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국 엄마와 핀란드 엄마

핀란드인인 나는 이제 생각도 한국말로 하고, 잠꼬대도 한국말로 한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읽는 건 아직 어렵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이유다. 그러다가 2년 전 처음으로 한국 소설을 핀란드어로 번역하게 됐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였다. 처음엔 부담스럽고 망설여졌다. 전문 번역가가 아닌 데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 주제가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엄마'이고, 핀란드에 한국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도전하기로 했다.
소설을 한 번 쭉 읽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멸치속젓, 조개젓갈 같은 표현을 어떻게 번역하지? 앞이 막막했다. 또 한국어 표현이 굉장히 함축적이어서 그 느낌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핀란드어는 한국어처럼 교착어이고 다양한 어미와 조사를 사용하는 언어다. 주격, 목적격, 소유격과 같은 격을 쓰는 것도 두 언어 간의 공통점이다. 어순(語順)도 비교적 자유로워서 번역하기가 그나마 수월해졌던 것 같다.
몇 달에 걸쳐 번역을 해나가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청국장이나 황석어젓을 담그는 한국 엄마는 베리 잼, 베리 주스도 만들고 빵도 굽는 핀란드 엄마, 즉 우리 엄마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식을 위해 먹을 것을 잔뜩 하시는 엄마의 모습은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라는 것을. 멸치속젓이란 단어보다 그것에 녹아 있는 엄마의 의미가 통하리라는 것을. 그 작품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현처럼,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소설 번역에 이어 작년에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조국 핀란드가 한국인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멀지 않고, 춥지 않고,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문학 번역과 반대 방향의 작업인 셈이다. 이 역시 번역 못지않게 어려웠다. 외국어로, 그것도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내가 번역하고 직접 쓴 글이 한국과 핀란드를 더 가깝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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