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아가씨' 만큼 매혹적인 이야기꾼 하정우

열심히 일하기로 유명한 배우 하정우가 이번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만났다. 재산을 노리고 아가씨에게 접근한 사기꾼 백작 역이다.
사연 많은 '귀족 아가씨'와 '도둑 하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줄거리라서 백작은 한발짝 떨어져있는데도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역시 하정우는 하정우다.
그나저나 하정우와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산으로 갔다. 얼굴은 '상남자'인데 의외로 '수다쟁이'다. 연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만나보니 천상 이야기꾼. 영화 '아가씨' 인터뷰로 시작했다가 '만보기' 추천 받고 왔다.

'암살' 찍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줄거리도 캐릭터도 되게 재미있었다. 영화 '메멘토' 같은 스릴러 느낌도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쌓이는 게 굉장히 밀도감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했다.
Q. 백작은 어떤 사람인가.
시나리오를 읽을때부터 내 롤은 확실했다. 이 영화 안에서 미드필더 같은 역할이다. 극중 김태리와 김민희를 김민희와 조진웅을 연결시켜주는 역할. 그리고 사건과 사건 사이에 백작이 있다. 사기꾼의 모습부터 히데코와 사랑에 빠졌을때 점점 흔들리며 파멸해가는 모습까지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있다.
Q. '칸' 인터뷰에서 팬들이 떨어져나갈까 걱정했다던데.
사실 그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백작이 비주얼적으로나 줄거리상 호감가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관객들의 기대를 조금 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노파심에서 좀 걱정한거다.
Q. 관객들이 기대하는 하정우에 대해 생각해봤나.
사실 그런 생각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지도 않는다.
Q. 인생이 거짓말인 백작, 사실 가장 원한건 진실된 사랑이었나.
마지막에는 백작이 좀 안됐더라. 연민이 간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시나리오에 잘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감정을 숨기는 것, 기술적으로 하기가 참 힘든 연기다. 중요한 포인트는 백작은 일본어로는 거짓말을 하고 한국어로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런 지점들이 굉장히 흥미롭다.

(갑자기 YTN 앱 속보로 뜬 '하네다 공항 여객기 화재' 뉴스 본 하정우)
무슨 일이냐. 승객들이 다 대피했다니 다행이다. 나는 비행기 공포증이 심하다. 엘리베이터 타는 거 싫어한다. 떠 있는 기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게 싫다. 집이 8층인데, 최근 들어 엘리베이터가 세 번 정도 멈췄다. 그때 너무 놀라서 요즘 엘리베이터 안 타고 걸어서 내려간다.
Q. 그런데 비행기 영화 '롤러코스터' 만들지 않았나.
그게 그런거다. (실제로는 점잖은) 박찬욱 감독님이 '아가씨' 같은 강렬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내가 비행기 영화로 감독 입봉하는 거? 그런거랑 비슷하다.
Q. 그럼 이참에 '엘리베이터' 영화 만들어봐라.
'베리드'를 꺾을 만한 뭔가가 있으면 고민해보겠다. 만든다면 일단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많이 갇혀야겠다.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거다. 미로 같은데를 들어가서 빠져나오는 이야기?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고민해보겠다. 단편으로는 만들 수 있겠다.

태리가 굉장히 큰 부담을 느꼈을 거다. 박찬욱 감독님이 태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셨다. 저나 민희나 진웅 형도 태리가 편하게 연기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편 영화를 찍고 언론시사회를 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태리에게는 이번이 모두 처음일거다. 개인적으로도 김태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영화계에서 하늘이 내려준 보석 같은 배우라고 했다. 멋지게 배우 생활 잘 했으면 좋겠다.

칸에서 민희 옆에서 처음 '아가씨'를 봤는데, 끝나고 딱 한마디 했다. '민희야 너 정말 압도적이다'라고. 민희가 놀라운 건 그 시대가 보여주고자 하는 클래식함부터 현대물까지 표현이 된다. 놀라운 여배우다. 해가 거듭할수록 나이가 먹을수록 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한번 연기해보고 싶다.
Q. 지금 막 데뷔한 배우들 보면 옛날 생각 나겠다.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 찍고 신문사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름이 뭐라고?' 물으셔서 '하정우 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래 정우야, 여기 이렇게 엎드려봐', '의자 위에 올라가봐' 하시면서 인터뷰 포즈 취하는 법 알려주시고 그랬다. 한참 떠들었는데 나중에 정작 인터뷰는 '김용건의 아들' 이렇게만 나오기도 하고 그랬다. 하하.

나도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이 영화 후반부에서 백작을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던진 대사가 그거여서 너무 마음에 든다.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대사가 아닌가. 남자라면 다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할거다.
Q. 아. 칸에서 그때 기립박수가 나온건가.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영화가 끝나지 않았을 때라서 아마 마음속으로 다들 기립박수를 쳤을거다. (대사가 궁금하면 '아가씨'를 보는걸로…)
Q. 박찬욱 감독이 일본어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더라.
신경을 쓴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본 사람이 돼라는 수준이었다. 네이티브가 될 순 없지만 주어진 대사만큼은 완벽하게 소화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촬영 시작하기 4개월 전부터 시작해서 올해 2월에 후시 녹음을 했으니까 꼬박 1년을 '리슨 앤 스피크'를 했다. 후시 녹음도 이렇게 많이 한건 처음이다. 6회차를 했는데 하루에 10시간씩 한 문장으로 두시간씩 연습을 했다. 내 일본어 대사 양이 굉장히 많은데 정말 바느질 하듯이 한땀한땀 만들었다. 나중에는 뛰쳐 나가고 싶더라.
Q. 지금은 일본어 꽤 하겠다.
그 정도는 아니고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발음은 많이 교정이 되어서 좋아졌다. 일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을때 일본어를 듣고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감독님이다. 웬만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간다. 만나는 사람들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스태프들이나 배우들도 좋은 보탬이 되고 싶어한다. 감독님이 좋은 친구가, 선배가 되어 주시니까 나도 좋은 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신다.
Q. 본인도 '한 수다' 하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한테 내가 전도한 것이 두 개가 있는데 족욕기와 만보기 핏빗이다. 감독님이 원래 운동할 시간도 없으셨다. 만보기를 추천했는데 어느 날부터 차고 계셨다. 그걸 차면 부작용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제자리 뛰기라도 계속 한다. '아가씨' 팀 핏빗방이 따로 있다. 효과 본 사람 많다. 내가 굉장히 뿌듯하다.
Q. 이쯤 되면 만보기 홍보대사 아니냐.
'걷기 운동' 많이 하셔야 한다. 나는 시작한지 딱 1년이 됐다. 그 전에도 운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참 운동이라는 게 시간을 내서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만보기를 차고 있으면 '내가 오늘 얼마나 걸었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평균 2만 5천보씩은 걷는다. 차 타고 가까이 갈 정도면 걸어간다. 걷는 게 몸에 배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거다. 어떤 친한 영화 제작자는 12kg이 빠졌다. 어떤 화가 친구는 우울증이 치료가 됐다. 어떤 여자 친구는 정말 예뻐졌다. 주변에서 '리프팅했냐, 디톡스했냐' 그런다 하더라. 이렇게 해서 내가 전염 시킨 사람이 '아가씨' 팀부터 '터널' 팀까지 한둘이 아니다.

그래야 발전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10년 후를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걸 도전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을 것 같다. 그래서 한창 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실천에 옮기고 하는거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정말 예술가가 자기의 색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 이 시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해야 할 때다. 걱정이나 두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실천하고 생각하고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터널(감독 김성훈)',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앙드레김(감독 손영성)', 'PMC(가제/감독 김병우)'까지 현재 하정우가 개봉과 촬영을 앞두고 있는 영화만 4편이다.
Q. 그렇다면 목표가 있나.
배우로서는 영화 100편을 찍고 싶다. 지금 40편 정도 찍었다. 한국에 있는 모든 감독님들과 다 작품을 해보고 싶다.
Q. 감독 하정우로서 천만 영화 욕심은?
내가 감독으로서 좋은 경험들을 하고 나이를 먹어 잘 익어나간다면 그것도 기대해볼만한 일이다. 배우로서 영화 흥행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감독으로서 영화도 계속 찍을 생각이다. 그 어떤 이야기가 생기든.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줄거리.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
'아가씨'는 개봉일인 6월 1일 28만 관객수를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내부자들(개봉일 230,949명/최종 7,069,848명)을 뛰어 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YTN Star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사진출처 = 하정우/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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