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신데렐라 박성현 "보이시하다구요? 천생여자랍니다"

유인근 2016.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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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며 하트 모양을 그려보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음한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를 지배할 ‘대세’를 꼽을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주인공은 박성현(22·넵스)이다.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무명에서 일약 스타가 된 그는 올해부터 미국 무대로 진출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의 공백을 메워줄 KLPGA 투어의 흥행카드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박성현이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스포츠서울과 만나 화끈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만나게 될 올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예뻤다
지난 연말을 가장 바쁘게 보낸 스포츠스타중 한명이 박성현일 것이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과 행사참여, 여기저기 인사할 곳이 많아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부족했다. 지난 12월 27일 전지훈련차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했다. 지칠 법도 했지만 박성현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달라진 나를 느낄 수 있어 즐거워요. 작년 이 맘때는 찾아주는 곳이 없어 심심하게 보냈던 것과는 천지차이더라구요(웃음). 조금 피곤해도 기분이 좋아요.”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가만히 보니 웃는 모습만 예쁜 것이 아니다. 골프선수 맞나 싶을 정도로 얼굴이 희고 작고 갸름했다. 필드 위에서의 파워풀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짧은 머리와 화끈한 플레이 덕분에 많이 보이시할 것이란 선입견은 금방 깨지고 만다. “머리요? 어렸을 때부터 짧은 헤어 스타일을 유지해서 기르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해요. 겪어보면 여성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별다른 취미가 없는 탓에 스트레스 해소를 청소로 하는 편이다. 짜증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화장실까지 뒤져서 깨끗하게 청소한다. “집안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 반전매력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사실 박성현의 ‘반전 여성스러움’은 지난 연말 KLPGA 시상식에서 정점을 찍었다. 양 어깨를 드러낸 과감한 드레스로 시상식장에 나타나 뭇 남성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171㎝의 큰 키, 늘씬한 몸매...‘드레스의 여왕’이 따로 없었다.
박성현은 지난 12월에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1420만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가 되기도 했다. “두번 생각 않고 결정했어요. 저도 골프를 하면서 어려운 시절 도움을 받았으니 여유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쯤이면 마음까지 예쁘다고 할 수밖에.
‘장타여왕’ 박성현은 올시즌에도 시원한 장타를 펑펑 날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남달라’서 ‘신데렐라’가 된 ‘장타여왕’
‘남달라’ ‘신데렐라’ ‘장타여왕’ ‘승부사’ ‘닥공’...골프선수 중 박성현처럼 많은 별명을 가진 이도 드물다. 누구보다 핫하고 드라마틱한 시즌을 보낸 덕분이다. 하나하나의 별명에는 박성현의 변천사가 담겨있다. 먼저 그의 골프백엔 ‘남달라’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톱랭커가 되기 위해선 뭔가 달라야할 것같다는 생각에 써놨어요. 볼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다지죠.”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했을 때 붙은 별명은 ‘신데렐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단박에 우승컵을 거머쥐었으니 그렇게 불릴만 했다. 박성현은 그때를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마음에 새겼다. 그 뒤 따라붙은 수식어는 ‘장타여왕’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장타자들을 기죽이는 파워풀한 샷은 박성현의 최대 장점. 26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샷은 남자선수 부럽지 않다. 유명세를 타니 호쾌한 장타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모두들 열광했다. “듣기 제일 좋아요. 태권도 공인 3단인 엄마를 닮아서 힘을 쓸 줄 아는 것이 비결이라고 할까요. 장타를 구사하다보면 부상 입지 않을까 걱정해주시는 팬들도 많은데 허리 부담은 전혀 없어요.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죠. 저의 행운이라 생각해요.” 올해 장타를 업그레이드해 좀더 안정된 장타자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지칠줄 모르는 ‘연습벌레’, 올해도 나홀로 캠프’
박성현은 ‘연습벌레’다. 그가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는 엘리트코스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왔다. 시련과 사고, 불운을 딛고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 고2때 국가대표가 됐지만 갑자기 찾아온 드라이버 입스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했고, 2011년 프로가 된 이후에도 맹장수술과 교통사고 등이 겹치면서 2014년이 되어서야 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정규투어에 진출했다. “입스는 프로가 돼서도 한동안 괴롭혔어요. 대회 중 한 홀에 O.B(아웃 오브 바운드)가 서너개씩 나기도 해 눈 앞이 깜깜진 적도 많아요.” 그 막막했던 어려움을 훈련으로 극복했다. 스윙이 가장 좋았던 때의 동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면서 손바닥이 까지고 부르트도록 연습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샷이 똑바로 잡혀갔고 지난해 돌풍의 원동력이 됐다. “힘들 때는 잘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던 것이 결국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믿어요.”
박성현은 올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나홀로 캠프’를 차렸다. 4월까지 머무를 예정. 지난 해에도 같은 곳에서 코치도 없이 캠프를 차린 뒤 피나는 연습끝에 드라이브 샷 거리를 20야드 늘렸고 마침내 인생역전을 이뤘다. 이 골프장에서 우연히 박성현을 목격했다는 어떤 이로부터 “아침 일찍부터 밤 늦도록 연습을 하는 한국 선수가 있어 눈여겨 봤는데 그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 몰랐지만 나중에 박성현인 걸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혼자 연습하는 게 체질에 맞는다는 그는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그린 주위 어프로치와 벙커샷에 좀더 시간을 할애해 약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박성현은 스포츠서울 독자들을 위해 커다란 하트 모양을 그리며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나는야 ‘닥공’ 스타일, US여자오픈 우승하고파~
박성현은 2016 개막전인 현대차여자오픈 우승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벌써 1승했으니 신나죠. 우선 데뷔 첫 승을 거뒀던 한국여자오픈에서 대회 최초의 2년 연속 우승자가 되는 걸 전반기 목표로 정했어요.” 서두르지 않고 당장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하나씩 상향조정하겠단다. 그래서 결과가 좋으면 상금왕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최근에는 미국진출 여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다. “현재로서는 진출 45%, 안가고 싶은 마음이 55%예요. 아직 몸도 마음도 준비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올해 KLPGA 상금 2위 자격으로 초청받는 LPGA투어 대회에는 되도록 나가볼 요량이다. 국내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3~4월 LPGA투어 KIA 클래식과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는 것으로 시즌을 열기로 했다. “국내 투어를 뛰면서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하려고 해요. 그 중에 US여자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어요.”
요즘들어 박성현이 자주 들었던 말은 ‘닥공’이다. ‘닥치고 공격’, 박성현의 화끈한 공격 스타일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것. “무슨 말인지 몰라 팬들한테 물어봤는데 참 재밌고 신선했어요. 나쁜 뜻 아니잖아요. 올해도 화끈한 닥공 기대하세요~”. 환한 미소가 보기 좋았다. 박성현의 새해는 그렇게 힘차게 출발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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