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클린턴·트럼프탓(?)" 버드와이저·코카콜라 애국심 마케팅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세계 최대 맥주 회사 엔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의 주력 맥주 ‘버드와이저’가 ‘아메리카(America)’로 개명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이름과 포장을 완전히 바꿨다.

맥주캔 디자인은 영문 ‘Budweiser’ 대신 ‘America(미국)’, ‘AB(엔호이저-부시의 약자)’ 대신 ‘US(미연방합중국의 약자)’로 변신시켰다. ‘맥주의 왕(KING OF BEERS)’이라는 슬로건도 1955년까지 미국의 표어였던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로 대체했다. 일부 병맥주 포장은 자유의 여신상 도안을 넣어 미국스러움을 강하게 드러냈다. AB인베브는 “미국과 버드와이저가 공유하는 자유와 신뢰의 가치를 고취하겠다”고 개명 의도를 밝혔다.

버드와이저 뿐만 아니다. 미국 간판 음료회사 코카콜라는 캔에 ‘I’m proud to be an American(미국인임이 자랑스럽다)’ 글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또 제과 브랜드 스키틀즈(Skittles)와 엠앤엠스(M&M’s)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연상키는 빨강, 파랑, 흰색 초콜릿및 사탕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 대표 회사들이 ‘애국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11월 미국 대선과 6월 미국에서 열리는 축구대회 ‘코파 아메리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을 겨냥한 의례적인 마케팅 전략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클린턴-트럼프도 못한 일=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자괴감을 느낀 미국인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려 매출을 견인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들 기업은 깜짝 놀랄만한 화제를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기업이 아니다”며 “이미 업계 최고인 기업들이 ‘악인은 미국’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들이 ‘애국심’을 내세우는 이유는 힐러리 클린턴(69)과 도널드 트럼프(70)로 대표되는 미 대선 후보들에게서 자긍심을 찾지 못한 미국인들을 ‘격려하고 참여시켜 역할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클린턴과 트럼프 등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을 외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명연설에 빗댄 것이다.
이는 각 후보들의 대선 슬로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의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Making America Great Again)’다. 다시말해 지금 현재 미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불법이민자는 ‘나가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한편 클린턴은 ‘미국민 소득을 늘리는 방법(A plan to raise American incomes)’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포브스는 “두 후보 모두가 자신을 뽑으면 이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내지 못 한 채 수개월 동안 진행돼 온 선거 유세동안 조국이 얼마나 안좋은 상황인지 절감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올해 대선이 이례적으로 ‘비(非)호감’ 후보들 간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은 미국 대표 기업들이 내세우는 ‘애국심’ 마케팅은 공허해진 미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고 있다. 포브스는 “버드와이저와 코카콜라와 같은 브랜드는 대선 후보들보다 더 총명하다”며 “국민을 참여시키고 격려시키면서 아픈 부분을 보듬어주고 태도를 전향시키는 방법으로 애국심 전략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대형 스포츠 대회에 편승한 ‘애국심 상술’이 아니라 대선 진행과정에 상실한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는 셈이다.

▶애국심 고취하는 미국 브랜드 오너는?=버드와이저가 미국민의 애국심 고취 ‘기수’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그 오너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인이 아니다.
엔호이저-부시의 최대주주는 스위스계 브라질인 호르헤 파울로 레만(Jorge Paulo Lemannㆍ76)이다. 레만은 브라질 1위 부호로 자산평가액이 314억달러(37조1305억원)에 이른다.
레만은 버드와이저를 만든 미국 맥주회사 엔호이저-부시의 지분을 매입했고, 2008년 엔호이저-부시는 벨기에 맥주 제조사 인베브에 인수됐다. 인베브 역시 2004년 인터브류(Interbrew)라는 벨기에 맥주회사와 앰베브(Ambev)라는 브라질 맥주회사의 인수합병(M&A)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기도 한 코카콜라의 최대주주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운영하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주식 4억주(14.43%ㆍ185억56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1985년 이후부터 코카콜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왔다. 버핏은 자산 664억달러(76조8300억원)를 보유해 세계 억만장자 3위에 올라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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