학이 있는 음식을 좋아해요. 맛에 대한 주관이 확실한 음식! 재료를 알고, 그 구조를 파악해서 만든 음식! 저는 오늘 먹은 음식이 내일을 망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강한 음식이 좋아요. 버터, 크림, 마요네즈를 안 쓰고 재료도 제철 것을 써요. 언 음식을 안 좋아해서 육고기보다 자연산 물고기를 많이 쓰죠. 빈에 오는 레스토랑 손님들에게 내가 하는 말이 있어요. “음식은 맛있는 약이다!”

-건강한 음식이라면, 요리사의 재량이 너무 제한되지 않나요?

김소희 저희는 하루에 18시간 이상 일하는 전문인이에요. 평범한 재료로 입에 착 붙는 음식을 만드는 게 저희 일이죠.

-송훈 셰프는 4월에 도산공원 앞에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들었어요.

송훈 ‘에스테번'이라고. 모던한 서양식 주막 같은 공간이에요. 하우스 와인에 투박한 그릴 음식을 내고 싶어요.

-권위 있는 ‘마셰코'의 심사위원이 낸 식당이라면, 그 맛의 검증 작업이 더 까다로울 텐데요.

김훈이 송훈 셰프 식당이 맛없으면 우리 심사위원 권위가 다 맛이 가는 거예요(웃음). 우리나라 최고, 아시아 최고 식당이 될 거라고 믿어요.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된다는 뉴스가 발표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소희 저는 미슐랭 심사위원이 두 번 저희 레스토랑에 연락 왔었는데 거부했어요. 저는 한 사람만을 위해서 눈치 보며 요리하고 싶지 않아요.

-잠깐, 미슐랭은 비밀 방문 원칙 아닌가요?

김소희 아, 그런데 유럽에서는 심사위원이 나오는 시즌이 있고, 몇 가지 버릇도 정해진 데다 나중에 별도로 질문지를 보내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어요. 어쨌든 별 따는 데 중점을 두면, 그거에 중독돼요. 미슐랭 별에 스트레스받기엔, 저희가 너무 열심히 일하고, 이 일을 사랑해요.

송훈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했는데, 그때 주방에서 훈이 셰프 ‘단지' 얘기를 들었어요. 셰프 집단에서 이야기가 돌면 거긴 정말 잘하는 데 거든요.

김훈이 단지는 미슐랭의 기준에 맞는 식당이 아니었어요. 30불 정도 가격이니까, 미슐랭 레스토랑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싼 식당일 거예요. 별은 주니까 받았어요. 그런데 미슐랭 별을 따고, 그걸 유지하는 게 목적이 되면, 셰프가 불행해져요.

-미슐랭 별이 셰프를 불행하게 만든다?

김훈이 내가 맛있게 하고 손님이 맛있게 먹는 게 행복이에요. 왜 자기 행복의 컨트롤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요? 좋은 식당이 많아지는 건 좋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죠.

송훈 별만 쫓다가는 별에 쫓기는 자가 된다는 게 진리(웃음).
김소희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일본에 가면 많아요. 일본 식당은 히스토리가 깊고, 서구에 경제를 팔 때 음식도 같이 팔았죠. 우린 그때 경제만 팔았고요.

-혹시 본인들의 음식에 혹평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김훈이 매일 들어요. 특히 짜다는 말.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뉴욕 시민들을 위해서 식당을 차렸지, 뉴욕에 오는 한국인들을 위해서 식당을 차린 게 아니거든요.

김소희 그런 건 없고, 저희 식당에 와서 김치찌개 찾으면 “안 판다"고 하는 정도예요.

-반대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호평이 있습니까?

김훈이 저는 전통 한식을 배운 적도 없고, 그냥 제 요리법대로 요리해요. 그래도 장만큼은 직접 한국 와서 구해서 쓰거든요. 어느 날 50대 정도 된 남자분이 3일째 단지에 와서 된장찌개만 드시더라고요. 그분이 “우리 어머니가 만든 게 첫 번째, 그리고 이 집 된장찌개가 두 번째로 맛있다"고 해서 무척 감동했어요.

김소희 저는 친구를 위해서 만든 음식인데, 손님들이 좋아해서 유명해진 음식이 있어요. 고급 참치에 값싼 돼지비계, 한국 배를 넣어서 만든 ‘그람멜 참치 스테이크'라고. 그런데 그 요리는 또 한국 배가 없으면 안 돼요. 배가 11월부터 1월까지 들어오는데, 레스토랑 손님들은 10월부터 “한국 배 언제 오냐?”고 물어봐요(웃음).

송훈 저는 한국에 들어온 지 2년 정도 되거든요. SG다이닝에서 하는 블루밍가든, 부처스컷 레스토랑에서 있었는데, 뉴욕에서 유학했던 학생들이 찾아와서 인사할 때가 있어요. 와인이나 귤 상자 사 들고 와서 좋은 음식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저는 손님들하고 음식 얘기하면서 정을 나누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김소희, 김훈이, 송훈 셰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김훈이 저는 미슐랭 별 따는 것보다 ‘마셰코'에서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해요. 어떤 시청자들은 “이번 시즌에 강레오가 안 나오면 독설은 누가 하느냐”고 묻던데, 저는 독설이나 칭찬이 포커스가 아니라고 봐요. 심사위원이 맞는 말을 하는 하는가가 중요해요. 혼을 낼 수도 있고, 칭찬할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정확한 비평을 해야 도전자들이 이 도전에 가치를 얻어갈 수 있어요.

김소희 저는 ‘마스터셰프코리아'를 통해 셰프가 미래가 보이는 직업으로 알려진다는 게 의미 있다고 봐요. 저도 도전자들을 보고 많이 배워요. 좋은 셰프들을 많이 나와서 한식이 세계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송훈 저에겐 ‘마스터셰프코리아'가 전쟁이에요. 최고의 동료들과 치르는 멋진 전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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