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IT 만나자.. 在宅 일자리가 700개

박순찬 기자 2016. 2.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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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교육 홈러닝 시스템 초등학생 회원 5만명 돌파 교사가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 원격 화상 채팅으로 지도 "가사·육아 병행할 수 있어 교사들 자부심·만족도 높아"
온라인 학습지 ‘아이스크림 홈런’ 시스템으로 5만여명의 초등생 회원을 확보한 시공교육 박기석 대표가 교육용 태블릿PC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디지털 교육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며 “국내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시장이 한층 커지고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수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다니며 문제지를 나눠주고 채점하는 학습지 방문 교사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그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초등생 학습지 시장이 IT(정보기술)를 만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종이 대신 태블릿PC로 문제를 풀고, 교사도 일일이 학생 집을 방문하지 않고 원격 화상채팅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것은 교육 분야 벤처기업 시공교육이다. 2011년 IT 기반의 초등생 홈러닝 시스템 '아이스크림 홈런(i-scream Home-Learn)'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150만건 이상의 동영상·사진·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초등학생 교육용 콘텐츠를 태블릿PC로 제공한다. 서비스 시작 4년여 만에 초등생 회원 5만명을 돌파했다. 사업이 커지자 경쟁 기업들도 최근 비슷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학습지에 IT를 접목하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초등생이 학교에서 돌아와 '아이스크림홈런 태블릿PC'를 켜면 자동으로 학교 진도와 똑같은 예·복습 내용이 화면에 나타난다. 기존엔 종이 학습지를 풀면 일주일 뒤에 방문 교사가 와서 채점해주는 '아날로그식'이었다. 아이스크림홈런은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채점한다. 틀리면 바로 답을 보여주지 않고 좀 더 쉬운 문제를 다시 내거나, 교사가 동영상을 통해 다시 개념을 설명해주는 식으로 끝까지 혼자 풀 수 있게 만든 것도 'IT의 힘'이다. 학생이 어떤 문제를 잘 틀리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를 컴퓨터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교사와 부모에게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해준다.

시공교육 박기석(朴基錫·68) 대표는 "대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격차 없이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IT 교육의 강점"이라며 "학습을 할 때마다 가상 화폐인 '콘'을 지급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콘'으로는 온라인 소액 결제가 가능해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사거나 기부도 할 수 있다.

박 대표가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양질의 재택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존 학습지 교사는 발이 부르트도록 학생 집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젠 교사가 집에서 학생의 학습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화상채팅으로 학생·부모와 대화한다. 초등생이 하교(下校)하는 오후 2시부터 재택근무를 한다. 보통 교사 1인당 학생 80여명을 관리하는데, 월수입은 학생 수에 따라 150만~25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현재 해외 유학파,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출신을 비롯해 경력이 단절됐던 고학력 교사 700여명이 아이스크림홈런 서비스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올해엔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가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양질의 재택 일자리가 그만큼 새로 만들어졌고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박기석 대표는 1988년 시공테크를 설립한 '전시(展示) 문화 산업' 전문가다. 시공테크는 서울올림픽 레이저쇼를 맡았던 기업이다. 국립중앙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여수세계박람회 등 시공테크의 손을 거친 전시 시설만1000여 곳에 달한다.

박 대표는 전시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10여년간 12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해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육에 디지털을 접목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국가의 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들은 "왜 그런 데 돈을 쏟아붓느냐"고 했지만 박 대표는 묵묵히 교육용 사진·동영상 자료 300만건 이상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초등학교 교사 99%가 이용하는 디지털 교육 사이트 '아이스크림(i-scream)'을 만들었다. 초등생의 재택용 학습 프로그램인 '아이스크림홈런'도 이런 기반에서 나왔다.

시공교육의 IT 홈러닝 교육시스템을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중동(中東) 6개국에 아이스크림홈런을 수출하기 위한 업무 협약(MOU)을 현지 교육 기업과 체결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중동 지역 초등생들이 아이스크림홈런 시스템으로 집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박 대표는 "세계 50개국의 교육 전문가와 기업들이 아이스크림홈런 시스템을 보기 위해 회사를 찾고 있다"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교육 시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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