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하드'부터 '해리 포터'까지, 알란 릭맨의 명장면 돌아보기












영국의 대표 명배우 알란 릭맨이 6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88년 <다이 하드>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할리우드와 영국을 넘나들며 그가 이름을 남긴 영화는 70여편에 달합니다. 한국 관객들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긴, 아직 당신이 보지 않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들을 스포츠경향이 추려봤습니다.
※ 주의: 이 기사엔 각 영화들의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 <다이 하드> (1988) 한스 그루버
40세의 늦은 나이에 할리우드 대형 영화에 데뷔한 알란 릭맨은 기존의 비열한 악당과 다른 새로운 악당의 전형을 창조했습니다. 테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말끔한 정장에 세련된 말투, 리더십과 지략을 갖추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한스 그루버의 캐릭터는 후줄근한 나쁜 남자 타입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과 비교되며 더욱 부각됐습니다.
[명장면] 자신이 장악했던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는 한스 그루버의 최후는 <다이 하드>의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여기서 알란 릭맨의 놀란 표정은 감독 존 맥티어난의 지시로 현장에 있던 스턴트맨이 실제로 알란 릭맨을 놀래켜서 잡은 표정이라고 합니다.
■ <센스 앤 센서빌리티> (1995) 브랜든 대령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영국의 고전 <이성과 감성>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알란 릭맨은 무뚝뚝하지만 신사적인 미중년 브랜든 대령 역을 소화했습니다. 당시 10대였던 케이트 윈슬렛이 분한 마리앤에게 진지하게 구애하면서 결국 브랜든의 진심을 관철시키는 연기는 악역 전문 이미지로 고정될뻔 했던 알란 릭맨이 로맨스 장르에도 최적화된 배우임을 입증해 줍니다.
[명장면] 실연당한 마리앤이 들판에서 빗속을 헤매다가 쓰러지고, 브랜든이 마리앤을 구해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은 브랜든의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합니다. 결말을 장식하는 마리앤과 브랜든 대령의 결혼식 장면도 영화의 해피엔딩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니 놓치지 마세요.
■ <도그마> (1999) 메타트론
<도그마>는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 등 주류 A급 배우들이 케빈 스미스 감독과 뭉쳐서 만든 독립영화입니다. 천국에서 지상으로 유배당한 두 천사가 천국으로 돌아가려고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코미디 영화에서 알란 릭맨이 맡은 역할은 천사 메타트론입니다.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천사라니 알란 릭맨의 중후한 발성에 그대로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지요.
[명장면] 천사 메타트론이 보여주는 온갖 기행을 주목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천사에게 성(姓)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별안간 하의를 모두 내리고 ‘그 곳’에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가하면, 천사는 음주가 금지되어있다며 술을 입에 머금었다가 다시 뱉기도 하지요.
■ <러브 액츄얼리> (2003) 해리
워킹 타이틀이 내로라하는 영국 대표배우를 죄다 집합시킨 <러브 액츄얼리>에 알란 릭맨이 빠질 수 없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함께 연기했던 엠마 톰슨과 이번엔 부부로 출연해 직장 여비서에게 마음이 흔들리다가 다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중년 가장 해리를 연기했습니다. 엠마 톰슨은 알란 릭맨의 임종까지 함께 지키며 작별 키스를 남겼다고 합니다.
[명장면] 캐런과 함께 백화점에 온 해리는 캐런 몰래 여비서에게 선물할 하트 목걸이를 사려고 합니다. 하지만 점원은 해리의 조바심은 아랑곳없이 정성들여 거대한 선물 포장을 하고 있고, 알란 릭맨 특유의 피곤하고 짜증난 표정 연기가 다시금 빛을 발합니다. 게다가 그 점원은 다름아닌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고요.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로봇 마빈
컬트적 추종을 받고 있는 영국의 SF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온갖 코미디와 풍자가 난무하는 이 영화에서 알란 릭맨은 ‘우울증에 걸린 로봇’이란 특이한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팬들로부터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캐스팅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이 로봇의 움직임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플리트윅 교수를 연기한 소인증 배우 워윅 데이비스라고 합니다.
[명장면] 하얗고 동글동글한 몸체에 이등신 수준으로 거대한 머리 크기를 자랑하는 로봇 마빈은 이 영화의 최강 귀요미입니다. 하지만 마빈의 최강 매력 포인트는 특유의 우울한 넋두리입니다. 이걸 듣다보면 주변에 있던 로봇도 우울증에 걸려버리고, 최첨단 컴퓨터는 심지어 자살까지 할 정도입니다.
■ <해리 포터 시리즈> (2001~2011)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32세의 스네이프를 연기했을 때 알란 릭맨의 나이는 이미 50대였습니다. 그러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로 모든 시리즈가 마무리됐을 때 스네이프는 시리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돼 있었고 거기엔 카리스마 넘치는 위엄과 지고지순한 순정을 어색하지 않게 조합시키는 알란 릭맨의 역량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원작자인 J. K. 롤링은 알란 릭맨을 매우 신뢰해 소설이 미처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네이프에 대한 비밀을 모두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명장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스네이프가 해리 포터의 어머니 릴리를 계속 사랑하고 있었다는 반전이 밝혀집니다. 그걸 알아챈 덤블도어 교장이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나?”라고 묻자 스네이프는 “언제까지나”라고 대답하지요. 이 장면에 대해 알란 릭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팔순이 되면 흔들의자에 앉아 <해리 포터>를 읽을 겁니다. 그러면 가족이 나한테 말하겠죠.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나?’ 그럼 전 이렇게 답할 겁니다. ‘언제까지나.’”
알란 릭맨은 2016년 1월 14일 6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온라인뉴스팀 sportskyungh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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